말줄임표는 왜 세 점도 맞을까요?

학생의 글을 읽다 보면 말줄임표에 점이 세 개 찍힌 곳에서 손이 멈춥니다. 교과서에서는 여섯 점으로 본 것 같은데, 휴대전화로 쓰는 글에는 세 점이 훨씬 흔하거든요. 어느 쪽을 고쳐야 하느냐고 물으면 저는 먼저 그 점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봅니다. 말줄임표는 말을 흐릴 때도 쓰고, 글에서 빠진 부분을 보여 줄 때도 씁니다. 쓰임을 알면 점의 개수뿐 아니라 띄어쓰기까지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여섯 점이 원칙인데 세 점도 맞는 까닭
한글 맞춤법의 문장 부호 규정에서 이름은 ‘줄임표’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말줄임표’도 바로 이 부호를 가리키지요. 줄임표는 가운데에 점 여섯 개를 찍는 ‘……’이 원칙입니다. 다만 가운데에 세 점을 찍은 ‘…’도 쓸 수 있습니다. 점을 아래에 놓은 ‘......’과 ‘...’ 역시 허용됩니다. 그러니 ‘점 세 개는 무조건 틀리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예전 규정은 가운데 여섯 점을 쓰도록 했습니다. 원고지에 쓰고 인쇄하던 때의 기준이었지요. 그런데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글을 쓰면서 가운데 점 여섯 개를 입력하는 일이 번거로워졌습니다. 실제 글에서는 아래쪽 점이나 세 점을 쓰는 경우도 많았고요. 2014년에 고시되어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문장 부호 규정은 이런 쓰임을 반영해 허용 범위를 넓혔습니다. 국립국어원의 문장 부호 해설을 보면, 여섯 점이라는 원칙은 남기면서 세 점과 아래쪽 점도 인정한 경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규범이 바뀌었으니 오래된 교재의 설명만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의 표기를 잘못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점을 마음대로 늘려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은 세 점짜리 줄임표 뒤에 마침표가 붙은 모습일 수 있지만, 점 네 개를 찍어 줄임표 하나를 만든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점의 모양만 세기보다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말을 흐릴 때는 앞말에 붙입니다
친구에게 어려운 부탁을 꺼내는 장면을 떠올려 봅시다. ‘저기…… 있잖아…… 내일 시간 있어?’라고 쓰면 말하는 사람이 머뭇거리는 호흡이 보입니다. 이때 줄임표는 앞의 말에 붙입니다. ‘저기 …… 있잖아’처럼 앞말과 떼어 놓으면 말을 하다 멈춘다는 느낌보다 중간의 내용을 덜어 낸 듯 읽힐 수 있습니다. 줄임표 뒤에 말이 이어지면 다음 말을 띄어 쓰면 됩니다.
말을 끝까지 하지 않은 채 문장이 끝나면 마지막 부호도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그때 조금만 일찍 갔더라면…….’처럼 서술하는 문장은 줄임표 뒤에 마침표를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혹시 그 사람이……?’처럼 물음의 뜻으로 끝나면 물음표를 붙일 수 있고요. 줄임표가 말을 흐리게 하지만, 그 문장이 진술인지 질문인지까지 대신 알려 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대답이 없는 장면도 비슷합니다.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라는 물음 다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을 ‘…….’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때 줄임표만으로 하나의 문장 구실을 하므로 뒤에 마침표를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채팅에서는 ‘…’만 보내도 침묵이 전해지겠지만, 규정에 맞춰 문장을 적는 자리라면 마침표까지 챙기는 편이 정확합니다.
빠진 내용을 표시할 때는 띄어씁니다
같은 줄임표라도 책의 한 부분을 옮기면서 중간을 생략할 때는 다르게 씁니다. 이를테면 ‘교실에는 책상, 의자, 칠판 …… 사물함이 놓여 있었다’라고 적으면 열거된 물건 가운데 일부를 덜어 냈다는 뜻이 됩니다. 문장이나 글의 일부를 생략하는 줄임표는 앞뒤를 띄어 씁니다. 앞말에 붙이던 머뭇거림의 줄임표와 구별되는 지점이지요.
여기서 자주 보이는 것이 불필요한 쉼표입니다. ‘책상, 의자, 칠판, …… 사물함’처럼 줄임표 바로 앞에 쉼표를 넣기 쉽지만, 열거할 어구를 생략할 때는 그 쉼표를 쓰지 않습니다. 줄임표 자체가 빠진 자리를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글의 문장 여러 개를 덜어 내는 경우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생략된 부분을 나타내는 줄임표의 앞뒤에 마침표나 쉼표를 덧붙여 빠진 경계를 다시 표시하지 않습니다.
학생에게는 ‘점 몇 개?’를 묻기 전에 ‘사람이 말을 멈췄니, 글의 일부가 빠졌니?’라고 묻습니다. 앞의 경우라면 대체로 앞말에 붙고, 뒤의 경우라면 앞뒤를 띄어 씁니다. 부호의 모양을 외우는 것보다 그 자리에 남은 침묵과 빈칸을 읽는 편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