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존댓말은 왜 자꾸 헷갈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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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존댓말은 왜 자꾸 헷갈릴까요?

얼마 전 수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제자가 문자를 보내 왔습니다. 부장에게 팀장의 업무를 보고하면서 “팀장님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라고 썼다가, 팀장에게는 왜 존댓말을 쓰지 않았느냐는 말을 들었다고요. 듣는 사람이 더 높은데 팀장을 높여도 되는지, 저 역시 교실에서 여러 번 받은 질문입니다. 직장 존댓말은 말끝을 공손하게 바꾸는 일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문장 속에서 누가 행동하는지, 누구에게 말하는지, 그 행동이 누구를 향하는지를 먼저 보면 한결 분명해집니다.

높임말은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요?

“팀장님이 오셨습니다”에서 ‘-시-’는 문장의 주인공인 팀장을 높입니다. “팀장님이 왔습니다”의 ‘-습니다’는 그 말을 듣는 사람을 공손하게 대하는 말끝입니다. 두 표현이 높이는 대상이 서로 다른 셈이지요. 그래서 상사에게 말한다고 해서 문장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에게 ‘-시-’를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부장에게 “제가 자료를 확인하시겠습니다”라고 하면 어색합니다. 확인하는 사람은 ‘저’인데, ‘-시-’로 자신을 높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료를 확인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반면 “부장님께서 자료를 확인하셨습니다”에서는 확인한 사람이 부장이므로 ‘-시-’가 자연스럽습니다. 말끝의 공손함과 행동 주체에 대한 높임을 따로 생각하면, 문장이 길어져도 기준을 잡기 쉽습니다.

부장 앞에서 팀장을 낮춰 말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는 ‘압존법’이라는 말이 따라옵니다. 압존법은 높여야 할 사람을 그보다 더 높은 사람에게 말할 때 높임을 줄이는 어법입니다. 가족 안에서 할아버지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뜻이 잡힙니다. 그런데 그 방식을 직장에 그대로 옮겨 “팀장이 보고했습니다”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 언어 예절』은 직장에서 윗사람을 그보다 더 높은 윗사람에게 말할 때, 가족 사이처럼 압존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부장에게 “팀장님이 보고서를 작성하셨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듣는 사람의 직위와 상황을 고려하면 “팀장님께서”처럼 높임을 겹겹이 얹기보다 “팀장님이”라고 하는 편이 알맞을 수 있습니다. 국립국어원도 압존법 자체가 맞춤법처럼 조항으로 정해진 규칙은 아니라고 밝힙니다. 회사마다 익숙한 호칭이 다를 수 있지만, 높은 사람 앞에서는 그보다 낮은 상사의 높임을 반드시 빼야 한다고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회의실도 ‘예약되셨다’고 해야 할까요?

사람을 높이려는 마음이 사물까지 옮겨 가면 문장이 어색해집니다. “회의실이 예약되셨습니다”, “자료가 도착하셨습니다”에서는 예약된 대상과 도착한 대상이 사람인 듯 들립니다. “회의실이 예약됐습니다”, “자료가 도착했습니다”라고 해도 듣는 사람에게는 ‘-습니다’로 공손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부장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에서는 온 사람이 부장입니다. 여기에는 ‘-시-’가 들어갈 자리가 있지요. 메신저에서도 “요청하신 파일이 준비되셨습니다”보다는 “요청하신 파일이 준비됐습니다”가 자연스럽습니다. 앞의 ‘요청하신’은 요청한 사람을 높이고, 뒤의 ‘준비됐습니다’는 파일의 상태를 말합니다. 한 문장 안에서도 높임이 향하는 곳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업무 문장에는 ‘드리다’도 자주 등장합니다. “보고드리겠습니다”의 ‘-드리다’는 공손한 행위의 뜻을 더하므로 앞말에 붙입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말씀을 드리겠습니다”처럼 조사가 들어가면 ‘드리다’를 띄어 씁니다. 국립국어원의 설명대로 ‘보고드리다’와 ‘보고를 드리다’는 겉모양이 비슷해도 단어가 만들어진 방식이 다릅니다.

퇴근 인사는 왜 더 조심스러울까요?

“수고하셨습니다” 대신 “고생하셨습니다”라고 하면 윗사람에게 반드시 맞는 인사가 된다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하지만 두 표현을 위아래로 딱 나누는 규칙은 없습니다. 『표준 언어 예절』에서는 윗사람에게 ‘수고’나 ‘고생’을 말하면 상대의 노고를 평가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동료가 건넨 “수고하셨어요”를 곧바로 무례한 말로 판정할 일도 아닙니다. 관계와 평소 말투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집니다.

먼저 퇴근하는 상황이라면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도움을 받았다면 “자료 검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처럼 고마운 행동을 짚어 주는 편이 뜻도 또렷합니다. 직장 존댓말을 고를 때 제가 제자들에게 권하는 방법도 이것입니다. 높임말을 하나 더 붙이기 전에 누가 무엇을 했는지 문장을 읽어 보는 것.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은 길고 복잡한 표현보다 정확하고 편안한 한 문장에서 더 잘 전해집니다.

직장 존댓말은 왜 자꾸 헷갈릴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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