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소리되기 조건은 받침만 보면 알 수 있을까요?

Last Updated :
된소리되기 조건은 받침만 보면 알 수 있을까요?

수업 시간에 ‘국밥’을 읽어 보라고 하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국빱]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왜 ‘국빱’이라고 쓰지 않느냐고 물으면 잠시 멈칫하지요. 된소리되기는 익숙한 발음이지만, 발음이 달라지는 까닭과 적는 방법을 함께 생각하면 더 분명해집니다.

국밥에서 ‘밥’은 왜 [빱]이 될까요?

‘국밥’의 ‘국’은 [ㄱ] 받침으로 끝납니다. 그 뒤에 오는 ‘밥’의 첫소리 ㅂ이 [ㅃ]으로 바뀌어 [국빱]이 됩니다. ‘책상’의 [책쌍], ‘옷고름’의 [옫꼬름], ‘꽃다발’의 [꼳따발]도 같은 원리입니다. 앞말의 받침이 뒤따르는 소리에 영향을 주는 것이지요.

국립국어원 표준 발음법 제23항은 [ㄱ], [ㄷ], [ㅂ]으로 발음되는 받침 뒤에 ㄱ·ㄷ·ㅂ·ㅅ·ㅈ이 오면 각각 된소리로 발음한다고 규정합니다. 글자 모양보다 실제 받침 소리를 먼저 보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옷’의 받침은 ㅅ이지만 자음 앞에서는 [ㄷ]으로 소리 납니다. 그래서 ‘옷고름’의 ㄱ도 [ㄲ]이 됩니다.

교실에서는 ‘값지다’를 자주 예로 듭니다. ㅄ 받침이 자음 앞에서 [ㅂ]으로 발음되고, 뒤의 ㅈ은 [ㅉ]이 되어 [갑찌다]가 됩니다. 겹받침을 글자 그대로 하나씩 읽으려 하면 복잡하지만, 앞 음절 끝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면 길이 보입니다. 다만 ‘옷이’처럼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붙으면 받침이 뒤 음절로 옮겨 [오시]가 됩니다. 뒤에 무엇이 오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ㄴ이나 ㅁ 뒤에서도 된소리가 날까요?

‘안고’와 ‘신고’를 나란히 읽으면 차이가 들립니다. ‘안고’는 [안고]지만, 신발을 신는다는 뜻의 ‘신고’는 [신꼬]입니다. 둘 다 ㄴ 뒤에 ㄱ이 있는데 발음이 같지 않습니다. ‘신고’의 ㄴ은 동사 ‘신다’의 어간에 있고, 뒤의 ‘-고’는 어미이기 때문입니다.

표준 발음법 제24항은 어간 받침 ㄴ·ㅁ 뒤에 어미의 첫소리 ㄱ·ㄷ·ㅅ·ㅈ이 오면 된소리로 발음하도록 합니다. ‘앉고’는 [안꼬], ‘삼고’는 [삼꼬], ‘더듬지’는 [더듬찌]입니다. ‘앉고’는 겹받침 ㄵ이 자음 앞에서 [ㄴ]으로 나는 경우까지 이어서 생각하면 됩니다. 반면 ‘안고’의 ‘안-’은 동사 ‘안다’의 어간이지만 받침은 ㄴ이 아니라 ㄶ입니다. ㅎ이 뒤의 ㄱ과 만나 [ㅋ]이 되므로 [안코]가 표준 발음입니다.

이 대목에서는 ‘받침 ㄴ이나 ㅁ이면 무조건 된소리’라고 외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단어를 어간과 어미로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또 ‘안기다’, ‘감기다’처럼 피동·사동의 접미사 ‘-기-’가 붙을 때에는 그 ㄱ을 된소리로 발음하지 않습니다.

ㄹ 받침 뒤에서는 말의 짜임을 보세요

‘넓게’는 [널께], ‘핥다’는 [할따]라고 읽습니다. 겹받침 ㄼ·ㄾ을 가진 어간 뒤에 ㄱ·ㄷ·ㅅ·ㅈ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오면 된소리가 납니다. 표준 발음법 제25항의 조건입니다. 받침이 [ㄹ]로 들린다고 해서 ‘갈 데가’의 [갈떼가]와 같은 이유로 묶어 버리면, 서로 다른 조건을 놓치기 쉽습니다.

‘갈 데가’에는 관형사형 어미 ‘-ㄹ’이 있습니다. 이 ‘-(으)ㄹ’ 뒤에 ㄱ·ㄷ·ㅂ·ㅅ·ㅈ이 이어지면 ‘할 수는’ [할쑤는], ‘갈 곳’ [갈꼳]처럼 된소리로 발음합니다. 다만 두 말을 끊어서 읽을 때에는 예사소리로 납니다. 말이 얼마나 긴밀하게 이어지는지가 발음에 영향을 주는 셈입니다. ‘내가 할게’의 ‘할게’도 [할께]로 읽지만, 표기는 ‘할게’입니다.

‘갈등’의 [갈뜽]은 또 다른 경우입니다. 한자어에서는 ㄹ 받침 뒤의 ㄷ·ㅅ·ㅈ이 된소리로 나는 일이 있습니다. ‘발전’ [발쩐], ‘일시’ [일씨]도 그렇습니다. 표준 발음법 제26항은 같은 한자가 거듭된 ‘절절하다’ 같은 말에는 이 규칙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ㄹ이라는 받침 하나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문고리에는 없던 된소리가 왜 들릴까요?

‘문고리’를 [문꼬리]라고 읽는 사람은 많습니다. 앞말 ‘문’은 [ㄴ]으로 끝나니 ‘국밥’의 조건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문’과 ‘고리’가 합쳐진 말에서 뒤 단어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경우입니다. 표준 발음법 제28항은 이런 합성어의 발음을 다룹니다. ‘눈동자’ [눈똥자], ‘발바닥’ [발빠닥], ‘아침밥’ [아침빱]도 여기에 듭니다.

소리가 세게 난다고 해서 언제나 글자까지 세게 적는 것은 아닙니다. ‘국밥’을 ‘국빱’으로, ‘문고리’를 ‘문꼬리’로 적지 않는 까닭은 단어를 이루는 ‘국’과 ‘밥’, ‘문’과 ‘고리’를 글에서 알아볼 수 있도록 적기 때문입니다. ‘할게’ 역시 [할께]라는 발음만 따라 적으면 어미의 표기를 놓치게 됩니다.

된소리되기 조건을 읽을 때 저는 먼저 앞 받침이 실제로 어떻게 나는지 묻습니다. 그다음에는 어간과 어미가 만났는지, 관형사형 뒤인지, 한자어나 합성어인지 살핍니다. 같은 [ㄲ] 소리에도 서로 다른 사연이 있습니다. 그 사연을 알면 발음도 표기도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된소리되기 조건은 받침만 보면 알 수 있을까요? - 요약
된소리되기 조건은 받침만 보면 알 수 있을까요? | 어휘마스터 : https://word.or.kr/919
어휘마스터 © word.or.kr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