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다 어원은 왜 내노라와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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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다 어원은 왜 내노라와 다를까요?

수업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를 칠판에 쓰면 꼭 한두 명이 손을 듭니다. “선생님, 내노라하는 작가 아닌가요?” 귀에는 ‘내노라’가 더 익숙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사람이 자기 이름을 ‘내놓는다’고 생각하면 뜻도 통하는 듯하지요. 그런데 이 말의 출발점은 ‘내놓다’가 아니라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라고 자신을 내세우는 옛 표현입니다.

내로라하다는 무슨 뜻일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내로라하다’를 ‘어떤 분야를 대표할 만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풀이합니다.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모였다’는 그 분야에서 이름과 실력을 인정받는 작가들이 모였다는 말입니다. 대개 ‘내로라하는’ 꼴로 쓰여 뒤에 오는 사람이나 단체를 꾸밉니다.

여기서 뜻이 조금 달라진 지점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말의 바탕에는 스스로를 높이 내세우는 모습이 있지만, 지금 ‘내로라하는 연구자’라고 쓴다고 해서 그 연구자들이 실제로 자랑을 늘어놓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말이 굳어지면서 ‘그 분야를 대표할 만한’이라는 평가를 나타내게 된 것이지요. 말의 유래와 현재 쓰임을 구별하면 문장을 읽을 때도 뜻이 또렷해집니다.

‘나’에서 어떻게 ‘내로라’가 되었을까요?

옛말의 구성을 풀면 ‘나’에 ‘이다’의 ‘이-’, 옛 선어말어미 ‘-오-’, 문장을 맺는 ‘-다’가 이어집니다. 적어 놓으면 ‘나+이-+-오-+-다’입니다. 중세 국어에서는 ‘이-’ 뒤의 ‘-오-’가 ‘-로-’로 나타나고, 그 뒤의 ‘-다’는 ‘-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나+이-+-로-+-라’가 되고, ‘나이’가 줄어 ‘내로라’라는 형태가 남았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설명하는 ‘내로라하다’의 역사적 구성입니다.

문법 이름을 모두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바로 누구다” 하고 자신을 드러내던 말에 ‘로’가 들어 있었다는 흐름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지금 눈으로 보면 ‘내로라’의 ‘로’가 뜬금없어 보이지만, 옛말 속에서는 생겨난 까닭이 있는 소리입니다. 오래된 말의 한 조각이 현재의 표기에 남아 있는 셈이지요.

현대 국어의 형태로 설명할 때 국립국어원은 ‘나+이-+-로라+하-+-다’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간 설명과, 지금 남아 있는 어미 ‘-로라’를 중심으로 한 설명입니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뒤집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느 시점의 말꼴을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설명의 초점이 달라집니다.

왜 ‘내노라하다’가 그럴듯하게 들릴까요?

‘나는 떠나노라’,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같은 문장을 떠올리면 ‘-노라’는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말들은 ‘떠나다’, ‘부르다’처럼 동사에 붙은 경우입니다. ‘내로라’의 바탕에는 ‘나이다’의 ‘이다’가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상담 자료도 ‘이다’ 뒤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어미는 ‘-노라’가 아니라 ‘-로라’라고 설명합니다. 비슷하게 들린다고 자리를 바꾸어 쓸 수는 없는 것이지요.

게다가 ‘내놓다’라는 익숙한 말도 판단에 끼어듭니다. 이름을 내놓을 만큼 대단한 사람이라면 ‘내노라하는 사람’일 것 같지요. 국립국어원의 옛 설명에서도 이런 연상을 혼동의 이유로 짚었습니다. 사람들이 ‘내노라’라고 쓰는 데에는 나름의 직관이 있습니다. 다만 그 직관이 이 말의 실제 유래와 맞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표준어는 ‘내로라하다’이고 ‘내노라하다’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오래된 책이나 주변의 글에서 ‘내노라’를 보았다고 해서 표준어가 바뀐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표준어가 바뀐 사례와 달리, 이 말은 현재도 ‘내로라하다’로 적습니다.

문장에서는 어떻게 적으면 자연스러울까요?

가장 흔한 문장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장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입니다. ‘내로라하는 작가’, ‘내로라하는 기업’처럼 분야를 대표할 만한 사람이나 단체 앞에도 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순히 참가자가 많다는 뜻이라면 ‘내로라하는’을 덧붙이지 않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 말에는 그 분야에서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띄어쓰기도 함께 기억하면 좋습니다. ‘내로라하다’는 사전에 오른 한 단어이므로 ‘내로라 하는’처럼 띄지 않고 ‘내로라하는’으로 붙여 씁니다. 실제로 사전의 예문에 띄어 쓴 형태가 보여 혼란을 낳은 적이 있는데, 국립국어원은 한 단어이므로 붙여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습니다. 문장 안에서는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처럼 적으면 됩니다.

학생들에게는 먼저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내로라’가 낯선 네 글자에서, 옛사람의 말투가 남은 표현으로 바뀝니다. ‘노’를 지우고 ‘로’를 외우는 것보다 그 말이 걸어온 길을 한 번 따라가 보는 편이 오래 남습니다.

내로라하다 어원은 왜 내노라와 다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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