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죠 높임말로 써도 될까요?

얼마 전 한 학생이 선생님께 오랜만에 안부 문자를 보내려다 손을 멈췄습니다. ‘잘 지내시죠?’라고 쓰려니 너무 가벼운 것 같고, ‘잘 지내십니까?’라고 쓰려니 평소 사이와 달리 딱딱하게 느껴졌다는 겁니다. 실제로 안부 인사에서는 맞는 표현인지와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표현인지가 함께 걸립니다.
‘잘 지내시죠?’에는 높임이 어떻게 들어 있을까요?
‘잘 지내시죠?’는 높임 표현이 맞습니다. 말을 풀어 보면 ‘잘 지내시지요?’이고, 여기에 두 종류의 높임이 들어 있습니다. ‘지내시다’의 ‘-시-’는 안부를 묻는 대상, 곧 문장의 주체를 높입니다. 끝의 ‘-죠’는 ‘-지요’가 줄어든 말로, 듣는 사람을 예우하는 해요체 표현입니다. 국립국어원도 ‘-죠’를 상대를 보통으로 높이는 ‘-지요’의 준말로 설명합니다.
이를 비교하면 차이가 또렷합니다. 친한 친구에게는 ‘잘 지내?’라고 묻습니다. 상대를 높여 말할 때는 ‘잘 지내세요?’나 ‘잘 지내시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의 표현은 안부를 묻는 느낌이 비교적 곧고, 뒤의 표현에는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라는 짐작을 확인하는 느낌이 실립니다. 높임의 유무만으로 두 문장의 쓰임을 다 설명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죠’라는 글자가 짧아 보여 반말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의 높임은 글자 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렇죠?’, ‘괜찮으시죠?’도 상대를 높여 말하는 문장입니다. 다만 높임말이라고 해서 모든 자리에서 똑같이 격식을 갖춘 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높임말인데도 가볍게 들릴 때가 있는 이유
교실에서 이 표현을 설명할 때 저는 질문을 하나 덧붙입니다. “선생님이 많이 아프셨다가 돌아오신 날에도 ‘잘 지내시죠?’라고 할까요?” 학생들은 대개 잠깐 망설입니다. ‘-죠’에는 상대의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확인하는 말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잘 지내지 못했을 사정을 아는 자리라면 “요즘은 좀 어떠세요?”나 “몸은 많이 나아지셨어요?”가 더 세심하게 들립니다.
관계도 중요합니다. 평소 편하게 대화하는 선생님이나 선배에게 “선생님, 요즘 잘 지내시죠?”라고 보내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반면 처음 연락하는 기관 담당자나 격식을 갖춘 자리에서 만난 분에게는 “안녕하십니까?” 또는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가 더 어울릴 수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죠’의 적절성을 친밀도와 나이 차이 등 여러 요소를 함께 보아 판단해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그러니 ‘윗사람에게 쓰면 무조건 실례’라고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오랜만에 연락하면서 부탁까지 해야 한다면 첫 문장을 조금 더 신중히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교수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지난 학기 수업을 들었던 ○○○입니다.”처럼 관계와 용건을 먼저 밝히면 안부가 형식적인 인사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친분이 있는 사이라면 “선생님,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잘 지내시죠?”도 충분히 부드럽습니다.
‘잘 지내시죠’와 ‘잘 지내셨어요’는 무엇이 다를까요?
두 표현 모두 상대를 높이지만 바라보는 시간이 다릅니다. “요즘 잘 지내시죠?”는 지금의 생활을 짐작하며 묻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는 만난 뒤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며 묻습니다. 몇 달 만에 다시 만난 자리라면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음의 태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잘 지내시죠?’는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담은 확인에 가깝습니다. ‘잘 지내셨어요?’는 상대가 어떻게 지냈는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묻는 느낌입니다. 물론 억양이나 앞뒤 대화에 따라 말맛은 달라집니다. 문자에서는 억양을 전할 수 없으니, 상대의 사정을 잘 모를 때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처럼 답할 여지를 넓혀 주는 문장이 편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잘 계시죠?”도 안부 인사로 쓰이지만 ‘잘 지내시죠?’와 낱말이 같지는 않습니다. ‘지내다’에는 일정한 기간을 살아가거나 보내는 뜻이 있어 요즘 생활을 묻기에 알맞습니다. 어떤 표현이 더 다정한지는 사전에 적힌 높임의 단계보다 서로 평소에 나누던 말투가 좌우할 때가 많습니다.
문자로 쓸 때 띄어쓰기는 어떻게 할까요?
표기는 ‘잘 지내시죠?’입니다. ‘잘’과 ‘지내시죠’를 띄어 씁니다. ‘잘’은 ‘지내다’를 꾸미는 말이고, 두 말이 하나의 합성어로 굳은 것은 아닙니다. 국립국어원도 ‘잘 지내’의 띄어쓰기를 이처럼 설명합니다. 그래서 “잘지내시죠?”처럼 붙여 쓰지 않습니다.
반면 ‘지내시죠’ 안에서는 띄어 쓰지 않습니다. ‘지내다’에 주체 높임을 나타내는 ‘-시-’와 문장을 끝맺는 ‘-죠’가 이어진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잘 지내 시죠?”라고 나누어 적으면 낱말의 구성과도 맞지 않습니다. ‘잘 지내시지요?’라고 풀어 써도 ‘잘’ 뒤 한 칸만 띄우면 됩니다.
학생에게는 이 표현을 한 줄짜리 규칙으로 외우게 하지 않습니다. 먼저 누구의 안부를 묻는지, 그 사람과 얼마나 가까운지,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면 ‘-시-’를 붙이는 까닭도, ‘-죠’ 대신 ‘-셨어요?’를 고르는 까닭도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안부 인사는 높임을 많이 넣는 기술보다 상대의 시간을 헤아리는 말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