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사투리 테스트, 몇 개나 알아들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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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사투리 테스트, 몇 개나 알아들으시겠어요?

얼마 전 수업에서 ‘혼저 옵서예’를 보여 주었더니 한 학생이 ‘혼자 오라는 뜻인가요?’ 하고 물었습니다. ‘혼저’가 익숙한 ‘혼자’와 닮아 있으니 그럴 만하지요. 하지만 제주에서 이 말은 손님을 맞을 때 쓰는 ‘어서 오세요’입니다. 제주도 사투리 테스트가 재미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글자만 보고 짐작한 뜻과 실제 쓰임이 어긋나는 순간, 말이 생겨난 자리까지 궁금해지거든요.

혼저 옵서예에서 혼저는 무슨 뜻일까요?

먼저 세 문장을 읽고 뜻을 골라 보세요. 답은 바로 아래에 적었습니다. 점수를 매기기보다 어떤 단어에서 뜻을 짐작했는지 살피며 읽으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 1. ‘혼저 옵서예’의 뜻은? ① 혼자 오세요 ② 어서 오세요 ③ 천천히 오세요
  • 2. ‘감저’는 무엇일까요? ① 감자 ② 고구마 ③ 귤
  • 3. ‘지슬’은 무엇일까요? ① 감자 ② 고구마 ③ 옥수수

첫째 답은 ②입니다. ‘혼저’는 ‘어서’라는 뜻이고, ‘옵서예’와 만나 손님을 반기는 말이 됩니다. 제주어 교육 플랫폼 페우다의 기본 어휘에는 ‘ᄒᆞᆫ저’가 ‘어서’로 실려 있습니다. 관광지에서 자주 보는 ‘혼저’라는 적기에만 익숙하다가 아래아가 들어간 표기를 만나면 낯설 수 있습니다. 같은 말을 듣고도 무엇을 기준으로 적었는지에 따라 글자 모양을 다시 살피게 되는 대목입니다.

둘째 답은 ② 고구마, 셋째 답은 ① 감자입니다. 제주어에서 ‘감저’는 고구마를, ‘지슬’은 감자를 가리킵니다. 제주어 교육 플랫폼 페우다의 어휘 카드에서도 ‘감저·감제’와 ‘지슬’을 각각 그렇게 풀이합니다. 표준어 ‘감자’와 소리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감저’를 감자로 고르면 헷갈립니다. 시장에서 먹는 ‘지슬’을 떠올리면 두 낱말의 짝이 한결 또렷해집니다.

뜻을 알면 말하는 장면도 보일까요?

이번에는 사람과 양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앞의 세 문제보다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문장 안에서 읽어야 뜻이 자연스럽게 잡힙니다.

  • 4. ‘어멍이 아방을 불렀다’에서 ‘어멍’과 ‘아방’은? ① 어머니와 아버지 ② 할머니와 할아버지 ③ 언니와 오빠
  • 5. ‘하영 먹었다’에서 ‘하영’은? ① 빨리 ② 많이 ③ 맛있게

넷째 답은 ①입니다. ‘어멍’과 ‘아방’은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를 가리킵니다. 제주어 구술 자료에는 ‘어멍’이 실제 대화 속에 나타납니다. 낱말 하나만 떼어 외울 때보다 ‘어멍이 부르고 아방이 대답한다’ 같은 장면을 붙여 읽을 때 가족을 부르는 말이라는 감각이 살아납니다.

다섯째 답은 ②입니다. ‘하영’은 ‘많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하영 먹었다’도 그 뜻으로 읽으면 됩니다. 제주 사람의 이야기를 옮긴 구술 자료에는 ‘하영’이 여러 문맥에서 나타납니다. 간판에서 본 말을 생활 속 문장으로 옮겨 읽어 보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같은 단어라도 앞뒤에 무엇이 놓였는지 알아야 자기 말처럼 쓸 수 있으니까요.

다섯 문제의 점수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다 맞혔다면 익숙한 제주어를 꽤 많이 알고 계신 셈입니다. 두세 문제를 맞혔다 해도 괜찮습니다. 특히 ‘감저’를 감자로 고른 분이라면 소리가 비슷한 두 말을 곧바로 같은 뜻으로 연결하기 쉽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지요. 그런 오답이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감저는 고구마, 지슬은 감자’처럼 서로 바꾸어 말할 수 없는 짝으로 기억하면 다음에는 덜 흔들립니다.

다만 이 다섯 문제로 제주어 실력을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제주어는 몇몇 관광 문구보다 훨씬 넓고 깊습니다. 말하는 이와 지역, 상황에 따라 쓰는 표현도 달라집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학연구센터가 마을별 구술 자료를 모아 놓은 것도 실제 사람들이 쓴 말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익숙한 예문 하나를 제주 전체의 유일한 말투처럼 여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제주어를 읽을 때 표기도 함께 봐야 할까요?

제주어를 한글로 적다 보면 ‘ᄒᆞᆫ저’처럼 아래아가 들어간 글자를 만납니다. 일상에서 쓰는 한글 입력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낯선 모양입니다. 그래서 눈에 익은 표기만 보고 어느 하나를 성급하게 ‘틀렸다’고 말하기보다, 그 글이 제주어를 어떤 방식으로 적었는지 먼저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마련한 제주어 표기법도 제주 사람들이 쓰는 말을 일정한 원리에 따라 적고 보전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제주어를 흔히 ‘제주도 사투리’라고 부르지만, 연구와 교육 현장에서는 ‘제주어’라는 이름을 씁니다. 낱말 몇 개를 표준어로 바꾸는 일만으로는 제주 사람들의 말맛과 생활을 다 옮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슬’이라는 말을 알게 되면 식탁이 보이고, ‘혼저 옵서예’를 알아들으면 누군가 문 앞에서 손님을 맞는 장면이 보입니다. 테스트는 다섯 문제에서 끝나도, 그 말이 쓰이는 자리를 떠올리는 일은 거기서 시작됩니다.

제주도 사투리 테스트, 몇 개나 알아들으시겠어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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