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속담에는 왜 서로 다른 말이 담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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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속담에는 왜 서로 다른 말이 담겼을까요?

수업 시간에 ‘티끌 모아 태산’의 뜻을 묻자 한 학생이 말했습니다. “요즘은 티끌을 모아도 티끌이라던데요.” 교실에 웃음이 났지만, 제게는 꽤 좋은 대답이었습니다. 같은 돈을 두고도 누구는 아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돈이 있어야 돈을 번다고 합니다. 돈 속담을 읽을 때는 어느 말이 무조건 옳은지 고르기보다, 사람들이 어떤 장면을 보고 그 말을 꺼냈는지 떠올리는 편이 뜻을 오래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티끌 모아 태산은 돈 이야기만 할까요?

‘티끌 모아 태산’에서 티끌은 아주 작은 것을, 태산은 커다란 산을 가리킵니다. 크기가 극단적으로 다른 두 대상을 붙여 놓으니 작은 것도 쌓이면 커진다는 뜻이 선명해지지요. 하루에 천 원씩 모으면 30일에 3만 원, 1년이면 36만 5천 원입니다. 당장 큰돈은 아니어도 운동화 한 켤레 값이나 갑작스러운 지출에 보탤 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속담을 ‘적은 돈만 모으면 누구나 부자가 된다’는 약속처럼 읽으면 곤란합니다. 월세와 식비를 내고 남는 돈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 저축액이 적다고 꾸짖는 말로 쓰여서도 안 되겠지요. 원래 이 말의 범위는 돈보다 넓습니다. 하루에 책을 다섯 쪽씩 읽거나 낯선 낱말을 한 개씩 익히는 일에도 쓸 수 있습니다.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요즘 말은 작은 노력의 가치를 부정한다기보다, 노력만으로 넘기 어려운 경제적 간격을 비트는 표현으로 들립니다. 옛 속담과 새 말이 서로 다른 현실을 비추는 셈입니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은 무엇을 본 걸까요?

‘돈이 돈을 번다’는 사람 대신 돈을 문장의 주인공으로 세웁니다. 돈이 스스로 일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이미 가진 자본을 활용해 수익을 얻기 쉬운 상황을 가리킵니다. 이를테면 같은 가게를 열어도 초기 비용을 넉넉히 가진 사람은 설비를 갖추고 한동안 수입이 적어도 버틸 여지가 있습니다. 빌린 돈의 이자를 먼저 내야 하는 사람은 같은 매출을 올려도 손에 남는 금액이 달라집니다.

이 속담은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는 뜻도, 투자하면 반드시 돈을 번다는 뜻도 아닙니다. 돈을 벌 기회와 실패를 견딜 여력이 출발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관찰에 가깝습니다. 앞의 ‘티끌 모아 태산’이 작은 것의 축적을 말한다면, ‘돈이 돈을 번다’는 이미 쌓인 돈이 만들어 내는 차이를 말합니다. 둘을 함께 읽으면 절약을 권하는 말과 경제 현실을 설명하는 말이 왜 한 언어 안에 나란히 남았는지 보입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은 거칠게 벌라는 뜻일까요?

이 속담은 표현이 세서 학생들이 자주 멈칫합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를 부정한 방법으로라도 돈을 벌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은 돈을 벌 때 열심히 수고하며 벌고, 쓸 때는 깨끗하고 보람 있게 쓴다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여기서 대비되는 것은 돈을 버는 과정의 고단함과 돈을 쓰는 태도입니다. 나쁜 짓을 해도 된다는 허락이 아닙니다.

‘정승’은 옛날 높은 벼슬아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정승같이 쓴다’에는 돈을 품위 있고 떳떳하게 쓴다는 이미지가 담깁니다. 땀 흘려 번 돈으로 가족의 생활을 돌보고,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필요한 만큼 보태는 장면을 떠올리면 뜻이 또렷해집니다. 무조건 많이 쓰라는 말도 아닙니다. 어디에 쓰는지가 액수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지요.

사람 나고 돈 났지, 왜 순서를 따질까요?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는 말의 순서를 두 번 뒤집습니다. 먼저 사람이 있고 그다음에 돈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굳이 반복하는 까닭은, 현실에서 그 순서가 쉽게 바뀌기 때문일 겁니다.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도 사람이 돈보다 귀중하다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빌린 돈을 갚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돈 문제를 이유로 상대를 모욕하거나 다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가령 친구에게 만 원을 빌려주고 약속한 날 돌려받지 못했다면 사정을 묻고 갚을 날짜를 다시 정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친구를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 주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속담은 채무를 가볍게 여기라는 말이 아니라, 돈을 다루는 동안에도 사람을 대하는 선을 잊지 말라는 말로 읽힙니다.

돈 속담은 한 장의 가계부처럼 단일한 답을 적어 놓지 않았습니다. 조금씩 모으는 사람의 경험도, 가진 돈이 기회를 만드는 현실도, 힘들게 번 돈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는 마음도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에게 속담을 외우기 전에 그 말을 꺼낼 만한 장면을 하나 만들어 보라고 합니다. 장면이 떠오르면 뜻은 훨씬 오래 남고, 다른 사람에게 그 말을 건넬 때도 조금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돈 속담에는 왜 서로 다른 말이 담겼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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