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규정 복수 표준어는 왜 늘어날까요?

수업 시간에 ‘짜장면’을 칠판에 쓰면 학생들이 먼저 묻습니다. “선생님, 시험에서는 자장면이라고 써야 하지 않아요?” 예전에 그렇게 배운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장면과 짜장면 모두 표준어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철자 하나가 바뀐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오래 써 온 말을 표준어에 함께 올린 것이지요.
짜장면은 왜 자장면과 나란히 놓였을까요?
자장면의 ‘자장’은 중국어에서 온 말입니다. 외래어 표기 원칙에 따라 적으면 ‘자장’이어서, 한동안 자장면만 표준어로 인정됐습니다. 그런데 식당에서 주문할 때나 집에서 저녁 메뉴를 고를 때는 ‘짜장면’이라는 말도 널리 쓰였지요. 표기 원칙과 실제 언어생활 사이에 간격이 있었던 셈입니다.
국립국어원은 2011년 8월 31일 짜장면을 새 표준어로 인정했습니다. 기존의 자장면을 없앤 것은 아닙니다. 이제 “자장면을 먹었다”와 “짜장면을 먹었다”는 문장 모두 바르게 쓴 문장입니다. 교과서에서 자장면을 배웠던 기억도 맞고, 지금 짜장면을 쓰는 것도 맞습니다. 서로 다른 시기의 기준을 기억하고 있어서 생긴 혼란입니다.
표준어 규정은 두 형태를 언제 함께 인정할까요?
표준어 규정 제26항의 취지는 분명합니다.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여러 형태가 널리 쓰이고 규정에도 맞으면,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복수 표준어입니다. 두 말 가운데 하나를 골라 다른 하나를 지우는 방식만 있는 게 아니지요.
‘만날’과 ‘맨날’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예전에는 만날만 표준어였지만, 2011년부터 맨날도 인정됐습니다. “맨날 늦는다”를 무조건 “만날 늦는다”로 고칠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같은 해에 ‘간질이다’와 ‘간지럽히다’, ‘복사뼈’와 ‘복숭아뼈’도 함께 쓸 수 있는 말이 됐습니다. 익숙한 말이라고 해서 저절로 표준어가 된 것은 아닙니다. 실제 쓰임을 살피고, 각각의 말을 표준어로 인정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여기서 숫자 하나를 구별해 두면 좋겠습니다. 국립국어원은 2011년에 39개 항목을 새로 인정했지만, 그 39개가 모두 기존 말과 뜻이 똑같은 복수 표준어인 것은 아닙니다. 같은 뜻의 말을 함께 인정한 항목은 11개이고, 뜻이나 쓰임이 달라 별도로 인정한 말과 표준 표기를 추가한 말도 포함돼 있습니다. ‘새 표준어’라는 발표만 보고 모든 낱말을 서로 바꿔 써도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이쁘다도 예쁘다와 똑같이 쓸 수 있을까요?
학생의 글에서 “동생이 이쁘다”를 보면 예전에는 ‘예쁘다’로 고쳐 주곤 했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고칠 이유가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5년 표준어 추가 사정안에 따라 ‘이쁘다’가 ‘예쁘다’와 함께 인정됐고, 2016년 1월 1일 사전에 반영됐습니다. “꽃이 예쁘다”와 “꽃이 이쁘다” 모두 가능합니다.
다만 복수 표준어라는 이름만 보고 모든 뜻에 같은 허가증이 붙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함께 인정된 ‘마실’과 ‘마을’이 좋은 예입니다. “이웃집에 마실 갔다”처럼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을 뜻할 때는 마실을 쓸 수 있습니다. 반면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을 가리키며 “우리 마실은 조용하다”라고 쓰는 것은 표준어로 인정된 쓰임이 아닙니다. 인정된 말인지와 어느 뜻에서 인정됐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많이 쓰이면 무엇이든 표준어가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행복하길 바래”의 ‘바래’는 자주 보이지만, ‘바라다’의 활용형을 적을 때는 “행복하길 바라”가 맞습니다. 짜장면처럼 한 낱말의 표기를 추가로 인정한 일과, ‘바라다’에 어미가 붙는 방식을 바꾸는 일은 성격이 다릅니다. 국립국어원도 실제 사용 빈도뿐 아니라 말의 짜임과 규범을 함께 고려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헷갈리는 말을 만나면 세 가지를 차례로 묻습니다. 두 형태가 모두 사전에 올라 있는지, 같은 뜻에서 쓸 수 있는지, 표준어로 인정된 시기가 언제인지 말입니다. 오래된 문제집의 정답과 지금의 표준어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틀렸다’는 기억만 붙잡기보다 말이 어떻게 쓰여 왔고 기준이 언제 달라졌는지를 알면, 자장면과 짜장면 앞에서 더는 망설이지 않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