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검사기만 믿고 글을 올려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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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검사기만 믿고 글을 올려도 괜찮을까요?

얼마 전 학생 글을 보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봤습니다. 문장은 꽤 자연스러운데, 띄어쓰기가 군데군데 이상했습니다. 물어보니 맞춤법검사기를 세 번이나 돌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검사기가 고쳐 준 대로 바꿨더니 오히려 문장의 뜻이 흐려진 곳도 있었습니다. 이럴 때 아이들은 당황합니다. ‘기계가 맞다는데요?’ 하고요.

사실 맞춤법검사기는 아주 유용한 도구입니다. 저도 원고를 쓸 때 씁니다. 다만 국어 교사 입장에서 보면, 검사기는 선생님이라기보다 조교에 가깝습니다. 빠르게 표시해 주고, 의심되는 부분을 알려 주지만, 마지막 판단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합니다. 특히 한국어는 조사, 어미, 띄어쓰기, 문맥에 따라 표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기계가 늘 정확한 답을 내기 어렵습니다.

맞춤법검사기는 무엇을 잘 잡아낼까요?

맞춤법검사기가 가장 잘하는 일은 뚜렷한 오타와 규칙적인 표기 오류를 찾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됬다’처럼 표준 표기에서 벗어난 말은 대부분 ‘됐다’로 잡아냅니다. ‘어의없다’도 ‘어이없다’로 바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오류는 사전에 오른 말과 비교하기 쉬워서 검사기가 비교적 정확하게 처리합니다.

또 반복되는 띄어쓰기 실수도 꽤 잘 잡습니다. ‘할수있다’를 ‘할 수 있다’로, ‘먹을만하다’를 문맥에 따라 ‘먹을 만하다’ 또는 ‘먹을만하다’로 제안하는 식입니다. 물론 여기서부터는 조금 조심해야 합니다. ‘만하다’가 보조 형용사로 굳어 쓰이는 경우와 ‘만 하다’가 비교의 뜻을 갖는 경우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 오타: ‘됬다’ → ‘됐다’
  • 잘못 굳어진 표기: ‘어의없다’ → ‘어이없다’
  • 기본 띄어쓰기: ‘할수있다’ → ‘할 수 있다’
  • 반복 표현: 같은 낱말이 지나치게 겹치는 부분 표시

이런 면에서 맞춤법검사기는 초벌 교정에 좋습니다. 글을 다 쓴 뒤 한 번 돌리면 눈으로 놓친 부분을 잡아 줍니다. 사람이 자기 글을 읽을 때는 머릿속에서 이미 맞는 문장으로 보정해 버리거든요. 그래서 ‘나는 분명 제대로 썼다’고 생각해도 화면에는 다른 글자가 남아 있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틀린 제안도 나올까요?

한국어 맞춤법은 단어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그 말을 못 했다’와 ‘나는 그 일을 못했다’는 느낌이 다릅니다. 앞의 ‘못 했다’는 할 수 없었다는 뜻이 또렷하고, 뒤의 ‘못했다’는 실력이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뜻으로 붙여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맥을 읽어야 합니다.

‘되’와 ‘돼’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되어’를 넣어 보면 된다고 가르치지만, 실제 글에서는 문장 전체 흐름을 봐야 더 안전합니다. ‘그렇게 하면 안 돼’는 ‘안 되어’로 풀 수 있으니 ‘돼’가 맞습니다. 반면 ‘그렇게 되면’은 ‘되어면’이 되지 않으니 ‘되’가 맞습니다. 검사기는 이런 규칙을 많이 반영하지만, 문장이 길거나 생략이 많으면 엉뚱한 제안을 할 때가 있습니다.

띄어쓰기는 더 복잡합니다. 한국어 띄어쓰기는 의미 단위와 문법 단위가 함께 움직입니다. ‘한 번’은 횟수를 뜻할 때 띄고, ‘한번 해 보자’처럼 가볍게 시도한다는 뜻으로 굳으면 붙여 쓰는 일이 많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간격 문제가 아닙니다. 뜻이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맞춤법검사기보다 먼저 봐야 할 기준

저는 학생들에게 맞춤법검사기를 쓰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순서를 말합니다. 먼저 내가 무슨 뜻으로 썼는지 확인하고, 그다음 검사기의 제안을 봐야 합니다. 도구가 먼저 판단하고 사람이 따라가면 글의 뜻이 흔들립니다.

예를 들어 ‘우리 반 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썼다고 해 봅시다. 이때 ‘만큼’은 조사처럼 붙는 말일 수도 있고, 의존 명사처럼 띄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반만큼은’이라고 하면 다른 대상과 견주거나 특별히 강조하는 느낌이 납니다. ‘우리 반 만큼’은 앞말과 자연스럽게 붙지 않아 어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기가 고치라고 해서가 아니라, 말의 관계를 보면 답이 보입니다.

맞춤법검사기를 쓸 때는 다음 네 가지를 특히 확인하면 좋습니다.

  • 검사기가 바꾼 뒤 문장의 뜻이 그대로인지 본다.
  • 띄어쓰기 제안은 앞뒤 말의 관계를 함께 본다.
  • 고유명사, 신조어, 전문 용어는 무조건 오류로 여기지 않는다.
  • 중요한 글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나 관련 어문 규정을 함께 확인한다.

특히 블로그 글이나 자기소개서처럼 공개되는 글은 검사기 한 번으로 끝내기 아깝습니다. 맞춤법 오류 하나가 글 전체의 신뢰를 깎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기계적인 교정도 글맛을 죽입니다. 말하듯 자연스러운 문장을 모두 딱딱하게 바꾸면, 맞춤법은 맞아도 읽는 힘이 떨어집니다.

많이 헷갈리는 예로 감 잡기

‘몇일’과 ‘며칠’은 맞춤법검사기가 잘 잡는 대표적인 말입니다. 많은 분이 ‘몇 월, 몇 명’처럼 쓰니까 ‘몇 일’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표준어는 ‘며칠’입니다. 이 말은 ‘몇’과 ‘일’이 단순히 붙은 꼴로 보지 않고, 소리와 형태가 굳어진 말로 다룹니다. 그래서 ‘몇일’이 아니라 ‘며칠’이 표준입니다.

‘오랜만’도 자주 나옵니다. ‘오랫만’이라고 쓰는 분들이 있는데, 표준 표기는 ‘오랜만’입니다. ‘오래간만’이 줄어든 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오랫동안’의 ‘오랫-’을 떠올려 헷갈리지만, 두 말의 형성 과정이 다릅니다. 말의 유래를 알면 외우는 양이 줄어듭니다.

‘왠지’와 ‘웬’도 검사기에 자주 걸립니다. ‘왠지’는 ‘왜인지’가 줄어든 말이라 이유를 묻는 느낌이 남아 있습니다. ‘웬 사람’, ‘웬일’의 ‘웬’은 ‘어찌 된’ 정도의 뜻입니다. 그래서 ‘왠일’이 아니라 ‘웬일’이 맞습니다. 반대로 ‘왠지 기분이 좋다’에서는 ‘왠지’를 씁니다.

검사기를 잘 쓰는 사람은 끝까지 읽습니다

맞춤법검사기를 잘 쓰는 사람은 빨간 줄을 없애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제안을 받아들인 뒤 문장을 다시 읽습니다. 이 한 번의 확인이 꽤 큽니다. 실제로 글쓰기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검사기 사용 전후 문장을 비교하게 하면, 단순 오타는 줄어들지만 문맥 오류는 여전히 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라면 이렇게 씁니다. 글을 먼저 끝까지 씁니다. 그다음 맞춤법검사기를 돌립니다. 표시된 부분을 하나씩 보되, 전부 자동 적용하지 않습니다. 소리 내어 한 번 읽습니다. 눈으로는 맞아 보여도 입으로 읽으면 어색한 문장이 걸립니다. 국어 교실에서 오래 써 본 방법인데, 원고를 쓰는 어른들에게도 꽤 잘 맞습니다.

맞춤법은 사람을 평가하려고 있는 장치가 아닙니다. 내 생각이 덜 오해받게 해 주는 약속에 가깝습니다. 맞춤법검사기는 그 약속을 확인하는 좋은 도구입니다. 다만 도구가 문장의 주인이 되면 안 됩니다. 글의 뜻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쓴 사람입니다. 검사기의 빨간 줄을 보되, 마지막에는 내 문장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차분히 붙들고 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맞춤법검사기만 믿고 글을 올려도 괜찮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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