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부수 214개를 모두 외워야 할까요?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바다 해(海)’를 보여 주면 뜻은 금방 떠올립니다. 그런데 한자사전에서 찾아보라고 하면 어디부터 봐야 할지 막막해하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부수입니다. 한자를 찾을 때 어느 갈래에 넣을지 알려 주는 기준이자, 글자의 뜻을 짐작하게 하는 실마리이기도 합니다.
한자 부수 214개는 어떻게 생긴 숫자일까요?
한자 부수 214개라는 말은 모든 한자를 이루는 부품이 딱 214개라는 뜻이 아닙니다. 수많은 한자를 사전에서 찾기 쉽게 묶어 놓은 분류 기준이 214가지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한 글자 안에는 여러 부분이 들어갈 수 있지만, 사전은 그중 하나를 기준으로 삼아 자리를 정합니다.
이 숫자에도 내력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214개였던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한자 사전인 『설문해자』는 540개의 부수로 글자를 나누었습니다. 1615년에 나온 『자휘』는 이를 214개로 줄여 배열했고, 1716년에 완성된 『강희자전』이 그 체계를 이어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흔히 ‘강희자전의 214부수’라고 부릅니다. 214개를 강희자전이 처음 만들었다고 설명하면 그 앞의 이야기가 빠지는 셈입니다.
생각해 보면 사전의 서랍에 이름표를 붙이는 일과 비슷합니다. 서랍이 너무 많으면 찾기 어렵고, 너무 적으면 한 서랍에 글자가 지나치게 몰립니다. 214부수는 한자를 일정한 방식으로 찾아가기 위해 오래 사용해 온 서랍의 수라고 이해하면 편합니다.
부수를 보면 뜻이 바로 보일까요?
부수는 뜻을 짐작할 단서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河(물 하), 海(바다 해), 洗(씻을 세)의 왼쪽에는 모두 氵가 있습니다. 水(물 수)가 글자 왼쪽에 들어가며 달라진 모양이지요. 林(수풀 림)에는 木(나무 목)이 보이고, 語(말씀 어)에는 言(말씀 언)이 보입니다. 낯선 글자에서도 익숙한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보이는 부분을 모두 뜻풀이로 이어 붙이면 곤란합니다. 清(맑을 청)은 氵가 물과 관련된 뜻의 단서를 주고, 青(푸를 청)은 소리와 관련된 단서를 줍니다. 글자를 이루는 부분마다 맡은 일이 다를 수 있는 겁니다. 부수는 한 글자의 뜻을 맞히는 정답지가 아니라, 뜻을 짐작하고 사전에서 찾는 출발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구별할 점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구성 요소가 모두 그 글자의 부수는 아닙니다. 林에는 木이 두 번 나오지만 부수를 두 개로 세지 않습니다. 사전에서 林을 분류할 때 기준으로 삼는 부수는 木 하나입니다. 글자를 이루는 모습과 사전에서 정한 분류 자리를 나누어 생각하면 덜 헷갈립니다.
사전에서는 어떤 순서로 찾을까요?
종이 한자사전에서 林을 찾는다고 해 봅시다. 먼저 부수인 木을 찾습니다. 木은 네 획입니다. 그런 다음 木을 제외하고 남은 오른쪽 木의 네 획을 셉니다. 목부의 ‘나머지 네 획’ 자리로 가면 林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수를 찾고, 남은 획을 세는 두 단계입니다.
모양이 달라지는 부수는 원래 글자와 함께 익혀 두면 좋습니다. 氵는 水, 扌는 手(손 수), 忄는 心(마음 심)이 자리를 옮기며 달라진 모습입니다. 그래서 海는 물과, 打(칠 타)는 손과, 情(뜻 정)은 마음과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모양이 왜 달라졌는지 알면 점 세 개나 세로획 몇 개를 따로 외우는 것보다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다만 획수와 부수 배정은 사용하는 사전의 표기 방식에 따라 확인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처음 예상한 자리에서 글자가 보이지 않으면 전체 획수나 음으로 다시 찾아보면 됩니다. 요즘 사전에서는 한글 음을 입력해 찾을 수도 있지만, 부수를 알고 있으면 처음 보는 한자의 모양과 뜻을 읽는 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닮은 모양일수록 무엇을 구별해야 할까요?
학생들이 자주 멈추는 글자 가운데 阝가 있습니다. 왼쪽에 붙은 阝와 오른쪽에 붙은 阝는 모양이 닮았지만 바탕이 다릅니다. 院(집 원)의 왼쪽은 阜(언덕 부)에서 왔고, 都(도읍 도)의 오른쪽은 邑(고을 읍)에서 왔습니다. ‘阝는 무슨 뜻’이라고 하나로 외우면 두 글자를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어느 쪽에 붙었는지부터 보는 까닭입니다.
月도 늘 달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明(밝을 명)의 月은 달과 관계가 있지만, 肝(간 간)의 왼쪽 月 모양은 肉(고기 육)이 변한 것입니다. 몸의 부분을 나타내는 글자에 이런 모양이 자주 보입니다. 같은 모양이라도 글자의 자리와 뜻을 함께 보아야 한다는 좋은 사례입니다.
214개를 한 줄로 써 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외우려 하면 비슷한 모양부터 뒤섞이기 쉽습니다. 저는 수업에서 水와 氵, 手와 扌처럼 원래 모양과 바뀐 모양을 한 쌍으로 보여 줍니다. 그다음 海나 打처럼 실제 글자에 넣어 봅니다. 부수를 몇 개 외웠는지보다, 낯선 한자를 만났을 때 익숙한 부분을 발견하고 사전에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지가 더 오래 남는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