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순우리말 단어 모음집엔 어떤 말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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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순우리말 단어 모음집엔 어떤 말이 있을까요?

얼마 전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강물 사진을 보여 주고 눈에 띄는 것을 적어 보라고 했습니다. 한 학생은 ‘반짝이는 물’이라고 썼고, 다른 학생은 ‘윤슬’이라고 썼지요. 두 표현 모두 좋았습니다. 다만 두 번째 말에는 빛을 받은 물결이 잘게 움직이는 모습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예쁜 순우리말 단어 모음집을 찾을 때 저는 뜻부터 읽습니다. 소리가 고운 말이라도 뜻을 모르면 문장에 놓기 어렵거든요. 풍경, 날씨, 사람, 잠을 떠올리며 쓰기 좋은 말을 골랐습니다.

물과 하늘을 조금 더 자세히 보는 말

  • 윤슬: 햇빛이나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
  • 여울: 물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
  • 노을: 해가 뜨거나 질 무렵 하늘이 붉게 물드는 현상.
  • 샛별: 새벽 동쪽 하늘에 밝게 보이는 금성.

‘윤슬’과 ‘여울’은 둘 다 물가에서 만날 수 있지만 가리키는 것이 다릅니다. 윤슬은 물결 위의 빛이고, 여울은 물살이 세게 흐르는 자리입니다. “강에 여울이 생겼다”와 “강에 윤슬이 반짝였다”를 나란히 읽으면 차이가 금방 보이지요. 여울을 그저 ‘잔잔한 시냇물’이라는 뜻으로 쓰면 물살의 느낌이 사라집니다.

노을도 흔히 저녁 풍경에만 붙이지만 아침 하늘에도 쓸 수 있습니다. 반면 샛별은 밤하늘의 별을 두루 부르는 말이 아닙니다. 새벽에 보이는 금성을 가리킵니다. “노을이 지는 저녁에 샛별을 보았다”처럼 쓰기 전에 시간을 한 번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단어 하나가 풍경을 또렷하게 만들어 주는 셈입니다.

비의 굵기와 내리는 모양을 담은 말

  • 보슬비: 바람이 없는 날 소리 없이 가늘게 내리는 비.
  • 가랑비: 조금씩 가늘게 내리는 비.
  • 소나기: 갑자기 세차게 내리다가 곧 그치는 비.

세 말은 모두 비를 가리키지만 장면은 다릅니다. 창밖을 보는데 비가 오는지 한참 들여다봐야 알겠다면 ‘보슬비가 내린다’가 어울립니다. 가랑비는 조금씩 가늘게 내리는 데 초점이 있고요. 맑던 하늘 아래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고 금세 그쳤다면 소나기입니다. 비가 ‘왔다’고만 적을 때보다 그날의 기억이 선명해집니다.

‘보슬비’의 ‘보슬’은 ‘보슬거리다’에도 들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은 ‘보슬비’를 ‘보슬’과 ‘비’가 결합한 말로 설명합니다. 입으로 보슬보슬 소리를 내 보면 빗방울이 조용히 내려앉는 모습이 떠오르지요. 이런 말은 뜻을 외우기보다 실제 비 오는 날에 한 번 써 봐야 오래 남습니다.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다정한 말

  • 도담도담: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
  • 오순도순: 사이좋게 지내며 정답게 이야기하는 모양.
  • 살갑다: 마음씨가 부드럽고 친절하다.

아이 이름이나 가게 이름에서 ‘도담도담’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듣기만 해도 포근하지만, 본래는 어린아이가 잘 놀며 자라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도담도담 자란다”라고 하면 소리와 뜻이 함께 살아납니다. 어른들이 서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는 ‘오순도순’이 더 알맞습니다.

‘살갑다’는 사람의 태도를 말할 때 편합니다. “처음 만났는데도 살갑게 말을 건넸다”라고 쓰면 상대를 편안하게 대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교실에서 이 말을 가르칠 때는 ‘예쁜 말’이라고만 소개하지 않습니다. 도담도담은 성장하는 아이, 오순도순은 함께 지내는 사람들, 살갑다는 한 사람의 태도에 붙여 문장을 만들어 봅니다. 뜻을 정확히 알수록 말의 다정함도 깊어집니다.

잠에도 이름이 있고, 말에도 쓰이는 자리가 있습니다

  • 그루잠: 잠에서 깬 뒤 다시 드는 잠.
  • 나비잠: 어린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
  • 미리내: 은하수를 뜻하는 제주 지역의 말.

휴일 아침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었다면 ‘그루잠을 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낮에 잠깐 눈을 붙이는 낮잠과는 다르지요. 나비잠은 잠든 시간보다 자세가 먼저 보이는 말입니다. 두 팔을 위로 펼친 아기를 보고 붙인 이름이라 장면을 알고 나면 잊기 어렵습니다.

‘미리내’는 이름으로도 사랑받지만, 쓰임을 소개할 때는 한 가지를 더 말해야 합니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는 은하수를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올라 있습니다. 순우리말인 것은 맞아도, 모든 지역에서 똑같이 쓰던 표준어였다고 설명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지역에서 쓰인 말 역시 우리말의 소중한 일부입니다. 다만 이름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그 말이 살아온 자리까지 지워 버릴 필요는 없겠지요.

제가 학생들의 글에서 반가워하는 것은 낯선 단어의 개수가 아닙니다. 비 오는 날에는 비의 모양을, 사람을 말할 때는 그 사람의 태도를 골라 적는 순간입니다. 윤슬을 보고 윤슬이라고 쓸 수 있다면, 그 말은 외운 낱말이 아니라 자기 눈으로 발견한 풍경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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