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규정 제2항은 왜 외래어를 따로 다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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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 규정 제2항은 왜 외래어를 따로 다룰까요?

교실에서 ‘초콜릿’을 적으라고 하면 ‘초콜렛’도 익숙한데 왜 틀리느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그럴 때 저는 정답부터 말하기보다, 그 말이 어디에서 왔는지 먼저 묻습니다. 밖에서 들어온 말은 우리말 속에 자리 잡는 과정도, 한글로 적는 기준도 함께 보아야 하니까요.

표준어 규정 제2항의 ‘따로’는 무슨 뜻일까요?

표준어 규정 제1부 ‘표준어 사정 원칙’의 제2항은 짧습니다. “외래어는 따로 사정한다.” 여기서 ‘사정’은 어떤 말을 표준어로 인정할지 살펴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외래어를 우리말에서 빼겠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외국에서 들어온 말을 우리말 어휘로 받아들일지 판단하는 일을 별도로 다루겠다는 말이지요.

바로 앞의 제1항은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런데 새로 들어오는 외국의 말을 이 기준에 곧장 넣기는 어렵습니다. 어느 나라 말에서 왔는지, 우리 생활에서 어떤 뜻으로 쓰이는지, 한글로는 어떻게 적을지까지 살펴야 합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어 규정 해설도 이런 이유로 외래어의 사정을 별도로 설명합니다.

‘따로’라는 두 글자를 ‘마음대로’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외래어에도 기준이 있습니다. 다만 오래 써 온 우리말의 여러 형태 가운데 표준형을 고르는 일과, 밖에서 들어온 말을 받아들이고 적는 일은 검토할 내용이 다릅니다.

외국어가 들어오면 모두 외래어가 될까요?

학생들과 ‘커피’를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밖에서 온 말이었지만, 이제는 “커피 한 잔”이라는 문장에 아무 설명 없이 들어갑니다.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말 속에서의 쓰임을 설명할 수는 없지요. 외래어란 이렇게 우리말 어휘 체계에 들어와 쓰이는 말을 가리킵니다.

반면 외국어의 한 표현을 대화 중에 잠깐 가져다 썼다고 해서 곧바로 우리말 어휘가 되지는 않습니다. 국립국어원 해설은 표준어 규정 제2항의 ‘외래어’를 우리말에 편입된 말이라는 좁은 뜻으로 풀이합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외국의 인명·지명처럼 아직 우리말 어휘라고 보기 어려운 이름의 한글 표기까지 다룹니다. 두 규정에서 같은 말을 조금 다른 범위로 쓰는 셈입니다.

그래서 어떤 말이 외래어인지와 그 말을 어떻게 적을지는 구별해서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첫째는 우리말 어휘로 받아들여 쓰는가의 문제입니다. 둘째는 한글 표기를 정하는 문제지요. 표준어 규정 제2항은 주로 첫째 문제를 별도로 다룬다고 밝히고, 실제 표기를 확인할 때에는 외래어 표기법과 사전의 표제어를 함께 보게 됩니다.

‘초콜릿’은 왜 ‘초콜렛’이 아닐까요?

‘초콜렛’은 눈에도 귀에도 낯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글에서 쓸 표기는 ‘초콜릿’입니다. 국립국어원은 영어에서 들어온 이 말을 외래어 표기 기준에 따라 ‘초콜릿’으로 적는다고 안내합니다. 우리 귀에 들리는 대로 한 사람씩 적으면 같은 말에 여러 표기가 생기므로, 함께 쓸 형태를 정해 둔 것입니다.

여기에는 외래어 표기법의 또 다른 면도 있습니다. 이미 굳어진 외래어의 관용은 존중합니다. 그렇다고 어떤 표기가 자주 보이기만 하면 곧바로 모두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관용을 인정하는 범위와 실제 표기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초콜릿’과 ‘초콜렛’ 사이에서 헷갈릴 때 외울 것은 글자 하나보다, 외래어에도 공동의 표기 기준이 있다는 점입니다.

학생이 “저는 늘 초콜렛이라고 말했는데요”라고 하면 그 말부터 지적하지는 않습니다. 말로 익숙한 소리와 글에 적는 표준형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일상 대화의 발음 하나하나를 판정하려는 규정으로 받아들이면, 왜 표기가 필요한지 놓치기 쉽습니다.

그럼 ‘짜장면’은 언제부터 맞는 말이 되었을까요?

외래어의 기준이 영원히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가 ‘짜장면’입니다. 한동안 표준어로 인정된 형태는 ‘자장면’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짜장면’이 널리 쓰였고, 국립국어원은 2011년 8월 31일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했습니다. 지금은 ‘자장면’과 ‘짜장면’을 모두 쓸 수 있습니다.

이 변화는 “많이 쓰면 당장 다 맞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언어 현실을 살피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뒤 기준에 반영한 사례입니다. 어릴 때 배운 표기 하나만 기억하는 사람과 최근 사전을 확인한 사람의 답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표준어가 바뀐 경우에는 이전에 무엇이 인정되었고, 언제 무엇이 더해졌는지를 함께 봐야 말의 흐름이 보입니다.

표준어 규정은 1988년 1월 19일 고시되어 1989년 3월 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그 제2항이 외래어를 별도로 둔 까닭도 새 말이 계속 들어오는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새로 쓰이기 시작한 표현을 무조건 밀어내거나, 반대로 유행한다는 이유만으로 곧장 표준어라고 부르기보다 쓰임과 기준을 차근차근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낯선 외래어를 만나면 그 말이 우리말 문장 안에서 어떤 뜻으로 쓰이는지부터 물어봅니다. 그다음 사전의 표제어와 외래어 표기를 확인합니다. 말이 들어와 자리를 잡은 사연을 알고 나면, ‘초콜릿’의 마지막 한 글자도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표준어 규정 제2항은 왜 외래어를 따로 다룰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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