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말잇기 어려운 단어는 왜 답이 막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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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말잇기 어려운 단어는 왜 답이 막힐까요?

얼마 전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과 끝말잇기를 했습니다. ‘무릎’이 나오자 교실이 조용해졌지요. 누군가는 ‘릅’으로 시작하는 말을 찾았고, 다른 학생은 ‘무릎은 무릅처럼 들리니까 릅으로 이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끝말잇기에서 답이 막히는 까닭은 단어를 몰라서만은 아닙니다. 어떤 글자를 이어야 하는지, 어떤 말을 단어로 인정할지부터 서로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단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끝말잇기는 앞말의 마지막 한 글자로 시작하는 말을 잇는 놀이입니다. ‘사과’ 다음에 ‘과자’, ‘과자’ 다음에 ‘자동차’를 말하는 식이지요. 그런데 마지막 글자로 시작하는 낱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흐름이 끊깁니다. 이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한방 단어’입니다. 상대가 이어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단어라는 놀이 속 표현이지, 국어 문법에서 따로 정한 단어 종류는 아닙니다.

끝말잇기 어려운 단어를 외울 때는 끝 글자를 함께 보는 편이 기억에 남습니다. ‘기쁨’은 ‘쁨’, ‘그릇’은 ‘릇’, ‘무릎’은 ‘릎’, ‘부엌’은 ‘엌’으로 끝납니다. 네 낱말 모두 익숙한 말인데, 마지막 글자를 첫 글자로 삼으려면 금세 막막해지지요. 낱말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어질 말의 선택지가 좁아지는 셈입니다.

  • 기쁨 → ‘쁨’으로 시작하는 말을 찾아야 합니다.
  • 그릇 → ‘릇’으로 시작하는 말을 찾아야 합니다.
  • 무릎 → ‘릎’으로 시작하는 말을 찾아야 합니다.
  • 부엌 → ‘엌’으로 시작하는 말을 찾아야 합니다.

여기서 ‘절대로 이을 수 없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허용하는 사전과 말의 범위가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집니다. 다만 평소 쓰는 말 가운데 바로 답을 떠올리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무릎’ 다음은 ‘릅’일까요, ‘릎’일까요?

학생들이 가장 많이 다투는 대목이 소리와 표기입니다. ‘무릎’의 끝 받침은 소리 낼 때 [ㅂ]처럼 들리지만, 표기는 ‘릎’입니다. ‘부엌’도 [부억]으로 발음한다고 해서 끝 글자가 ‘억’이 되지는 않습니다. 적힌 글자를 잇기로 했다면 각각 ‘릎’과 ‘엌’으로 시작하는 말을 찾아야 합니다. 발음대로 잇기로 했다면 그 방식 역시 놀이를 시작할 때 함께 정해야 하고요.

왜 발음과 글자가 다를까요? 우리말에서는 낱말 끝의 받침을 발음할 때 낼 수 있는 소리가 제한됩니다. 그래서 ‘무릎’의 ㅍ은 끝에서 [ㅂ]으로, ‘부엌’의 ㅋ은 [ㄱ]으로 소리 납니다. 표기에는 낱말의 본래 형태를 남겨 둡니다. ‘무릎을’이라고 하면 받침이 뒤 음절로 이어져 [무르플]로 들리는 것도 떠올려 보세요. 발음 한 번만 듣고 받침을 바꾸면 낱말의 모습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릇’도 비슷한 질문을 낳습니다. 말끝에서 [그륻]처럼 들린다고 ‘릇’을 ‘륻’으로 바꾸어 잇지는 않습니다. 끝말잇기에서 표기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눈으로 확인한 마지막 글자가 출발점입니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어려운 단어가 조금 덜 억울하게 느껴집니다.

나트륨과 우라늄은 왜 자주 등장할까요?

‘나트륨’과 ‘우라늄’은 과학 시간에 본 원소 이름입니다. 끝 글자인 ‘륨’과 ‘늄’으로 시작하는 말을 쉽게 떠올리기 어려워 끝말잇기에 자주 소환됩니다. ‘칼슘’도 같은 이유로 거론되지요. 이런 말은 긴 과학 용어라서 강한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 한 글자가 일상 어휘의 첫머리에서 낯설기 때문에 상대가 멈칫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륨으로 시작하는 말은 세상에 없다’고 말하면 곤란합니다. 전문어와 신조어까지 허용하는지에 따라 인정할 말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처음부터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말만 쓴다’고 정한 모임과 ‘우리말샘에 실린 말도 받는다’고 정한 모임의 판정은 같을 수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을 어문 규범 중심의 사전으로, 우리말샘을 새말과 지역어 등도 폭넓게 모으는 참여형 사전으로 소개합니다. 사전에 실렸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놀이에서 허용되는 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원소 이름을 먼저 암기시키지 않습니다. ‘왜 륨 앞에서는 말이 멈출까’ 하고 묻습니다. 우리가 아는 단어가 주로 어떤 소리로 시작하는지 떠올려 보면, 끝말잇기는 암기 대결보다 어휘를 관찰하는 놀이에 가까워집니다.

두음 법칙을 허용하면 답이 달라질까요?

‘사례’ 다음에 ‘예절’을 말해도 되는지를 두고 다툰 적도 있습니다. ‘사례’의 끝 글자는 ‘례’인데 ‘예절’은 ‘예’로 시작하니까요. 한글 맞춤법의 두음 법칙에 따르면 한자음 ‘례’가 단어 첫머리에 올 때는 ‘예’로 적습니다. 그래서 ‘예절’은 실제로 쓰는 올바른 단어입니다. 다만 그 말이 끝말잇기의 답이 되는지는 두음 법칙을 놀이 규칙에 포함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맞춤법 규정이 놀이의 승패까지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기준 세 가지만 맞추면 말다툼이 줄어듭니다. 적힌 글자로 이을지, 두음 법칙을 허용할지, 어느 사전의 어떤 말을 인정할지입니다. 인명·지명·신조어를 받을지도 함께 정하면 좋습니다. 신조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틀렸다고 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뜻과 실제 쓰임을 서로 확인할 수 있어야 즐겁게 이어 갈 수 있겠지요.

끝말잇기 어려운 단어는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말이면서, 우리말의 소리와 표기가 어떻게 다른지 보여 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무릎’ 앞에서 잠시 멈춘 아이가 ‘릎’과 ‘릅’의 차이를 기억한다면, 그 한 판은 이미 꽤 좋은 국어 수업이 된 셈입니다.

끝말잇기 어려운 단어는 왜 답이 막힐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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