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 활용 종류는 왜 이렇게 많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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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 활용 종류는 왜 이렇게 많을까요?

수업 시간에 ‘물을 퍼서 담았다’를 칠판에 쓰면 꼭 한 번은 손이 올라옵니다. “선생님, ‘푸다’인데 왜 ‘푸어’가 아니에요?” 좋은 질문입니다. ‘푸다’를 외우는 것보다 ‘푸다’가 어미를 만날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편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불규칙’이라는 이름 때문에 변화가 제멋대로인 듯하지만, 달라지는 자리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습니다.

불규칙 활용은 무엇이 달라질까요?

‘먹다’에 ‘-어’를 붙이면 ‘먹어’가 됩니다. ‘먹-’이라는 어간이 그대로 남지요. 그런데 ‘듣다’에 ‘-어’를 붙이면 ‘들어’가 됩니다. 어간 끝의 ‘ㄷ’이 ‘ㄹ’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변화를 불규칙 활용이라고 합니다. 어간이 달라질 수도 있고, 어미가 달라질 수도 있으며, 둘 다 달라지기도 합니다.

먼저 ‘-어’나 ‘-으니’처럼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를 붙여 보는 것이 좋습니다. ‘듣고’에서는 변화가 보이지 않지만 ‘들어’, ‘들으니’에서는 드러납니다. 다만 글자 하나만 보고 모든 단어에 같은 변화를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듣다’는 ‘들어’이지만 ‘믿다’는 ‘믿어’입니다. 자주 쓰는 활용형이 말 속에서 각각 다르게 굳었기 때문입니다.

받침이 바뀌거나 사라지는 세 종류

ㄷ 불규칙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ㄷ’이 ‘ㄹ’로 바뀝니다. ‘걷다→걸어’, ‘듣다→들어’, ‘묻다→물어’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같은 ‘묻다’라도 뜻을 확인해야 합니다. 길을 묻다는 ‘물어’이고, 땅에 묻다는 ‘묻어’입니다. 소리와 표기가 같은 기본형이라도 활용까지 같지는 않습니다.

ㅂ 불규칙에서는 받침 ‘ㅂ’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우’로 바뀌는 일이 많습니다. ‘춥다→추워’, ‘눕다→누워’가 익숙한 예입니다. ‘돕다→도와’, ‘곱다→고와’는 ‘-아’를 만날 때 ‘와’가 되는 예외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다고 늘 ‘도와’의 ‘오’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으니’가 붙으면 ‘도우니’, ‘고우니’입니다. 국립국어원도 이 차이를 한글 맞춤법 제18항의 활용 사례로 설명합니다. 반면 ‘잡다→잡아’, ‘입다→입어’는 받침을 그대로 둡니다.

ㅅ 불규칙은 ‘ㅅ’이 사라집니다. ‘짓다→지어’, ‘낫다→나아’, ‘잇다→이어’처럼요. ‘병이 나았다’를 쓸 때 ‘낳았다’가 떠오른다면 기본형을 비교해 보면 됩니다. 병이 낫다는 ‘나아’이고, 아이를 낳다는 ‘낳아’입니다. ‘씻다→씻어’처럼 ‘ㅅ’을 유지하는 단어도 있습니다. 받침의 모양보다 실제 활용형을 함께 익혀야 하는 이유입니다.

‘르’가 같아 보여도 달라지는 길

르 불규칙은 ‘-아’나 ‘-어’가 붙을 때 ‘르’의 ‘ㅡ’가 빠지고 앞 음절에 ‘ㄹ’이 더해집니다. ‘다르다→달라’, ‘부르다→불러’, ‘흐르다→흘러’가 그 모습입니다. ‘다라’나 ‘부러’라고 쓰지 않는 까닭은 앞 음절까지 함께 바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르다→치러’, ‘따르다→따라’에는 그 ‘ㄹ’이 더해지지 않습니다. ‘르’로 끝난다는 사실만으로 활용형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와 헷갈리는 것이 러 불규칙입니다. ‘푸르다→푸르러’, ‘목적지에 이르다→이르러’에서는 어간 ‘푸르-’, ‘이르-’가 남고 어미 ‘-어’가 ‘-러’로 바뀝니다. ‘흐르다→흘러’와 ‘푸르다→푸르러’를 나란히 읽으면 차이가 또렷합니다. 같은 ‘이르다’라도 ‘시간이 이르다’라는 뜻일 때는 ‘시간이 일러’라고 합니다. ‘목적지에 이르러’와 뜻까지 묶어 기억하면 두 형태를 뒤섞을 일이 줄어듭니다.

짧은 단어에도 불규칙이 숨어 있습니다

우 불규칙의 대표적인 말은 ‘푸다’입니다. ‘물을 푸다’가 ‘물을 퍼’, ‘물을 퍼서’로 바뀔 때 어간 끝의 ‘우’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퍼’의 기본형을 찾을 때 ‘퍼다’라고 짐작하기 쉽습니다. 반면 ‘주다→주어’ 또는 ‘줘’처럼 ‘주다’는 다르게 활용합니다.

여 불규칙은 ‘하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 뒤에 ‘-아’가 오면 ‘하여’가 되고, 이것이 줄면 ‘해’가 됩니다. ‘공부하여’와 ‘공부해’가 모두 쓰이는 까닭입니다. 여기서는 어간의 받침을 찾기보다 어미가 ‘여’로 나타난다는 점을 보면 됩니다.

ㅎ 불규칙은 일부 형용사에서 나타납니다. ‘파랗다→파래’, ‘파라면’, ‘누렇다→누레’처럼 ‘ㅎ’이 줄고, 뒤따르는 어미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다→좋아’, ‘좋으면’은 같은 방식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ㅎ’으로 끝나는 말 전체에 적용되는 공식이 아닙니다.

교실에서는 이 여덟 종류의 이름을 한꺼번에 외우게 하지 않습니다. ‘걷다·믿다’, ‘낫다·낳다’, ‘흐르다·푸르다’처럼 닮은 말을 나란히 놓고, 어미를 붙여 읽게 합니다. ‘쓰다→써’에서 ‘ㅡ’가 빠지는 현상이나 ‘살다→사는’에서 ‘ㄹ’이 빠지는 현상까지 모두 불규칙에 넣지 않는 까닭도 그때 보입니다. 그런 변화는 해당 환경에서 일관되게 일어납니다. 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또 어느 단어에서 달리 굳었는지를 들여다보면 표기는 외울 목록보다 익숙한 말의 모습으로 남습니다.

불규칙 활용 종류는 왜 이렇게 많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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