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나흘 차이, 왜 사가 들어간 사흘이 3일일까요?

수업 시간에 ‘사흘 동안 쉰다’는 문장을 쓰면 꼭 한두 명은 손을 듭니다. ‘사’가 들어 있으니 4일 아니냐는 거죠. 그렇게 생각할 만합니다. 한자어 ‘사(四)’는 넷을 뜻하니까요. 그런데 사흘은 3일이고, 4일은 나흘입니다. 사흘 나흘 차이는 하루지만, 두 말이 헷갈리는 까닭은 숫자를 떠올리는 방식에 있습니다.
사흘은 3일, 나흘은 4일입니다
국립국어원의 한국어기초사전은 사흘을 ‘세 날’, 나흘을 ‘네 날’로 풀이합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쉬면 사흘이고, 목요일까지 쉬면 나흘입니다. 월요일을 첫날로 놓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면 금방 보입니다. 월요일 하나, 화요일 둘, 수요일 셋. 목요일까지 세면 넷입니다.
‘사흘 동안 여행했다’는 말은 여행한 기간이 3일이라는 뜻입니다. ‘나흘 동안 여행했다’면 4일이고요. 여행을 떠난 날과 돌아온 날을 모두 포함해 말하는지에 따라 실제 일정이 달라질 수 있으니, 예약이나 약속에서는 날짜도 함께 적는 편이 분명합니다. 이를테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사흘’이라고 쓰면 서로 다른 달력을 떠올릴 일이 없습니다.
요일로 바꾸면 차이가 더 선명합니다. ‘월·화·수 사흘’과 ‘월·화·수·목 나흘’입니다. 사흘에서 나흘로 넘어갈 때 늘어나는 것은 딱 하루입니다. 이 기본 뜻을 먼저 잡아 두면 뒤에 붙는 ‘동안’, ‘뒤’, ‘째’도 문장에 맞춰 읽을 수 있습니다.
사흘의 ‘사’는 왜 넷이 아닐까요?
여기서 ‘사’를 한자 ‘넷 사(四)’로 읽으면 자꾸 길을 잃습니다. 사흘과 나흘은 우리말의 날짜 이름입니다. 3일, 4일처럼 한자어 숫자에 ‘일(日)’을 붙여 만든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흘’이라는 글자 안에서 ‘사’만 떼어 4일의 ‘사’와 같은 뜻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오래된 말의 모양을 보면 이해가 조금 쉬워집니다. 국립국어원이 전하는 우리말샘의 역사 정보에 따르면 사흘의 옛말은 15세기 문헌에 보이는 ‘사’이고, 나흘의 옛말은 ‘나’입니다. 지금의 사흘에는 원래 없던 ‘ㅎ’이 더해진 것으로 설명합니다. 나흘도 옛 형태가 변하면서 오늘날의 소리와 표기로 굳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틀’ 같은 다른 날짜 이름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옛글자까지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두 말이 오래전부터 쓰인 우리말이고, 지금 보이는 글자만 한자 숫자와 맞춰 해석하면 뜻을 거꾸로 짚게 된다는 점은 기억할 만합니다. 학생들에게도 저는 ‘사흘의 사는 사 일의 사가 아니다’라고 말한 다음, 하루·이틀·사흘·나흘을 차례로 읽게 합니다. 숫자 하나를 따로 붙잡을 때보다 흐름 속에서 훨씬 잘 익힙니다.
‘사흘 동안’과 ‘사흘 뒤’는 세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뜻을 알고도 날짜를 잘못 계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흘 동안’은 기간의 길이를 말하고, ‘사흘 뒤’는 기준이 되는 날에서 3일이 지난 때를 가리킵니다. 월요일부터 사흘 동안 쉰다면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을 쉽니다. 월요일에서 사흘 뒤에 만나자고 했다면 화요일이 하루 뒤, 수요일이 이틀 뒤, 목요일이 사흘 뒤입니다. 같은 ‘사흘’이어도 문장 속에서 무엇을 세는지 봐야 합니다.
‘나흘 뒤’라면 월요일을 기준으로 금요일입니다. 달력에서 월요일 다음 칸부터 화·수·목·금, 네 칸을 이동한 셈이죠. 반면 ‘월요일부터 나흘 동안’은 월·화·수·목입니다. 이 차이 때문에 약속을 잡을 때 ‘나흘 뒤’와 ‘나흘 동안’을 섞어 들으면 하루 차이가 생깁니다.
‘사흘째’도 자주 나옵니다. 월요일에 시작한 일이 수요일에도 이어진다면 수요일이 사흘째입니다. 시작한 월요일을 첫째 날로 세기 때문입니다. 월요일에 시작해 목요일까지 이어지면 목요일은 나흘째가 됩니다. ‘뒤’에서는 기준일 다음 날부터, ‘째’에서는 시작한 날부터 센다고 생각하면 실제 날짜를 짚기 편합니다.
사흘 다음에 나흘, 그다음은 닷새입니다
날짜 이름을 이어 읽으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입니다. 3일과 4일만 따로 외우는 것보다 이 순서를 소리 내어 읽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닷새’는 5일, ‘엿새’는 6일입니다. 국어 수업에서도 ‘사흘이 4일이면 그다음 나흘은 며칠일까?’ 하고 물으면, 아이들이 말의 순서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표기도 함께 알아두면 좋습니다. 사흘과 나흘에는 모두 받침 ‘ㄹ’이 있지만, ‘날’이 붙어 굳은 말은 ‘사흗날’, ‘나흗날’로 적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이튿날, 사흗날, 나흗날’에서 받침 ‘ㄹ’이 ‘ㄷ’으로 바뀐 모습을 설명합니다. 그래서 ‘사흘날’이나 ‘나흘날’이라고 적고 싶어질 때도 한 번 더 확인하게 됩니다.
사흘과 나흘을 구별하는 일은 어려운 규칙을 암기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래 쓰여 온 날짜 이름의 순서를 익히고, 문장에서 첫날을 포함해 세는지 기준일 다음부터 세는지 짚는 일에 가깝습니다. ‘사흘은 3일, 나흘은 4일’이라는 뜻 위에 실제 달력의 날짜를 놓아 보면, 말이 훨씬 또렷하게 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