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 받침, 왜 ‘캣’은 되고 ‘케이크’는 안 될까요?

Last Updated :
외래어 표기법 받침, 왜 ‘캣’은 되고 ‘케이크’는 안 될까요?

얼마 전 수업에서 한 학생이 칠판에 ‘케익’이라고 적었습니다. 옆 친구가 바로 ‘케이크’라고 고쳐 주더군요. 그런데 그다음 말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럼 cake는 왜 ‘케익’이 아니고, cat은 왜 ‘캐트’가 아니라 ‘캣’이에요?” 맞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받침은 그냥 감으로 정해지는 게 아닙니다. 소리의 길이, 끝소리의 성격, 우리말 받침 체계가 함께 움직입니다.

외래어 받침은 아무 글자나 쓰지 않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 원칙부터 잡아야 합니다. 국립국어원 어문 규범에 따르면 외래어는 우리말의 현용 24자모로 적고,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 일곱 가지만 씁니다. 그래서 영어 끝소리에 [t]가 난다고 해서 받침에 ‘ㅌ’을 쓰지 않습니다. ‘cat’은 ‘캣’이지 ‘캩’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대목에서 학생들이 자주 헷갈립니다. “소리가 t인데 왜 ㅅ이에요?”라고 묻습니다. 우리말 받침에서 ‘ㄷ, ㅅ, ㅈ, ㅊ, ㅌ’은 실제 발음이 모두 [ㄷ]으로 납니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은 받침 글자를 제한해 두었고, 영어의 어말 [t]는 관례적으로 ‘ㅅ’ 받침으로 적습니다. 그래서 ‘net’은 ‘넷’, ‘set’은 원칙만 보면 ‘셋’이 떠오르지만 관용에 따라 ‘세트’로 굳은 경우가 따로 있습니다.

짧은 모음 뒤의 [p], [t], [k]는 받침으로 갑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기준은 영어의 무성 파열음 [p], [t], [k]입니다. 쉽게 말해 ‘입술이나 혀로 막았다가 터뜨리는 소리’인데, 성대 울림이 없는 소리입니다. p, t, k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이 소리가 짧은 모음 뒤에서 단어 끝에 오면 받침으로 적는 것이 원칙입니다.

  • gap → 갭
  • cat → 캣
  • book → 북
  • shop → 숍
  • robot → 로봇

여기서 중요한 말이 ‘짧은 모음 뒤’입니다. ‘cat’의 [æ], ‘shop’의 [ɑ] 계열 소리는 짧게 닫히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우리말로 옮길 때도 마지막 자음을 받침으로 붙여 닫아 줍니다. ‘캐트’, ‘숍프’처럼 쓰면 원어의 닫히는 맛보다 우리말 음절을 하나 더 만든 느낌이 납니다.

‘robot’은 조금 더 흥미롭습니다. 철자만 보면 끝이 t니까 ‘로보트’라고 쓰고 싶어집니다. 실제로 예전 광고나 상품명에서 ‘로보트’가 많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표준 표기는 ‘로봇’입니다. 끝 [t]가 짧은 모음 뒤에서 닫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유한 상품명이나 작품명에 ‘로보트’가 들어가 있으면 그 이름 자체는 따로 볼 수 있습니다.

긴 모음이나 이중 모음 뒤에서는 ‘으’를 붙입니다

반대로 긴 모음이나 이중 모음 뒤에 [p], [t], [k]가 오면 받침으로 닫지 않고 ‘으’를 붙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cake’입니다. cake의 가운데 소리는 짧게 끊기는 [æ]가 아니라 [ei]처럼 미끄러지는 이중 모음입니다. 그래서 ‘케익’이 아니라 ‘케이크’가 됩니다.

  • cake → 케이크
  • make → 메이크
  • cape → 케이프
  • part → 파트
  • note → 노트

‘케이크’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이미 생활 속에서 오래 굳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규정상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끝의 k만 보지 말고 그 앞의 모음을 보아야 합니다. 짧은 모음 뒤에서 딱 닫히면 받침, 길게 끌리거나 이중 모음 뒤라면 ‘으’를 붙이는 쪽으로 갑니다.

‘part’가 ‘팟’이 아니라 ‘파트’인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r이 들어간 영어 발음은 한국어 화자가 듣기에 단순히 짧게 닫히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래서 끝 [t]를 받침으로 박아 넣기보다 ‘트’로 풀어 씁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영어 소리를 한국어 글자 안으로 옮기는 규칙이지, 철자를 그대로 베끼는 방식이 아닙니다.

앞에 자음이 또 있으면 받침으로 못 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받침 판단에서 또 하나 봐야 할 것은 끝 자음 앞에 다른 자음이 있느냐입니다. ‘contents’를 예로 들면 끝부분에 n, t, s 같은 자음이 이어집니다. 이런 경우에는 ‘콘텐츳’처럼 받침으로 억지로 닫지 않고 ‘콘텐츠’로 적습니다. ‘desk’도 ‘뎃스크’가 아니라 ‘데스크’입니다.

  • contents → 콘텐츠
  • desk → 데스크
  • mask → 마스크
  • stamp → 스탬프
  • nest → 네스트

우리말은 한 음절 끝에 자음을 여러 개 겹쳐서 자유롭게 둘 수 없습니다. ‘스트’, ‘스크’, ‘프’처럼 풀어 적는 방식은 그래서 생깁니다. 원어에는 자음이 연달아 있어도, 한국어 표기에서는 읽을 수 있는 음절 구조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때 외래어 표기법은 가능한 한 일관된 길을 마련해 둡니다.

받침으로 외우지 말고 소리의 자리로 기억하면 덜 틀립니다

학생들에게 저는 보통 세 가지만 보라고 말합니다. 첫째, 끝소리가 [p], [t], [k] 같은 무성 파열음인지 봅니다. 둘째, 그 앞의 모음이 짧은지 긴지 살핍니다. 셋째, 끝소리 앞에 다른 자음이 붙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 세 가지를 보면 ‘캣’과 ‘케이크’의 차이가 꽤 선명해집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set’은 규정의 큰 흐름만 보면 ‘셋’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표준 표기는 ‘세트’입니다. ‘nut’도 ‘너트’로 적습니다. 외래어 표기법 제1장에는 이미 굳어진 외래어의 관용을 존중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언어는 규칙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오래 써 온 꼴이 표준 표기에 반영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를 공부할 때는 “왜 받침이냐, 왜 ‘으’를 붙이느냐”를 먼저 따져 보는 편이 좋습니다. ‘캣, 갭, 북’은 짧게 닫히는 소리라 받침으로 가고, ‘케이크, 메이크, 파트’는 소리를 한 음절 더 열어 주는 쪽으로 갑니다. 예외는 따로 표시해 두면 됩니다. 무작정 외우는 표기는 금방 흐려지지만, 소리의 자리를 알고 나면 처음 보는 단어도 덜 흔들립니다. 맞춤법도 결국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을 글자로 붙잡아 두려는 약속이니까요.

외래어 표기법 받침, 왜 ‘캣’은 되고 ‘케이크’는 안 될까요? - 요약
외래어 표기법 받침, 왜 ‘캣’은 되고 ‘케이크’는 안 될까요? | 어휘마스터 : https://word.or.kr/691
어휘마스터 © word.or.kr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