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사투리 모음은 왜 말끝부터 다를까요?

Last Updated :
충청도 사투리 모음은 왜 말끝부터 다를까요?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할머니 말씀을 받아 적어 왔습니다. “하매 다 끝났어?”라는 문장이었지요. 학생은 ‘하매’를 처음 듣고 무슨 일을 하라는 뜻인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벌써’라는 뜻입니다. 가족끼리는 막힘없이 통하는 말도 글로 만나면 낯설어집니다. 충청도 사투리 모음을 읽을 때 낱말의 뜻과 말끝의 쓰임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있유’와 ‘가슈’는 어떻게 다를까요?

충청도 말을 떠올리면 먼저 ‘유’가 들립니다. “시간 있유?”는 “시간 있어요?”에, “그건 없유”는 “그건 없어요”에 가깝습니다. “벌써 했유”도 자연스럽지요. 국립국어원의 지역어 조사 자료에도 ‘있유’, ‘없유’, ‘했유’ 같은 말이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슈’가 보인다고 해서 ‘유’를 아무 자리에나 바꿔 붙인 것은 아닙니다. “먼저 가슈”처럼 높임을 나타내는 ‘-시-’와 결합한 말이 짧게 줄면 ‘슈’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길게 발음하면 ‘가시유’가 됩니다. 같은 뜻을 전해도 말이 이어지고 줄어드는 방식에 따라 들리는 소리가 달라지는 셈이지요.

따라서 충청도 말을 흉내 내며 모든 문장 끝에 ‘유’만 붙이면 어색할 때가 있습니다. 실제 대화에서는 누구에게 말하는지, 얼마나 공손하게 말하는지, 앞에 어떤 말이 오는지가 함께 작용합니다. 말끝 하나에도 사람 사이의 거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려’와 ‘겨’는 같은 말일까요?

“그려, 그렇게 하면 되지.” 여기서 ‘그려’는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는 “그래”에 가깝습니다. 대답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는 느낌이 실립니다. 반면 “그것도 모르는 겨?”의 ‘겨’는 문장 끝에서 “거야?”에 해당합니다. 소리가 비슷해 보여도 맡은 자리가 다르지요.

“발써 끝난 겨”를 표준어로 옮기면 “벌써 끝난 거야”입니다. 같은 말을 “발써 끝난 겨?”라고 하면 묻는 말이 됩니다. 글자로는 끝의 물음표만 달라 보여도, 실제 대화에서는 억양이 뜻을 가르는 데 큰 몫을 합니다. 지역어 조사 자료가 방언을 표준어로 옮길 때 억양과 문맥을 함께 살피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 “비 오내비”는 “비가 오나 봐”라는 뜻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더운갑다”는 “더운가 보다”에 가깝고요. ‘겨’나 ‘갑다’를 무조건 뜻 없는 말끝으로 여기면 문장 전체가 흐릿해집니다. 먼저 표준어 문장으로 옮겨 보면 그 말이 짐작인지, 질문인지, 단정인지 훨씬 또렷해집니다.

‘하매’와 ‘고대’는 문장 속에서 뜻이 보입니다

앞서 학생을 헷갈리게 한 ‘하매’는 “하매 다 끝났어?”처럼 쓰여 “벌써 다 끝났어?”라는 뜻을 전합니다. 처음 보는 낱말이라도 앞뒤 상황을 떠올리면 뜻을 짐작할 실마리가 생기지요. 일을 막 시작한 사람에게 하는 말인지, 예상보다 빨리 끝낸 사람에게 하는 말인지에 따라 읽는 느낌도 달라집니다.

‘고대’는 더 재미있습니다. “언제 왔니?”라는 물음에 “고대 왔어”라고 답하면 ‘아까’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꿈지럭거리지 말고 고대 가!”라고 하면 ‘얼른’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같은 모양의 말을 뜻 하나로만 외우면 두 번째 문장에서 멈칫하게 됩니다. 시간을 묻고 답하는 장면인지, 행동을 재촉하는 장면인지가 해석의 기준입니다.

이런 낱말은 짧은 뜻풀이 목록만 볼 때보다 대화째 읽을 때 오래 남습니다. “하매 다 끝났어?”, “고대 왔어”, “고대 가!”를 소리 내어 읽으면 누가 누구에게 어떤 마음으로 말하는지도 조금씩 느껴집니다. 어휘를 가르칠 때 제가 예문을 먼저 들려주는 이유입니다.

사투리를 적을 때도 한 가지 모양만 고집해야 할까요?

말로 전해 온 지역어는 동네와 사람, 세대에 따라 발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충남과 충북의 말을 하나로 뭉뚱그려 “충청도에서는 모두 이렇게 말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국립국어원의 지역어 조사 자료에서도 충청도 말을 옮길 때 실제 발음에 따라 적는 경우를 설명합니다. ‘가슈’와 ‘가시유’처럼 길이가 다른 말도 함께 다루지요.

방언을 쓴 문장을 보고 곧바로 ‘맞춤법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표준어로 써야 하는 학교 과제나 공문이라면 “벌써 끝난 거야”처럼 옮겨 쓰면 됩니다. 할머니가 실제로 하신 말씀을 기록하거나 소설 속 대화를 살릴 때라면 “발써 끝난 겨”라는 말맛을 남길 수 있고요. 어느 자리에서 누구의 말을 전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표기가 달라집니다.

충청도 사투리 모음에서 눈여겨볼 것은 낯선 낱말의 개수만이 아닙니다. ‘유’에는 상대를 향한 말투가, ‘겨’에는 문장의 끝맺음이, ‘고대’에는 앞뒤 장면에 따라 달라지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말을 외우기 전에 그 말을 건네는 사람의 얼굴과 상황을 떠올리면, 처음 듣는 사투리도 한결 가깝게 들립니다.

충청도 사투리 모음은 왜 말끝부터 다를까요? - 요약
충청도 사투리 모음은 왜 말끝부터 다를까요? | 어휘마스터 : https://word.or.kr/1010
어휘마스터 © word.or.kr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