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이다 썩히다 차이 왜 속은 썩이고 재능은 썩힐까요?

Last Updated :
썩이다 썩히다 차이 왜 속은 썩이고 재능은 썩힐까요?

수업 시간에 ‘부모님 속을 썩히다’라고 쓴 문장을 보면 학생들이 왜 그렇게 적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음식이 썩는다는 말을 떠올리면 ‘썩히다’가 자연스러워 보이거든요.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괴롭게 할 때는 ‘속을 썩이다’가 맞습니다. 반대로 아까운 재능을 쓰지 않고 묵혀 둔다면 ‘재능을 썩히다’라고 합니다. 한 글자 차이인데, 뒤에 오는 말까지 달라지는 셈이지요.

두 말은 어디에서 갈라졌을까요?

‘썩이다’와 ‘썩히다’는 모두 ‘썩다’에서 나온 사동사입니다. 사동사는 어떤 상태가 되게 한다는 뜻을 지닌 말입니다. ‘썩다’에 사동의 뜻을 더하는 ‘-이-’가 붙으면 ‘썩이다’, ‘-히-’가 붙으면 ‘썩히다’가 됩니다. 형태만 보면 둘 다 ‘썩게 하다’에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 쓰임은 서로 다른 쪽으로 굳었습니다.

‘썩이다’는 걱정이나 근심 때문에 마음을 괴롭게 하는 데 쓰입니다. ‘썩히다’는 음식이나 물건이 상하도록 두는 일, 또는 재능 같은 것을 제대로 쓰지 않고 묵혀 두는 일을 가리킵니다. 국립국어원도 ‘속을 썩이다’, ‘음식을 썩히다’, ‘재능을 썩히다’처럼 구별해 설명합니다. 그러니 접미사 ‘이’와 ‘히’ 중 어느 쪽이 맞는지 외우기 전에, 무엇이 괴롭고 무엇이 쓰이지 않은 채 남아 있는지 떠올리면 좋습니다.

‘속을 썩이다’에서는 무엇이 썩는 걸까요?

‘아이가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와 부모 속을 썩였다’라는 말을 생각해 봅시다. 부모의 속이 실제로 부패했다는 뜻은 아니지요. 걱정으로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마음을 가리키는 ‘속’과 어울릴 때는 ‘썩이다’를 씁니다. ‘진로 문제로 어머니 속을 썩였다’, ‘그 일 때문에 며칠째 속을 썩이고 있다’도 같은 쓰임입니다.

‘골치를 썩이다’, ‘가슴을 썩이다’ 역시 걱정과 괴로움에 초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속’이라는 낱말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마음이 괴로운 상황이라면 ‘썩이다’가 어울립니다. 학생들에게는 ‘누구의 마음이 힘들어진 걸까?’ 하고 물으면 구별이 빨라집니다. 단순히 ‘속이 나오면 이’라고 기억하는 것보다 쓰임을 넓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활용할 때도 차이가 이어집니다. 기본형이 ‘썩이다’이므로 ‘속을 썩여’, ‘속을 썩였다’, ‘속을 썩이지 마’라고 씁니다. ‘부모님 속 좀 작작 썩혀라’라고 적기 쉽지만, 마음을 괴롭게 한다는 뜻이라면 ‘썩여라’가 맞습니다. 문장을 소리 내어 읽을 때보다 글로 옮길 때 더 자주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음식과 재능에는 왜 ‘썩히다’를 쓸까요?

냉장고에 넣어 둔 채 잊은 채소가 상했다면 ‘채소를 썩혔다’고 합니다. 낙엽을 모아 거름이 되도록 두었다면 ‘낙엽을 썩혀 거름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물질이 실제로 변합니다. 걱정 때문에 괴로운 사람의 마음을 말하는 장면과는 다르지요.

‘재능을 썩히다’는 조금 더 생각할 만합니다. 재능은 음식처럼 부패하지 않습니다. 다만 쓸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오래 묵혀 둔 모습을 빗대어 말합니다. ‘그림 실력을 썩히기 아깝다’, ‘좋은 재주를 썩히지 않았으면 한다’에서 아까운 것은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쓰이지 않은 능력입니다. 같은 뜻으로 ‘청춘을 썩히다’처럼 시간을 허비하는 상황에도 이 말을 씁니다.

한 사람을 놓고 두 표현을 함께 쓸 수도 있습니다. ‘아들이 재능을 썩히는 모습을 보며 부모 속을 썩였다’라고 하면, 재능은 쓰이지 않고 부모의 마음은 괴로운 것입니다. 이렇게 나란히 놓으면 ‘썩히다’가 붙은 대상과 ‘썩이다’가 붙은 대상이 또렷해집니다.

문장 안에서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

글을 쓰다가 멈칫했다면 동사 바로 앞의 말을 보세요. ‘부모님의 속’, ‘내 가슴’, ‘골치’처럼 마음의 괴로움을 말한다면 ‘썩이다’입니다. ‘음식’, ‘거름이 될 재료’, ‘재능’, ‘청춘’처럼 상하거나 쓰이지 않은 채 남는 것을 말한다면 ‘썩히다’입니다. 낱말 하나만 따로 떼어 외우는 것보다 문장 속 대상과 뜻을 함께 보는 편이 오래갑니다.

  • 걱정 때문에 마음이 괴롭다: ‘속을 썩이다’, ‘골치를 썩이다’
  • 물질이 상하거나 변한다: ‘음식을 썩히다’, ‘풀을 썩혀 거름을 만들다’
  • 능력이나 시간을 쓰지 못하고 묵혀 둔다: ‘재능을 썩히다’, ‘청춘을 썩히다’

두 표기는 어느 하나가 틀린 말이 아닙니다. 각자 맡은 뜻이 다릅니다. ‘속을 썩였다’는 문장에는 누군가의 걱정이 있고, ‘재능을 썩혔다’는 문장에는 쓰이지 못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면 ‘이’와 ‘히’도 문장에 맞게 따라올 겁니다.

썩이다 썩히다 차이 왜 속은 썩이고 재능은 썩힐까요? - 요약
썩이다 썩히다 차이 왜 속은 썩이고 재능은 썩힐까요? | 어휘마스터 : https://word.or.kr/955
어휘마스터 © word.or.kr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