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순우리말, 뜻까지 알고 쓰고 계신가요?

Last Updated :
예쁜 순우리말, 뜻까지 알고 쓰고 계신가요?

예쁜 말은 소리보다 뜻에서 오래 남습니다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자기 이름 옆에 붙이고 싶은 우리말을 하나씩 고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라온’, ‘아라’, ‘나래’처럼 소리가 맑은 말을 많이 골랐습니다. 그런데 뜻을 하나씩 짚어 보니 선택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냥 예쁜 소리라고 생각했던 말이 ‘즐거운’, ‘바다’, ‘날개’와 이어진다는 걸 알고 나면, 말이 갑자기 자기 이야기를 가진 단어처럼 느껴지거든요.

순우리말은 한자어나 외래어가 아니라 우리말의 고유한 바탕에서 이어져 온 말입니다. 물론 모든 순우리말이 오래된 고어라는 뜻은 아닙니다. 새롭게 다듬어 쓰는 말도 있고, 지역말이나 옛말에서 되살린 말도 있습니다. 그래서 ‘예쁘다’는 느낌만으로 고르기보다, 뜻과 쓰임이 자연스러운지 함께 보는 편이 좋습니다.

이름에 많이 쓰이는 예쁜 순우리말

사람 이름으로 쓰기 좋은 말은 발음이 부드럽고 뜻이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 이름, 필명, 블로그 이름, 반 이름을 지을 때도 이런 말들이 자주 나옵니다.

  • 가온: 가운데를 뜻하는 말입니다. ‘세상의 중심’처럼 크게 풀이하기도 하지만, 원래의 느낌은 중심과 균형에 가깝습니다.
  • 나래: 날개를 뜻합니다. 펼쳐 나간다는 이미지가 살아 있어 이름이나 브랜드명에 자주 쓰입니다.
  • 라온: 즐거운이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리가 밝아서 요즘 특히 많이 보입니다.
  • 아라: 바다를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넓고 시원한 느낌이 있어 이름에 잘 어울립니다.
  • 마루: 꼭대기, 으뜸, 등성이의 뜻을 가집니다. 집 안의 마루와도 연결되어 따뜻한 생활감이 있습니다.
  • 하람: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는 풀이로 널리 쓰입니다. 다만 현대에 만들어져 이름으로 자리 잡은 말에 가깝다는 점도 함께 알면 좋습니다.

이런 말들은 뜻이 아름답지만, 실제 이름으로 쓸 때는 성과 붙여 소리 내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받침이 많은 성 뒤에 받침이 강한 이름이 오면 발음이 딱딱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음이 이어지면 부드럽지만, 너무 흘러가듯 들릴 때도 있습니다. 말은 눈으로만 고르면 안 되고, 입으로 세 번쯤 불러 봐야 제 모양이 보입니다.

자연을 담은 순우리말은 왜 오래 예쁠까요?

우리말에서 오래 사랑받는 단어들을 보면 자연을 담은 말이 많습니다. 하늘, 바람, 물, 꽃, 빛 같은 말이 그렇습니다. 한자어가 개념을 또렷하게 세우는 데 강하다면, 순우리말은 감각을 바로 건드리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짧은 단어인데도 장면이 먼저 떠오릅니다.

  •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입니다. ‘물빛이 예쁘다’보다 장면이 훨씬 선명합니다.
  • 물비늘: 물결이 햇빛을 받아 비늘처럼 반짝이는 모양을 이르는 말입니다. 윤슬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눈앞의 무늬가 살아납니다.
  • 꽃잠: 깊이 든 잠, 신혼 첫날밤의 잠이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말맛은 고운데 상황에 따라 어른스러운 뉘앙스가 있으니 조심해 써야 합니다.
  • 별찌: 유성을 다듬은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별이 떨어지는 장면을 작고 다정하게 부르는 느낌이 있습니다.
  • 바람꽃: 바람이 일 때 피어나는 듯한 꽃, 또는 특정 식물 이름으로도 쓰입니다. 시적인 이름을 만들 때 자주 어울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예쁜 단어’라고 해서 아무 문장에나 넣으면 자연스러워지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너는 나의 윤슬이야” 같은 문장은 분위기는 있지만 뜻이 조금 흐릴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강물 위에 윤슬이 번졌다”처럼 실제 장면과 붙을 때 단어가 훨씬 힘을 얻습니다. 예쁜 말일수록 제자리에 놓아야 오래 갑니다.

헷갈리기 쉬운 말도 있습니다

순우리말을 찾다 보면 인터넷에서 널리 도는 목록을 그대로 믿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저도 학생들에게 자료를 나누어 줄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부분이 이것입니다. 뜻이 예쁘게 꾸며져 있지만 국어사전에서 확인하기 어렵거나, 원래 뜻과 다르게 퍼진 말이 섞여 있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미리내’는 은하수를 뜻하는 아름다운 우리말로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말들은 이름이나 작품 속 표현으로 쓰기 좋지만, 일상 대화에서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닙니다. 그래서 글에 넣을 때는 독자가 뜻을 짐작할 수 있도록 앞뒤 문장을 조금 마련해 주는 편이 낫습니다.

또 하나 조심할 점은 순우리말과 신조어, 작명용 조어가 섞이는 일입니다. 요즘 이름으로 쓰이는 예쁜 말 가운데는 전통적으로 오래 쓰인 낱말이라기보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든 이름말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옛날부터 내려온 순우리말”이라고 단정하면 문제가 됩니다. 말의 아름다움과 말의 내력은 서로 related 있지만 같은 기준은 아닙니다.

글에 넣기 좋은 순우리말 표현

블로그나 편지, 자기소개 글에 쓰려면 너무 낯선 말보다 뜻이 문맥에 잘 붙는 말이 좋습니다. 독자가 멈칫하지 않고 읽으면서도, 한 번쯤 마음에 걸리는 단어가 가장 오래 남습니다.

  • 다솜: 사랑이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일상어라기보다 이름말로 더 친숙합니다.
  • 온새미로: 자연 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의 뜻으로 쓰입니다. 다소 길지만 문장 끝에 놓으면 울림이 있습니다.
  •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이라는 뜻입니다. “시나브로 자랐다”처럼 변화의 시간을 말할 때 좋습니다.
  • 도담도담: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양입니다. 축하 글이나 육아 글에 따뜻하게 어울립니다.
  • 보드레하다: 꽤 보드랍다는 뜻입니다. 촉감과 분위기를 함께 전할 수 있습니다.
  • 살갑다: 마음씨나 태도가 다정하고 붙임성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의 성정을 말할 때 자연스럽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예쁜 단어를 외우라고 하기보다 문장 하나를 같이 만들게 합니다. ‘시나브로’를 외운 아이는 금방 잊어도, “처음엔 어렵던 문장이 시나브로 읽히기 시작했다”라고 써 본 아이는 오래 기억합니다. 어휘는 뜻만 붙잡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 문장 속에서 한 번 살아나야 내 것이 됩니다.

순우리말을 고를 때 보는 세 가지

첫째, 뜻이 분명한지 봅니다. 소리가 예뻐도 뜻을 설명하기 어렵다면 글의 힘이 약해집니다. 둘째, 쓰임이 자연스러운지 봅니다. 이름에는 어울리지만 기사문에는 어색한 말이 있고, 시에는 빛나지만 안내문에는 과한 말이 있습니다. 셋째, 너무 꾸민 느낌이 나지 않는지 봅니다. 예쁜 말을 많이 넣을수록 글이 예뻐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 문단에 하나만 정확히 놓아도 충분합니다.

순우리말은 오래된 장식품이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가 골라 쓰면 살아 움직이는 말입니다. 다만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뜻을 부풀리거나 내력을 흐리면 말이 가벼워집니다. 소리, 뜻, 자리. 이 세 가지를 함께 보며 고른 단어는 이름이 되든 문장이 되든 쉽게 낡지 않습니다. 저는 그래서 순우리말을 가르칠 때마다 예쁜 말 목록보다 그 말이 놓일 문장을 먼저 떠올리게 합니다.

예쁜 순우리말, 뜻까지 알고 쓰고 계신가요? - 요약
예쁜 순우리말, 뜻까지 알고 쓰고 계신가요? | 어휘마스터 : https://word.or.kr/677
어휘마스터 © word.or.kr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