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음 모음 순서가 사전에서는 왜 다를까요?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자음을 써 보라고 하면 대개 ‘ㄱㄴㄷㄹ’은 막힘없이 이어 갑니다. 그런데 ‘까’는 ‘가’ 다음에 찾아야 할까요, ‘나’ 다음에 찾아야 할까요? 여기서 손이 멈춥니다. 한글 자음 모음 순서를 배울 때의 배열과 국어사전에서 단어를 찾을 때의 배열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처음 배우는 자음 14개와 모음 10개
한글 맞춤법 제4항은 기본 자모를 스물넉 자로 정합니다. 자음 14개, 모음 10개입니다. 학교에서 처음 익히는 ‘가나다’와 ‘아야어여’가 바로 이 순서입니다.
- 기본 자음: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 기본 모음: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이 목록에 ㄲ이나 ㅐ가 없다고 해서 그 글자를 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맞춤법은 기본 자모로 적을 수 없는 소리를 두 개 이상의 자모를 어울러 적도록 하고, ㄲ·ㄸ·ㅃ·ㅆ·ㅉ과 ㅐ·ㅒ·ㅔ·ㅖ·ㅘ·ㅙ·ㅚ·ㅝ·ㅞ·ㅟ·ㅢ를 따로 제시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익히는 자음 글자는 19개, 모음 글자는 21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14와 10은 기본 자모의 수이고, 19와 21은 이 글자들까지 포함해 센 수입니다.
학생들이 “한글은 스물넉 자라면서 왜 익힐 글자는 마흔 개예요?”라고 묻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센 숫자를 한데 놓으면 모순처럼 보입니다. 기본이 되는 글자와 그것을 어울러 적은 글자를 구별하면 숫자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집니다.
사전에서는 쌍자음과 합쳐 쓴 모음이 사이에 들어갑니다
국어사전에서 단어를 찾을 때는 배열이 조금 달라집니다. 한글 맞춤법 제4항의 ‘붙임 2’는 사전에 올릴 때 쓸 자모 순서를 따로 정해 놓았습니다. 쌍자음과 합쳐 쓴 모음도 제자리를 갖습니다.
- 사전의 자음 순서: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ㅊ ㅋ ㅌ ㅍ ㅎ
- 사전의 모음 순서: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
따라서 ‘가’와 ‘까’와 ‘나’를 찾는다면 ‘가, 까, 나’ 순서입니다. ㄲ은 기본 자음 목록에서는 별도로 제시되지만, 사전에서는 ㄱ 바로 뒤에 놓입니다. ‘ㄲ은 기본 14자에 없으니 맨 뒤에 있겠지’ 하고 넘기면 단어를 찾기 어려워집니다.
모음도 같습니다. ‘가, 개, 갸’를 나란히 놓으면 사전에서는 ㅏ 다음에 ㅐ, 그다음에 ㅑ가 옵니다. 처음 배운 기본 모음만 떠올리면 ㅏ 다음이 곧장 ㅑ라고 생각하기 쉽지요. 사전에서는 그 사이에 ㅐ가 들어간다는 점을 기억하면 됩니다.
‘고, 과, 괘, 괴’는 어떤 순서일까요?
이 네 글자는 첫소리 ㄱ이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모음을 비교합니다. 사전의 모음 순서에서 ㅗ 뒤에는 ㅘ, ㅙ, ㅚ가 차례로 옵니다. 따라서 ‘고, 과, 괘, 괴’ 순서가 됩니다. ‘ㅚ가 ㅗ와 가까워 보이니 과보다 앞이겠지’라는 짐작은 사전의 배열과 다릅니다.
단어 전체를 비교할 때도 원리는 같습니다. 앞에서부터 한 글자씩 견주고, 같은 글자라면 다음 글자로 넘어갑니다. 한 글자 안에서는 첫소리인 초성, 가운뎃소리인 중성, 끝소리인 종성의 차례로 봅니다. ‘가구’와 ‘가까이’는 첫 글자 ‘가’가 같지만, 다음 글자의 첫소리 ㄱ과 ㄲ에서 순서가 갈립니다. 그래서 ‘가구’가 앞에 옵니다.
받침이 없는 글자도 건너뛰지 않습니다. ‘가, 각, 간’을 비교하면 받침 없는 ‘가’가 먼저이고, 이어 받침 ㄱ이 있는 ‘각’, 받침 ㄴ이 있는 ‘간’이 옵니다. 이렇게 실제 단어 몇 개를 놓고 비교해 보면 긴 자모 목록을 외우는 것보다 사전 찾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이 순서는 언제부터 쓰였을까요?
자모의 이름과 배열이 처음부터 지금 모습 그대로였던 것은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의 한글 맞춤법 해설에 따르면 자모의 수·순서·이름은 1933년 ‘한글 마춤법 통일안’에서 분명하게 제시됐고, 1988년 ‘한글 맞춤법’이 이를 이어받았습니다. 우리가 교실에서 익히는 기본 배열에는 이렇게 이어져 온 약속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기본 자모를 제시하는 순서와 사전에서 낱말을 배열하는 순서는 쓰임이 다릅니다. 앞의 목록은 기본 글자를 보여 주고, 사전의 목록은 실제로 찾을 단어들의 자리를 정합니다. ‘왜 배운 순서와 사전 순서가 다르지?’ 싶을 때 이 두 쓰임을 떠올려 보세요. 글자를 세는 기준과 낱말을 찾는 기준이 보이면, 자음과 모음의 긴 줄도 덜 낯설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