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다 삼가하다 차이 왜 하를 붙이면 틀릴까요?

Last Updated :
삼가다 삼가하다 차이 왜 하를 붙이면 틀릴까요?

학교 복도 안내문을 읽다가 ‘떠드는 행동을 삼가해 주세요’에서 눈이 멈춘 적이 있습니다. 뜻은 잘 통합니다. 그런데 안내문을 쓴 사람도 읽는 사람도 익숙해하는 ‘삼가해’가 표준적인 표현은 아닙니다. 삼가다 삼가하다 차이를 알려면 먼저 이 말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봐야 합니다.

원래 있던 동사는 ‘삼가다’입니다

‘삼가다’는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한다는 뜻의 동사입니다. ‘말을 삼가다’, ‘행동을 삼가다’처럼 씁니다. 술이나 외출처럼 어떤 일의 양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않도록 한다는 뜻으로도 쓰지요. 그래서 ‘늦은 밤 외출을 삼가다’도 자연스럽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삼가’가 이미 동사 ‘삼가다’의 어간이라는 점입니다. ‘공부’라는 명사에 ‘하다’를 붙여 ‘공부하다’를 만드는 것과 구조가 다릅니다. ‘삼가다’에서 ‘-다’를 떼면 ‘삼가-’가 남습니다. 여기에 다시 ‘하다’를 붙여 ‘삼가하다’로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국립국어원도 ‘삼가하다’를 ‘삼가다’의 비표준어로 설명합니다.

이 구별은 최근에 생긴 것이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이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1936년 조선어학회의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에도 ‘삼가다’가 표준어로 실려 있습니다. 요즘 들어 갑자기 ‘삼가하다’를 틀린 말로 바꾼 것이 아니라, 오래 쓰여 온 동사의 본모양을 따르는 것입니다.

왜 자꾸 ‘삼가하다’라고 쓰게 될까요?

수업에서 학생들과 안내문을 고쳐 보면 ‘삼가해 주세요’가 더 공손하게 들린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하다’가 붙은 말이 일상에 워낙 많기 때문일 겁니다. ‘조심하다’, ‘자제하다’, ‘주의하다’를 떠올리면 ‘삼가하다’도 비슷한 모양으로 느껴집니다. 익숙한 말의 틀에 다른 말을 끼워 넣은 셈이지요.

또 ‘삼가’라는 짧은 형태만 보면 독립된 말 뒤에 ‘하다’를 붙일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흡연을 삼가 주세요’의 ‘삼가’는 ‘삼가다’가 문장 안에서 변한 모습입니다. 동사의 원형을 확인하면 덧붙인 ‘하’가 왜 어색한지 보입니다. 많이 쓰인다는 사실과 표준적인 형태인지는 구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삼가하다’라고 쓴 사람의 뜻을 못 알아듣는 것은 아닙니다. 말이 통하는 것과 공적인 글에서 어떤 형태를 선택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학교 가정통신문이나 시설 안내문처럼 오래 남는 글이라면 ‘삼가다’를 기준으로 다듬는 편이 좋습니다.

문장에서는 ‘삼가’가 어떻게 바뀔까요?

‘삼가다’의 어간 ‘삼가-’에 어미가 붙으면 ‘삼가고’, ‘삼가는’, ‘삼가야’, ‘삼갑니다’가 됩니다. ‘삼가 주세요’는 ‘삼가-’에 ‘-아’가 붙은 형태입니다. 같은 ‘ㅏ’ 소리가 이어지면서 하나로 나타나므로 ‘삼가아 주세요’라고 적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상담 사례도 ‘흡연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를 바른 표현으로 제시합니다.

  • ‘대화를 삼가해 주세요’ → ‘대화를 삼가 주세요’
  • ‘과한 추측을 삼가하는 게 좋겠습니다’ → ‘과한 추측을 삼가는 게 좋겠습니다’
  • ‘야간 외출을 삼가해야 합니다’ → ‘야간 외출을 삼가야 합니다’
  • ‘불필요한 연락을 삼가하겠습니다’ → ‘불필요한 연락을 삼가겠습니다’

‘삼가해’만 고치고 다른 형태를 놓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삼가하는’, ‘삼가해야’, ‘삼가하겠습니다’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원형을 ‘삼가다’로 잡아 두면 문장마다 따로 외울 필요가 줄어듭니다.

띄어쓰기도 함께 볼 만합니다. 요청하는 말이라면 ‘삼가 주세요’처럼 띄어 쓰는 것이 기본입니다. ‘삼가해 주세요’에서 ‘해’만 지워 ‘삼가주세요’로 붙여 쓰기보다, 동사와 뒤따르는 ‘주세요’를 나누어 ‘삼가 주세요’라고 적으면 됩니다. 더 짧은 안내문이 필요하다면 ‘흡연을 삼가 주십시오’라고 써도 좋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의 ‘삼가’도 같은 뜻일까요?

장례 인사에서 쓰는 ‘삼가 명복을 빕니다’를 떠올리면 잠깐 헷갈릴 수 있습니다. 여기의 ‘삼가’는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라는 뜻의 부사입니다. ‘명복을 빌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반면 ‘흡연을 삼가 주세요’의 ‘삼가’는 ‘삼가다’가 활용한 동사 형태입니다. 겉모양이 같아도 문장 안에서 하는 일이 다릅니다.

두 문장을 나란히 읽으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에서는 ‘어떤 마음으로 비는가’를 말합니다. ‘흡연을 삼가 주세요’에서는 ‘무엇을 자제해 달라는가’를 말하지요. 앞의 ‘삼가’를 보고 뒤의 동사까지 ‘삼가하다’로 바꾸면 서로 다른 쓰임을 뒤섞게 됩니다.

저는 안내문에서 이 말을 만날 때마다 뒤에 ‘하다’를 붙이기 전에 원형을 한번 떠올립니다. ‘삼가다’라는 동사가 이미 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말을 삼가고, 행동을 삼가고, 필요할 때는 ‘삼가 주세요’라고 부탁하면 됩니다. 짧은 말 하나도 본래의 모습을 알고 쓰면 문장이 한결 분명해집니다.

삼가다 삼가하다 차이 왜 하를 붙이면 틀릴까요? - 요약
삼가다 삼가하다 차이 왜 하를 붙이면 틀릴까요? | 어휘마스터 : https://word.or.kr/942
어휘마스터 © word.or.kr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