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띄어쓰기, 언제 띄고 언제 붙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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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띄어쓰기, 언제 띄고 언제 붙일까요?

학생들의 글을 읽다 보면 ‘만난지 오래됐다’와 ‘만날 지 모르겠다’가 한 문단에 함께 나올 때가 있습니다. 둘 다 ‘지’가 보이는데 하나는 띄어 써야 하고, 다른 하나는 붙여 써야 합니다. 소리만 듣고 적으면 헷갈릴 만합니다. 이때는 ‘지’ 앞뒤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보면 판단하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말할 때

‘친구를 만난 지 3년이 지났다’에서 ‘지’는 만난 때부터 지금까지 흐른 시간을 가리킵니다. ‘졸업한 지 한 달’, ‘밥을 먹은 지 두 시간’, ‘집을 떠난 지 오래됐다’도 같습니다. 지난 일이 있고, 그 뒤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말하지요. 이때의 ‘지’는 의존 명사라서 앞말과 띄어 씁니다.

의존 명사라는 이름이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혼자 쓰이기 어려워 앞에서 꾸며 주는 말이 필요하지만, 문장 안에서는 명사 노릇을 하는 말입니다. ‘만난’이 ‘지’를 꾸며 주는 셈이지요. 국립국어원이 풀이한 한글 맞춤법 제42항도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고 규정합니다. ‘만난 지’ 사이에 빈칸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수업에서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를 붙여 물어봅니다. ‘학교를 떠난 지 얼마나 됐어?’는 자연스럽습니다. ‘학교를 떠난 지 5년 됐어’라고 기간으로 답할 수도 있고요. 뒤에 ‘오래’, ‘사흘’, ‘몇 달’ 같은 말이 오면 시간을 재고 있다는 단서가 됩니다. 다만 기간을 나타내는 말이 바로 뒤에 없더라도 뜻이 같으면 띄어 씁니다. ‘그를 본 지가 오래다’의 ‘지가’도 ‘지’에 조사 ‘가’가 붙은 형태입니다.

알거나 궁금한 내용을 말할 때

이번에는 ‘친구가 오는지 모르겠다’를 보겠습니다. 여기에는 ‘온 뒤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가’라는 뜻이 없습니다. 친구가 오는가, 오지 않는가를 모른다는 말입니다. ‘오는지’의 ‘-는지’는 동사에 붙는 어미이므로 앞말과 떼지 않습니다.

‘왜 늦었는지 물었다’, ‘주소가 맞는지 확인했다’, ‘어느 쪽이 좋은지 고민했다’도 같은 원리입니다. 사실을 알거나 묻거나 판단하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동사 뒤에는 ‘오는지’, ‘먹는지’처럼 쓰고, 형용사 뒤에는 ‘좋은지’, ‘작은지’처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 글자가 ‘ㄴ’으로 끝난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지’를 띄어 쓰면 뜻을 놓치게 됩니다.

바꾸어 읽는 방법도 있습니다. ‘도착했는지 모르겠다’를 ‘도착했는가 모르겠다’로 읽어 보면 궁금하거나 확신하지 못하는 뜻이 드러납니다. 국립국어원 교재에서도 이런 비교를 제시합니다. 반대로 ‘도착한 지 한 시간이 지났다’를 ‘도착한가 한 시간이 지났다’로 바꿀 수는 없지요. 이 문장의 ‘지’는 시간을 세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한 지’와 ‘할지’는 왜 다를까요?

가장 자주 섞이는 두 표현이 ‘한 지’와 ‘할지’입니다. ‘숙제를 한 지 두 시간이 됐다’는 숙제를 끝낸 뒤 흐른 시간을 말합니다. 그래서 띄어 씁니다. ‘숙제를 할지 말지 아직 못 정했다’는 앞으로 할 것인지 선택하는 말입니다. 이때는 ‘-ㄹ지’가 어미여서 ‘할지’, ‘말지’ 모두 붙여 씁니다.

‘갈지 모르겠다’, ‘먹을지 생각 중이다’, ‘비가 올지 궁금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문장은 ‘갈까’, ‘먹을까’, ‘올까’로 바꾸어 읽어도 뜻의 흐름이 이어집니다. ‘갈 까’라고 쓰지 않는 것처럼 ‘갈 지’라고 쓰지 않습니다. 반면 ‘고향에 간 지 10년이 됐다’에는 ‘갈까’와 같은 물음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미 고향에 간 일을 기준으로 10년을 세는 문장입니다.

같은 행동을 가리켜도 시점을 바꾸면 표기가 달라집니다. ‘약을 먹은 지 세 시간이 됐다’는 먹은 뒤의 시간을 말하고, ‘약을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먹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말입니다. 앞 문장은 ‘먹은 지’, 뒤 문장은 ‘먹었는지’입니다. 두 문장을 나란히 놓으면 띄어쓰기가 단순히 글자 모양에 달린 일이 아니라는 점이 보입니다.

문장 속에서 빠르게 가려내는 방법

‘지’를 만났을 때는 먼저 그 문장이 지난 사건부터 흐른 시간을 재는지 읽어 보세요. ‘퇴사한 지 반년’, ‘비가 그친 지 얼마 안 됐다’처럼 기간을 말하면 앞말과 띄어 씁니다. 그 기간이 정확한 숫자로 나오지 않아도 ‘오래’, ‘얼마 안 됐다’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퇴사했는지 몰랐다’, ‘비가 그쳤는지 창밖을 봤다’는 시간이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는 문장입니다. 여기서는 붙여 씁니다. ‘어떤지’, ‘그랬는지’, ‘될지’처럼 의문이나 판단이 이어지는 표현도 같은 쪽입니다. ‘몇 년’이라는 말이 문장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결정하지는 마세요. 무엇을 기준으로 그 기간을 세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글을 고칠 때 저는 ‘지’ 앞에서 잠깐 멈춥니다. ‘그 일이 있고 얼마나 지났나’를 말하는 자리라면 한 칸 띄고, ‘그런가’, ‘그럴까’를 생각하는 자리라면 붙입니다. 말이 맡은 역할을 보고 나면 ‘만난 지’와 ‘만날지’의 빈칸도 제자리를 찾습니다.

지 띄어쓰기, 언제 띄고 언제 붙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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