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 된소리는 왜 잘 안 쓸까요?

수업 시간에 ‘까페’라고 적은 학생에게 ‘카페가 맞아’라고 말하면 곧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런데 저는 까페로 들리는데요?’ 맞는 지적입니다. 귀에 들리는 소리와 글로 적는 방식이 늘 같지는 않으니까요. 이 차이를 이해하면 외래어 표기법에서 된소리를 다루는 이유도 훨씬 선명해집니다.
까페처럼 들려도 카페라고 적는 까닭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 제1장 제4항은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합니다. 파열음은 입안에서 공기를 막았다가 터뜨리며 내는 소리입니다. ㄱ·ㄷ·ㅂ, ㅋ·ㅌ·ㅍ, ㄲ·ㄸ·ㅃ을 떠올리면 됩니다. 이 규정에 따라 ‘까페’ 대신 ‘카페’, ‘빠리’ 대신 ‘파리’라고 적습니다.
왜 들리는 대로 적지 않을까요? 우리말은 파열음을 예사소리, 거센소리, 된소리의 세 갈래로 구별합니다. 반면 많은 외국어는 이와 다른 방식으로 자음을 구별합니다. 같은 외국어 소리도 듣는 사람에 따라 ‘카’에 가깝게 들리거나 ‘까’에 가깝게 들릴 수 있지요. 표기를 듣는 이의 귀에만 맡기면 한 단어를 여러 모양으로 쓰게 됩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원어의 모든 소리를 그대로 옮기는 장치라기보다, 우리말 글자 안에서 표기를 통일하는 약속입니다.
그래서 프랑스어에서 온 ‘카페’나 지명 ‘파리’를 적을 때도 한국어 화자가 느끼는 된소리의 세기를 곧장 글자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영어에서 온 ‘버스’를 ‘뻐스’로 적지 않는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소리가 약하게 들려서가 아닙니다. 한 단어에 하나의 표기를 안정적으로 쓰기 위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된소리는 절대 안 된다’고 외우면 틀립니다
여기서 규정의 끝말인 ‘원칙으로 한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언어의 모든 자음을 된소리 없이 적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언어별 표기 규정에는 그 언어의 소리 구별을 드러내기 위한 방식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태국 지명 ‘푸껫’과 베트남 인명 ‘호찌민’이 좋은 예입니다. 국립국어원 설명에 따르면 태국어와 베트남어에는 우리말의 된소리 표기를 활용해야 소리의 차이를 드러내기 쉬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2004년에 고시된 두 언어의 표기 규정에는 된소리가 들어갔습니다. ‘푸껫’의 ㄲ이나 ‘호찌민’의 ㅉ은 ‘카페’를 ‘까페’로 마음대로 바꿔 써도 된다는 허가가 아닙니다. 적용하는 언어별 규정이 다른 것입니다.
중국어 인명 ‘마오쩌둥’과 ‘쑨원’에도 각각 ㅉ과 ㅆ이 보입니다. 처음의 기본 원칙은 ‘파열음’에 관한 문장이고, 외래어 표기 전체를 한 줄로 끝내는 규정이 아닙니다. ㅆ이나 ㅉ이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규칙 위반이라고 판단하면 헷갈립니다. 어느 언어에서 온 말인지, 그 언어의 표기 규정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쓰나미’의 ㅆ도 비슷한 질문을 부릅니다. 일본어의 해당 소리는 우리말 자음 하나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이를 ‘쯔’보다 ‘쓰’에 가깝게 보아 ‘쓰나미’로 적는다고 설명합니다. 외래어는 출발한 언어마다 소리 체계가 다르니, 한글의 된소리 글자만 보고 같은 원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짜장면이 맞다면 까페도 맞을까요?
학생들이 가장 즐겨 꺼내는 반례는 ‘짜장면’입니다. 한동안은 ‘자장면’만 표준어로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짜장면’이 널리 쓰였고, 국립국어원은 2011년에 ‘짜장면’도 ‘자장면’과 함께 표준어로 인정했습니다. 지금은 두 표기 모두 맞습니다.
이 변화를 ‘외래어에는 이제 된소리를 자유롭게 써도 된다’는 뜻으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짜장면’이라는 개별 단어의 널리 굳어진 쓰임을 인정한 것이지, 외래어 표기법 제4항을 없앤 일은 아닙니다. 같은 이유로 ‘짜장면’이 맞으니 ‘까페’도 맞아야 한다고 곧장 이어 갈 수 없습니다. 실제 쓰임이 널리 퍼졌다는 사실과 규범 표기로 인정되었다는 사실은 구별해야 합니다.
수업에서는 이 대목에서 아이들의 귀를 틀렸다고 하지 않습니다. ‘까페로 들린다’는 관찰은 소리에 관한 말이고, ‘카페로 적는다’는 표기에 관한 말입니다. 둘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합니다. 짜장면 사례는 말의 실제 쓰임이 오래 쌓이면 표준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까지 보여 줍니다. 다만 바뀐 시점과 범위를 정확히 알아야 다른 단어에도 잘못 옮겨 붙이지 않습니다.
처음 보는 외래어는 무엇부터 확인할까요?
먼저 어느 언어에서 온 말인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영어권 단어인지, 태국어·베트남어 인명인지에 따라 적용할 표기 규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이미 굳어진 표기가 있는지 봅니다. 외래어 표기법 제1장 제5항도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를 따로 정한다고 밝힙니다. 자주 보인다는 느낌만으로 표기를 확정하지 말고,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 용례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해당 단어를 확인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간판에서 ‘까페’를 봤다고 해서 표준 표기가 바뀐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푸껫’의 ㄲ을 보고 잘못 적었다고 고칠 수도 없습니다. ‘카페’는 일반 원칙에 따른 표기이고, ‘푸껫’은 태국어 표기 규정에 따른 표기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된소리 하나보다 그 단어가 들어온 길을 먼저 살피는 것이 정확합니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살아 움직이고, 글은 여러 사람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모양을 맞춥니다. 외래어의 된소리가 헷갈릴 때 저는 ‘어떻게 들리나’ 다음에 ‘어느 말에서 왔고, 어떤 표기가 굳었나’를 묻습니다. 그 질문을 한 번 더 거치면 ‘카페’와 ‘푸껫’, ‘자장면’과 ‘짜장면’이 제각기 다른 이유로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는 것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