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은 왜 필요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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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은 왜 필요했을까요?

수업 시간에 외국 도시 이름이 나온 책 두 권을 펼쳐 놓았더니, 한 학생이 표기가 서로 다르다며 어느 쪽을 외워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지금도 낯선 이름 앞에서는 비슷한 질문이 나옵니다. 그런데 1930년대에는 같은 도시 런던을 ‘로돈’, ‘논돈’, ‘윤돈’처럼 제각기 적는 일도 있었습니다. 외국어 소리를 한글로 옮길 때 함께 따를 기준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흩어진 표기를 왜 하나로 묶으려 했을까요?

조선어학회는 1931년 외래어 표기 문제를 논의할 협의회를 꾸렸습니다. 책과 신문에 외국 지명이나 인명이 나올 때마다 적는 방식이 달라지면, 독자는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인지부터 가려야 합니다. 사전을 만들거나 교과서를 쓰는 사람에게도 곤란한 일이었겠지요. ‘통일안’의 통일은 모든 외국어를 똑같이 발음하게 하자는 뜻이 아니라, 우리 글로 적을 때 서로 알아볼 수 있는 공통 기준을 세우자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 바탕은 1933년 조선어학회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에도 있었습니다. 외래어를 적으려고 새 문자나 부호를 만들지 않고, 쓰던 한글로 소리를 나타낸다는 방향입니다. 원어 철자를 한 글자씩 베끼면 원어를 아는 사람에게는 익숙할지 몰라도 우리말 문장 속에서는 읽기가 불편해집니다. 외국어의 소리를 우리 글자로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야 했던 이유입니다.

1940년에 발표하고 1941년에 책으로 냈습니다

연도를 찾다 보면 ‘1940년 통일안’과 ‘1941년 통일안’이 함께 보입니다. 서로 다른 규정을 가리키는 말은 아닙니다. 조선어학회가 오랜 논의를 거쳐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을 1940년 6월에 발표했고, 이듬해 1월 책자로 펴냈기 때문입니다. 발표 시점과 간행 시점을 나누어 기억하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당시는 우리말로 된 사전을 만드는 작업도 이어지던 때였습니다. 낱말을 모으는 것만으로 사전이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표준어를 가리고, 같은 말을 일정하게 적을 기준도 있어야 합니다.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은 그런 작업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말이 바깥에서 왔다는 이유로 우리말 문장 밖에 둘 수는 없으니까요.

지금 쓰는 외래어 표기법과는 어떻게 다를까요?

여기서 연도를 하나 더 구분해야 합니다. 1940년의 통일안이 현재 규정과 글자 하나까지 같은 것은 아닙니다. 해방 뒤에도 표기 기준은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1958년에는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이 시행됐고, 지금 쓰는 외래어 표기법의 근간은 문교부가 1986년 1월 7일 고시한 규정입니다. 옛 통일안은 출발점으로 읽고, 오늘의 표기를 판단할 때는 현행 규정을 봐야 합니다.

1986년 규정은 현재 쓰는 한글 자모 24자로 적고, 파열음을 적을 때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길게 나는 소리를 모음을 거듭 써서 표시하지 않도록 한 점도 눈에 띕니다. 국립국어원의 규정 연혁에는 ‘티임’에서 ‘팀’, ‘보우트’에서 ‘보트’로 바뀐 사례가 실려 있습니다. 소리를 될 수 있는 대로 비슷하게 담되, 한글 문장 안에서 일관되게 읽히도록 표기 방식을 다듬은 것입니다.

‘뻬이징’에서 ‘베이징’, ‘시모노세끼’에서 ‘시모노세키’로 고친 사례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들리는 대로 적는 감각만으로 모든 낱말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언어마다 소리 체계가 다르고, 이미 널리 굳어진 표기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원칙 하나를 외운 뒤 모든 말에 그대로 대입하면 다시 틀리기 쉽습니다.

낯선 외래어는 무엇부터 확인하면 될까요?

저는 학생들에게 먼저 ‘이 말이 어느 언어에서 왔는가’를 묻습니다. 영어 철자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다른 언어의 이름일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해당 언어 표기 기준과 국립국어원의 용례를 확인합니다. 이미 우리말로 굳은 낱말이라면 원어 발음만 따져 표기를 새로 만들기보다 사전에 실린 표기를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외래어 표기법과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도 방향이 다릅니다. 앞의 것은 외국어에서 온 말을 한글로 적는 기준이고, 뒤의 것은 우리말을 로마자로 적는 기준입니다. 두 이름이 비슷해서 섞어 기억하기 쉬운데, 어느 쪽으로 옮겨 적는지만 생각해도 구별됩니다.

새로 들어오는 말의 쓰임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습니다. 쓰는 사람이 늘면 표기를 의논하고 용례를 쌓아 갈 필요도 생깁니다. 학생의 질문에 표기 하나만 답하면 다음 낱말에서 또 막히지만, 왜 여러 표기를 하나로 모으려 했는지 들려주면 낯선 말 앞에서도 기준을 찾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 변화가 맞춤법을 오래 기억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은 왜 필요했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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