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뎃점 사용법은 언제 쉼표와 다를까요?

얼마 전 학생이 ‘금·은·동메달’의 점을 가리키며 왜 쉼표를 쓰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셋을 나열했으니 쉼표도 될 것 같다는 말이었지요. 맞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쉼표도 쓸 수 있습니다. 다만 가운뎃점을 찍으면 세 메달을 한 묶음으로 읽으라는 뜻이 더 선명해집니다. 가운뎃점 사용법은 점을 어디에 찍는지보다 무엇을 함께 묶어 읽게 할지 생각하면 한결 쉬워집니다.
묶음이 두 겹이면 점과 쉼표를 나눠 씁니다
‘민수·영희, 선미·준호가 짝이 되어 윷놀이를 했다’라는 문장을 보겠습니다. 민수와 영희가 한 짝이고 선미와 준호가 다른 짝입니다. 짝 안의 두 이름은 가운뎃점으로 잇고, 두 짝 사이는 쉼표로 구분했습니다. 쉼표만 세 번 찍으면 누가 누구와 짝인지 바로 보이지 않겠지요.
국립국어원의 문장 부호 규정도 열거할 어구를 일정한 기준으로 묶어 나타낼 때 가운뎃점을 쓰도록 합니다. 이를테면 ‘서정시·서사시·극시, 자유시·정형시·산문시’라고 적으면 앞의 세 가지와 뒤의 세 가지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묶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운뎃점이 작은 묶음의 경계를 보여 주고, 쉼표가 큰 묶음의 경계를 보여 주는 셈입니다.
반대로 ‘연필, 지우개, 공책을 챙겼다’처럼 물건을 낱낱이 늘어놓는 문장이라면 쉼표가 자연스럽습니다. 점을 찍는다고 세 물건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나열할 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쉼표를 가운뎃점으로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짝을 이루는 말도 가운뎃점으로 잇습니다
수업 자료를 만들 때 저는 ‘참·거짓을 판단한다’, ‘자료를 수정·보완한다’처럼 씁니다. 참과 거짓은 함께 놓아야 판단의 범위가 드러나고, 수정과 보완은 한 작업을 이루는 밀접한 과정입니다. ‘머리·가슴·배’처럼 전체를 이루는 부분을 함께 제시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운뎃점은 이런 말들을 한 단위로 읽도록 돕습니다.
그렇다고 ‘수정, 보완’이 무조건 틀린 표기는 아닙니다. 현행 문장 부호 규정은 짝을 이루는 어구 사이에 가운뎃점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이 경우에는 점을 생략하거나 쉼표를 쓰는 것도 허용합니다. 그래서 짧은 제목에서 두 말을 묶어 보이고 싶다면 ‘조사·분석’이 알맞고, 문장 속에서 각 작업을 차례로 풀어 말하고 싶다면 ‘조사, 분석’도 쓸 수 있습니다. 허용되는 표기가 여럿일 때는 글에서 강조하려는 관계를 먼저 생각하면 됩니다.
점의 앞뒤를 띄우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할 만합니다. ‘조사·분석’처럼 양쪽 말에 붙여 씁니다. 글자 사이를 벌려 ‘조사 · 분석’으로 적으면 규정의 띄어쓰기와 맞지 않습니다.
뒤에 오는 말을 함께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금·은·동메달’을 풀어 쓰면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입니다. 세 번 나오는 ‘메달’을 한 번만 적고 앞의 말들을 가운뎃점으로 이었습니다. ‘상·중·하위권’도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을 묶은 표현입니다. 점 뒤의 공통 성분을 앞말에도 붙여 읽으면 뜻이 풀립니다. 국립국어원 규정은 이렇게 공통 성분을 줄여 하나의 어구로 묶을 때 가운뎃점을 쓰며, 쉼표로 대신할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한 번 더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여러 말에서 출발했더라도 이미 한 단어로 굳어졌다면 점을 끼워 넣지 않습니다. ‘선후배’는 선배와 후배를 아울러 이르는 한 단어이고, ‘직간접’도 직접과 간접을 아우르는 한 단어입니다. 이런 말을 ‘선·후배’, ‘직·간접’으로 기계적으로 쪼개지 않는 이유입니다. 쓰려는 말이 한 단어인지 헷갈릴 때는 국립국어원의 사전에서 표제어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3·1 운동의 점은 왜 그대로 쓸 수 있을까요?
오래된 교재에는 ‘3·1 운동’만 맞고 ‘3.1 운동’은 틀리다고 적힌 경우가 있습니다. 당시 규정으로 배웠다면 그렇게 기억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문장 부호 규정이 바뀌어 2015년 1월 1일부터는 특정한 의미가 있는 날의 월과 일 사이에 마침표를 쓰는 것이 원칙이 됐습니다. 가운뎃점도 허용합니다. 지금은 ‘3.1 운동’과 ‘3·1 운동’을 모두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8.15 광복’과 ‘8·15 광복’도 같은 관계입니다.
이때의 ‘3.1’은 날짜 전체를 숫자로 줄여 적은 ‘1919. 3. 1.’과 쓰임이 다릅니다. 앞의 표기는 특정한 날을 이름처럼 가리키고, 뒤의 표기는 연월일을 차례로 나타냅니다. 겉으로는 비슷한 점이라도 문장에서 맡는 일이 다른 셈이지요. 예전에 외운 답이 지금 읽는 규정과 다를 때는 기억을 탓하기보다 규정이 언제 달라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가운뎃점 하나가 문장의 뜻을 새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말이 한 짝인지, 어디까지 함께 읽어야 하는지는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글을 쓰다가 점을 찍을지 망설여진다면 먼저 말들을 풀어 읽어 보세요. 그 과정에서 이미 한 단어로 굳은 말인지, 여럿을 한 묶음으로 보여 줄 말인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