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소리되기 예외는 왜 생길까요?

수업 시간에 ‘김밥’을 칠판에 쓰면 학생들이 먼저 [김빱]이라고 읽습니다. 그런데 ‘국밥’의 [국빱]과 같은 원리냐고 물으면 잠시 조용해집니다. 두 말은 뒤의 ‘밥’이 된소리로 들리지만, 앞말의 받침도 다르고 발음이 굳어진 과정도 다릅니다. 된소리되기 예외를 이해할 때는 글자 두 개만 나란히 보기보다, 그 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보는 편이 좋습니다.
국밥에는 예외가 없는데 김밥에는 두 발음이 있는 까닭
표준 발음법 제23항은 [ㄱ], [ㄷ], [ㅂ]으로 발음되는 받침 뒤에 ‘ㄱ, ㄷ, ㅂ, ㅅ, ㅈ’이 오면 뒤의 소리를 된소리로 발음하도록 합니다. ‘국밥’은 [국빱], ‘꽃다발’은 [꼳따발], ‘값지다’는 [갑찌다]가 됩니다. 겉으로 보이는 받침 글자가 달라도 실제 받침 소리가 [ㄱ], [ㄷ], [ㅂ] 가운데 하나라면 이 규칙을 따릅니다.
‘김밥’의 받침 ‘ㅁ’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김빱]을 ‘국밥’과 똑같은 자동적인 된소리되기로 설명하면 어긋납니다. 합성어에서 뒤의 소리가 된소리로 굳어지는 사잇소리 현상과 실제 언어생활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김밥’은 원래 [김ː밥]만 표준 발음이었고, 2016년에 널리 쓰이던 [김ː빱]도 표준 발음으로 인정됐습니다. 지금은 두 발음 모두 가능합니다. 표기는 어느 쪽으로 발음하든 ‘김밥’입니다.
이 차이를 알면 ‘ㅁ 받침 뒤에서는 언제나 된소리가 난다’고 외우지 않게 됩니다. 같은 ‘밥’이 붙어도 ‘국밥’은 받침 소리만으로 발음이 정해지고, ‘김밥’은 합성어의 발음이 실제로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감다는 [감따]인데 감기다는 왜 [감기다]일까요?
‘감다’를 [감따]로 읽는 학생에게 ‘감기다’도 [감끼다]냐고 물으면 대개 고개를 끄덕입니다. 두 말 모두 ‘감-’ 뒤에 ‘ㄱ’이 보이니까요. 하지만 [감따]의 ‘-다’는 어미이고, ‘감기다’의 ‘-기-’는 피동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입니다. 뒤에 붙은 부분의 역할이 다릅니다.
표준 발음법 제24항은 ‘ㄴ’이나 ‘ㅁ’으로 끝나는 용언 어간에 ‘ㄱ, ㄷ, ㅅ, ㅈ’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붙으면 된소리로 발음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고’는 [신ː꼬], ‘앉고’는 [안꼬], ‘더듬지’는 [더듬찌]입니다. 다만 피동·사동 접미사 ‘-기-’에는 이 된소리되기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안기다’는 [안기다], ‘감기다’는 [감기다], ‘굶기다’는 [굼기다]입니다.
같은 ‘기’라도 용언을 명사처럼 쓰게 하는 어미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이를 안기’처럼 ‘안다’의 행동을 가리키는 말은 [안ː끼]로 발음합니다. ‘아이를 안기다’의 ‘-기-’와 소리만 비교할 일이 아니라, 문장 안에서 어떤 구실을 하는지 보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이 규칙은 용언 어간에 관한 것입니다. 명사 ‘신’에 조사가 붙은 ‘신도’는 [신도]이고, ‘바람도’ 역시 [바람도]입니다. 받침 ‘ㄴ, ㅁ’만 보고 뒤의 예사소리를 모두 세게 읽으면 오히려 틀리기 쉽습니다.
ㄹ 받침 뒤는 말의 출신과 짜임을 봅니다
‘갈등’은 [갈뜽], ‘발전’은 [발쩐]으로 읽습니다. 표준 발음법 제26항은 한자어에서 ‘ㄹ’ 받침 뒤에 오는 ‘ㄷ, ㅅ, ㅈ’을 된소리로 발음하도록 합니다. 그렇다고 ‘ㄹ’만 보이면 뒤의 소리를 무조건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이 조항이 다루는 말은 한자어이고, 대상이 되는 뒤의 소리도 정해져 있습니다.
같은 한자가 겹친 ‘허허실실’은 [허허실실], ‘절절하다’는 [절절하다]로 읽습니다. 두 번째 한자를 되풀이해 만든 말이라는 짜임이 발음의 예외를 설명합니다. 또 국립국어원의 표준 발음법 해설에는 ‘결과’, ‘물건’, ‘설계’처럼 된소리로 읽지 않는 한자어도 제시돼 있습니다. ‘갈등’을 안다고 해서 처음 보는 한자어까지 소리 나는 대로 추측하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반면 ‘할 수’의 [할쑤], ‘갈 데’의 [갈떼]는 한자어 규칙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ㄹ’은 동사의 관형사형 어미 ‘-(으)ㄹ’입니다. 표준 발음법 제27항에 따라 뒤의 ‘ㄱ, ㄷ, ㅂ, ㅅ, ㅈ’이 된소리가 됩니다. ‘만날 사람’도 이어 읽으면 [만날싸람]입니다. 다만 말을 끊어서 할 때는 뒤의 말을 예사소리로 발음할 수 있습니다. 글자 모양이 같은 ‘ㄹ’이라도 한자어 속 받침인지, ‘할’처럼 뒤의 말을 꾸미는 어미인지에 따라 적용할 규칙이 달라집니다.
소리가 세져도 표기까지 세게 쓰지는 않습니다
받침이 예사소리를 밀어 올려 생긴 된소리는 대체로 발음에 나타납니다. ‘국밥’을 [국빱]으로 읽어도 ‘국빱’이라고 적지 않고, ‘감다’를 [감따]로 읽어도 ‘감따’라고 적지 않습니다. 표기에 남은 ‘밥’과 ‘감다’의 형태를 보면 그 말의 뜻과 짜임을 알아보기 쉽습니다. 발음이 달라지는 이유와 글자를 그렇게 적는 이유를 따로 묻는 것이 맞춤법 공부에도 도움이 됩니다.
학생들에게는 헷갈리는 말을 만나면 세 가지만 확인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앞 받침이 실제로 무슨 소리로 나는지, 뒤에 붙은 것이 어미인지 접미사인지, 그리고 두 말이 합쳐져 굳어진 단어인지를 봅니다. ‘김밥’처럼 표준 발음이 달라진 사례도 있으니 마지막에는 사전의 발음 표시를 확인합니다. 예외를 낱말마다 따로 외울 때보다, 그 말이 만들어진 자리를 살필 때 발음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