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일일히 맞춤법은 왜 헷갈릴까요?

얼마 전 학생이 쓴 글에서 “이걸 일일히 다 확인해야 하나요?”라는 문장을 봤습니다. 말로 할 때는 자연스러운데, 글자로 옮기려니 마지막 음절이 걸렸던 모양입니다. 답은 ‘일일이’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정답만 외우면 다음에 ‘번번이’를 쓸 때 또 망설이게 됩니다. 말이 만들어진 모습을 보면 기억하기가 한결 쉽습니다.
‘일일이’의 ‘일’은 하루를 뜻할까요?
여기서 ‘일일’은 ‘하루’를 뜻하는 일일(一日)이 아닙니다. 한국어기초사전은 ‘일일이’의 원어를 ‘一一이’로 제시합니다. 한자 ‘하나 일(一)’이 두 번 놓인 형태입니다. 하나, 또 하나를 가리키는 말에 부사를 만드는 ‘-이’가 붙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답안지를 일일이 확인했다”는 말은 답안지를 한 장씩 확인했다는 뜻이 됩니다. “학생들을 일일이 불러 이야기했다”라면 한 사람씩 만났다는 뜻이지요. 같은 ‘일’이라는 소리가 들어 있어도 ‘일일 체험’처럼 하루 동안 하는 일을 가리키는 표현과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사전에는 이 말의 쓰임이 더 나옵니다. “경위를 일일이 설명했다”에서는 하나씩 자세하게 말한다는 뜻이 강하고, “그 말에 일일이 대꾸하지 마”에서는 그때그때마다 반응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대상이 물건이든 사람이든, 또는 여러 상황이든 하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각각 짚는 느낌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왜 ‘일일히’가 아니라 ‘일일이’일까요?
‘-이’와 ‘-히’는 모두 부사를 만드는 데 쓰입니다. 그래서 ‘꼼꼼히’, ‘정확히’를 자주 본 사람이라면 ‘일일히’도 그럴듯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다른 단어의 끝 글자를 가져와 붙일 수는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일일이’와 ‘일일히’ 가운데 바른 표기를 ‘일일이’로 분명히 제시합니다.
한글 맞춤법 제51항은 부사의 끝음절이 분명히 ‘이’로만 나면 ‘-이’로 적고, ‘히’로만 나거나 두 가지로 나면 ‘-히’로 적는다고 규정합니다. 해설에서는 ‘일일이’를 ‘겹겹이’, ‘번번이’, ‘집집이’, ‘틈틈이’와 함께 ‘이’로 적는 예로 듭니다. 같은 말이 겹친 형태 뒤에 ‘-이’가 붙는 경향을 보여 주는 단어들입니다.
다만 ‘겹친 말 뒤에는 무조건 -이’라는 식으로 모든 부사를 판별하려 해서는 곤란합니다. 국립국어원도 발음에 관한 규정만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단어마다 사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합니다. 이 글에서 기억할 연결고리는 ‘一一’이라는 말의 모습과, 그것이 ‘일일이’로 굳어 쓰인다는 사실입니다.
문장 안에서는 어떻게 쓰면 자연스러울까요?
“서류 열두 장을 일일이 대조했다”라고 하면 열두 장을 한 장씩 확인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참석자에게 일일이 인사했다”에는 사람마다 빠짐없이 인사를 건넨다는 뜻이 담깁니다. “그런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보고할 필요는 없어”에서는 매번 따로 보고한다는 뜻이 됩니다. 이처럼 앞뒤 문맥에 따라 강조점은 달라져도 표기는 늘 ‘일일이’입니다.
뜻이 비슷한 ‘하나하나’와 바꾸어 읽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항목을 일일이 확인했다”는 “항목을 하나하나 확인했다”로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반면 ‘하루하루’로 바꾸면 뜻이 어긋납니다. ‘일일이’의 ‘일일’을 날짜의 ‘일일’로 착각하지 않게 해 주는 작은 확인법입니다.
띄어쓰기도 함께 기억해 둘 만합니다. ‘일일이’는 하나의 부사이므로 ‘일 일 이’처럼 나누어 적지 않습니다. 뒤에 오는 동사와는 “일일이 확인하다”, “일일이 설명하다”처럼 띄어 씁니다. 실제 글에서는 끝 글자뿐 아니라 이 자리까지 함께 살펴야 문장이 매끄럽습니다.
소리만 믿고 적으면 왜 자꾸 망설이게 될까요?
말을 들을 때는 ‘-이’와 ‘-히’의 차이가 또렷하게 의식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입으로 몇 번 되풀이하는 것만으로 표기를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꼼꼼히’는 맞고 ‘일일히’는 틀린 까닭도 두 단어의 뜻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각각 사전에 자리 잡은 형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이 단어를 가르칠 때 ‘하나 일’ 두 개를 먼저 적어 보여 줍니다. 그다음 답안지 한 장, 또 한 장을 넘기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지요. ‘일일이’라는 표기와 ‘하나씩 하나씩’이라는 뜻이 같은 장면에 놓이면, 외운 글자보다 오래 남습니다. 다음에 이 말을 쓰다가 손이 멈춘다면, ‘一一’의 두 ‘하나’를 떠올리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