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높임말 낮춤말 비교 왜 둘 다 맞을까요?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제가 말씀드릴게요”라고 했다가 잠시 멈칫했습니다. ‘말씀’이 높임말이라면 자기 말에 써도 되느냐는 것이었지요.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쓰던 표현도 뜻을 따져 보면 낯설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말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 말을 누구에게 건네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말씀’은 누구의 말인가요?
국립국어원의 설명에서 ‘말씀’에는 두 쓰임이 있습니다. 남의 말을 높여 이르는 말이고, 자기 말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선생님 말씀을 들었다”와 “제 말씀을 들어 주세요”가 모두 가능한 이유입니다. 같은 낱말이지만 앞 문장에서는 선생님을 높이고, 뒤 문장에서는 듣는 사람 앞에서 나를 낮춥니다.
‘말씀’이라는 글자만 보고 높임말이라고 외우면 “제 말씀”에서 막힙니다. 그렇다고 자기 말에 붙었다는 이유로 언제나 낮춤말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말이 누구에게 속하고, 말하는 사람이 누구를 예우하는지에 따라 쓰임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 말씀을 전해 드리겠습니다”에서는 아버지의 말을 높여 가리키고 있습니다. 반면 “잠깐 제 말씀을 드려도 될까요?”에서는 상대에게 하는 내 말을 낮추어 가리킵니다.
‘말’과 ‘말씀’을 문장에 넣어 비교하면
친구와 대화하며 “내 말 좀 들어 봐”라고 하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제 말씀을 들어 주세요”라고 하면 거리가 생기거나 일부러 격식을 차린 듯 들릴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무조건 옳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대와의 관계, 대화 자리의 분위기가 표현을 고릅니다.
- “친구 말이 맞았어.” 친한 사람의 말을 평이하게 가리킵니다.
- “교장 선생님 말씀이 있겠습니다.” 말의 주인인 교장 선생님을 높입니다.
-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윗사람이나 격식을 갖춰 대하는 상대 앞에서 자기 말을 낮춥니다.
-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말하는 주체인 선생님을 높입니다.
여기서 “한 말씀”은 꼭 말 한 개를 세는 표현은 아닙니다. 회의나 모임에서 짧게 발언하겠다는 뜻으로 흔히 씁니다. “말씀”을 높임이나 낮춤 가운데 하나로만 묶어 두면 이런 실제 문장을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왜 한 단어에 두 쓰임이 남았을까요?
말의 유래를 보면 지금의 쓰임이 조금 덜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국립국어원이 제시한 어원 정보에 따르면 중세 국어의 ‘말’ 또는 ‘말’에는 오늘날처럼 특별한 높임이나 낮춤의 뜻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표기와 소리가 달라졌고, 현대 국어에서는 상대를 예우하는 장면에서 두 방향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말의 주인을 높일 수도 있고, 내 말을 낮추어 상대를 높일 수도 있는 셈입니다.
이것을 ‘높임말이 낮춤말로 바뀌었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래전의 말에 없던 쓰임이 자리 잡으면서, 오늘날 사전에는 서로 다른 두 용법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교실에서 “제 말씀도 들어 보세요”를 고쳐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먼저 이 흐름을 이야기합니다. 뜻의 역사를 알면 두 문장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거든요.
‘말씀드리다’와 ‘말씀하시다’도 구별해야 합니다
“제가 말씀하셨습니다”라고 하면 어색합니다. ‘-시-’는 말하는 동작의 주체를 높이는 요소인데, 여기서는 주체가 ‘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상대에게 공손하게 말하는 장면이라면 “제가 말씀드렸습니다”가 자연스럽습니다. 반대로 선생님이 말한 장면에서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라고 합니다.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를 먼저 찾으면 동사도 고르기 쉬워집니다.
띄어쓰기도 함께 눈여겨볼 만합니다. “제가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의 ‘말씀드리다’는 한 단어로 붙여 씁니다. “제가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처럼 목적격 조사 ‘을’을 넣으면 ‘말씀을’과 ‘드렸습니다’를 띄어 씁니다. 국립국어원은 두 표현을 모두 쓸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다만 조사 없이 “말씀 드렸습니다”처럼 띄는 표기는 맞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높임 표현을 배울 때 ‘윗사람의 말은 말씀, 내 말은 말’이라고만 외우면 금세 예외를 만납니다. “제 말씀”이 그 예외처럼 보이는 순간이지요. 그럴 때는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문장 속에서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높임은 낱말 하나에 붙은 딱지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문장에 담는 방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