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순우리말 단어, 뜻까지 알고 쓰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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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순우리말 단어, 뜻까지 알고 쓰고 계신가요?

아이 이름을 묻다가 순우리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얼마 전 지인에게서 아이 이름 후보를 들었습니다. ‘아라’, ‘다솜’, ‘라온’ 같은 이름이었지요. 소리만 들어도 부드럽고 밝은데, 뜻까지 알고 나니 느낌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쁜 순우리말 단어는 대개 발음이 곱다는 이유로 먼저 알려집니다. 그런데 국어를 오래 가르치다 보면, 예쁜 말일수록 뜻을 대충 알고 쓰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다솜’은 사랑을 뜻하는 옛말 계열로 알려져 이름에 자주 쓰입니다. ‘라온’은 즐거운이라는 뜻의 옛말 ‘랍다’ 계열에서 온 말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고요. 다만 이런 말들은 현대 표준어의 일상 어휘처럼 모든 사전에 같은 방식으로 올라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름이나 상호, 문구에 쓸 때는 ‘널리 알려진 순우리말 이름말’인지, 실제 표준어로 살아 있는 낱말인지 한 번쯤 구분해 보는 게 좋습니다.

순우리말을 좋아하는 마음은 참 자연스럽습니다. 한자어나 외래어보다 소리가 말랑하고, 뜻을 풀어 놓으면 그림이 생기는 말이 많거든요. 하지만 ‘예쁘다’는 감상만으로 고르면 막상 문장 안에서 어색해질 수 있습니다. 말은 소리와 뜻, 쓰임이 함께 맞아야 오래 남습니다.

뜻이 선명해서 더 예쁜 순우리말

먼저 일상 문장에 넣어도 비교적 자연스러운 말부터 떠올려 보겠습니다. ‘가람’은 강을 뜻합니다. ‘푸른 가람’이라고 하면 조금 문학적인 느낌이 나지만, 뜻은 또렷합니다. ‘미리내’는 은하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밤하늘에 길게 흐르는 별빛을 강처럼 본 표현이라 아이들에게 설명하면 금방 기억합니다. 외우라고 하지 않아도 이미지가 생기니까요.

  • 가람: 강을 이르는 순우리말
  • 미리내: 은하수를 이르는 말
  • 바람꽃: 큰 바람이 일어나려고 할 때 먼 산에 구름처럼 끼는 뽀얀 기운, 또는 식물 이름으로도 쓰임
  •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 노을: 해가 뜨거나 질 무렵 하늘이 붉게 보이는 현상

이 가운데 ‘윤슬’은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많이 보입니다. 카페 이름, 향수 이름, 시집 제목 같은 곳에도 자주 등장하지요. 뜻이 구체적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냥 ‘반짝임’이 아니라 물결 위에서 빛이 잘게 부서지는 장면입니다. 단어 하나가 풍경 하나를 데리고 오는 셈입니다.

‘노을’도 익숙하지만 다시 보면 참 좋은 말입니다. 너무 흔해서 순우리말이라는 사실을 잊기 쉽습니다. 어휘 교육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순우리말을 꼭 낯선 말로만 생각하는데, 사실 우리가 매일 쓰는 말 속에도 순우리말은 넉넉히 들어 있습니다. 하늘, 바다, 구름, 별, 달, 해 같은 말이 그렇습니다. 짧고 오래된 말일수록 설명보다 감각이 먼저 옵니다.

사람 마음을 담은 말은 오래 갑니다

예쁜 순우리말 단어를 찾는 분들은 자연어휘만큼이나 마음을 담은 말을 좋아합니다. ‘다정’, ‘사랑’처럼 익숙한 말도 좋지만, 조금 더 고운 결을 가진 말들이 있습니다. ‘다솜’은 사랑이라는 뜻으로 이름에 많이 쓰이고, ‘소담’은 생김새가 탐스럽고 아담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도담도담’은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양을 말할 때 씁니다.

  • 다솜: 사랑의 뜻으로 널리 쓰이는 순우리말 이름말
  • 소담하다: 생김새가 탐스럽고 아담하다
  • 도담도담: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양
  • 해사하다: 얼굴이 희고 곱다, 표정이나 웃음이 맑고 깨끗하다
  • 살뜰하다: 마음을 다해 보살피는 태도가 정성스럽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예쁜 말’이 꼭 낯설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살뜰하다’는 순우리말의 맛이 아주 잘 살아 있는 말입니다. “살뜰히 챙겼다”라고 하면 단순히 잘했다는 뜻보다 마음을 기울였다는 느낌이 들어갑니다. ‘해사한 웃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예쁜 웃음이 아니라 맑고 환한 인상이 함께 붙습니다.

국어 시간에 이런 단어를 설명할 때 저는 뜻풀이만 적게 하지 않습니다. “친구가 아파서 숙제를 대신 챙겨 주는 모습은 꼼꼼함일까, 살뜰함일까?” 하고 상황을 바꾸어 묻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단어의 온도를 느낍니다. 어휘력은 뜻을 많이 외운다고만 생기지 않습니다. 어떤 장면에 어떤 말을 얹을지 감각이 생길 때 자랍니다.

이름에 쓰기 좋은 말, 문장에 쓰기 좋은 말

순우리말 단어를 고를 때는 용도를 나누어 보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이름에 어울리는 말과 글 문장에 자연스러운 말이 꼭 같지는 않습니다. ‘라온’, ‘아라’, ‘하람’ 같은 말은 이름이나 브랜드에 잘 어울립니다. 짧고 발음이 밝아서 기억하기 쉽습니다. 반면 글 속에서는 설명 없이 쓰면 독자가 뜻을 바로 잡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윤슬’, ‘노을’, ‘가람’, ‘미리내’는 문장 속에서도 장면이 비교적 잘 살아납니다. “창가에 윤슬이 번졌다” 같은 문장은 문학적인 느낌이 있지만 뜻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강가에 가람이 흐른다”처럼 쓰면 중복 느낌이 나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가람’ 자체가 강이기 때문입니다. 예쁜 단어일수록 뜻을 모르고 겹쳐 쓰는 일이 많습니다.

  • 이름에 잘 어울리는 말: 라온, 다솜, 아라, 하람
  • 문장에 쓰기 좋은 말: 윤슬, 미리내, 노을, 가람
  • 성격을 나타내기 좋은 말: 살뜰하다, 소담하다, 해사하다

‘아라’는 바다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람’은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름 풀이에서 자주 보이지요. 다만 이런 이름말은 표준국어대사전의 일반 표제어와 이름풀이 문화가 섞여 퍼진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공식 문서나 설명 글에서는 “순우리말 이름으로 널리 쓰인다” 정도로 표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단어의 아름다움을 깎자는 뜻이 아닙니다. 쓰임의 자리를 정확히 보자는 뜻입니다.

예쁜 말일수록 뜻을 같이 적어 두면 좋습니다

순우리말 단어는 소리만으로도 끌립니다. 하지만 오래 쓰려면 뜻이 따라와야 합니다. ‘윤슬’이 예쁜 이유는 두 글자의 소리가 좋아서만이 아닙니다. 물결과 빛이 만나는 순간을 붙잡았기 때문입니다. ‘도담도담’이 사랑스러운 이유도 발음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이가 하루하루 무탈하게 자라는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분이라면 예쁜 순우리말을 한꺼번에 많이 넣기보다, 한 문단에 하나 정도만 살려 보아도 충분합니다. 낯선 말이 너무 많으면 독자는 뜻을 따라가느라 문장의 감정을 놓칩니다. 반대로 익숙한 문장 사이에 정확한 단어 하나가 놓이면 글맛이 살아납니다. 어휘는 장식품이 아니라 생각의 위치를 잡아 주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마음에 드는 순우리말을 고르면 반드시 예문을 하나 만들게 합니다. ‘미리내’라면 “여름 밤하늘에 미리내가 희미하게 걸렸다”처럼 써 보는 겁니다. 예문이 자연스러우면 그 단어는 내 것이 됩니다. 예문이 자꾸 막히면 아직은 감상 속 단어일 가능성이 큽니다.

예쁜 순우리말 단어를 찾는 일은 단순히 고운 낱말 목록을 모으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장면을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어떤 마음을 오래 붙잡고 싶은지 확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순우리말을 볼 때마다 뜻을 한 번 더 들여다봅니다. 말의 속을 알고 나면, 예쁜 단어는 더 예뻐지고 오래된 말은 다시 새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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