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 규정은 왜 발음대로만 적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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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표기법 규정은 왜 발음대로만 적지 않을까요?

수업 시간에 학생이 ‘케익이 더 자연스럽게 들리는데 왜 케이크라고 써요?’ 하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입으로 말할 때는 끝의 ‘크’가 또렷하지 않을 수 있지요. 그런데 들리는 대로만 적으면 같은 단어가 사람마다 다르게 쓰입니다. 외래어 표기법 규정은 외국어의 소리를 한글에 담되, 우리가 함께 쓸 표기를 정해 두려는 약속입니다.

외국어 소리를 한글로 옮기면 왜 달라질까요?

영어 cake를 떠올려 보세요. 철자 끝에는 e가 있지만, 그 글자를 따로 발음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외래어를 적을 때는 알파벳을 한 글자씩 읽어 옮기지 않습니다. 원어의 발음과 그 언어에 마련된 표기 규칙을 함께 봅니다. ‘케이크’가 표준 표기이고 ‘케익’은 아닙니다.

한글과 영어의 소리 체계도 다릅니다. 영어의 끝소리를 모두 우리말 받침으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영어 cat은 ‘캣’, cake는 ‘케이크’입니다. 국립국어원이 설명하는 영어 표기 세칙에 따르면, 짧은 모음 뒤에 오는 단어 끝의 [t], [k] 같은 소리는 받침으로 적고, 이중 모음 뒤에 오는 소리에는 ‘으’를 붙여 적습니다. 두 단어의 끝 자음만 보면 비슷해 보여도 앞의 모음이 달라 표기가 갈리는 것이지요.

교실에서는 이 차이를 눈으로 보여 주면 학생들이 금세 이해합니다. cat의 끝은 ‘캣’처럼 닫고, cake의 끝은 ‘케이크’처럼 한 음절을 더 적습니다. 외국인이 내는 소리를 한글로 완벽하게 복사하려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글자로 같은 말을 일관되게 읽고 쓰기 위한 선택입니다.

기본 원칙 다섯 가지는 무엇을 지키려는 걸까요?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은 기본 원칙을 다섯 항목으로 제시합니다. 문장만 외우기보다 각 항목이 막으려는 혼란을 생각하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 지금 쓰는 한글 자모 24개로 적습니다. 외국어 소리를 나타내려고 새 글자나 특수 기호를 만들지 않습니다.
  • 외래어의 한 음운은 원칙적으로 한 기호로 적습니다. 원어의 철자 한 글자를 한글 한 글자에 맞춘다는 뜻은 아닙니다.
  •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 씁니다. ‘숍’, ‘인터넷’의 끝을 보면 이 원칙이 드러납니다.
  • 파열음을 적을 때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귀에 세게 들린다는 이유만으로 ㄲ, ㄸ, ㅃ을 고르지 않습니다.
  • 이미 굳어진 외래어의 관용은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합니다. 규칙 하나로 모든 낱말을 기계처럼 바꿀 수 없다는 뜻입니다.

특히 네 번째 항목에서 많이 멈춥니다. 카페를 ‘까페’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있어도 표기는 ‘카페’입니다. 된소리로 들리는 느낌은 말하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글자까지 바꾸면 메뉴판과 책, 사전의 표기가 제각각이겠지요.

카페라테와 짜장면은 왜 다르게 느껴질까요?

커피 주문을 받을 때 ‘라떼’라고 적힌 메뉴판을 흔히 봅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어 caffe latte를 표기 규칙에 따라 적으면 ‘카페라테’입니다. 국립국어원은 이 말의 표기가 별도로 심의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이탈리아어 표기법에 따른 형태로 ‘카페라테’를 제시합니다. 많이 보이는 표기와 규범에 따른 표기가 언제나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짜장면’은 어떨까요? 예전에는 ‘자장면’만 표준어였습니다. 중국어에서 들어온 말을 원칙에 맞춰 적은 형태가 ‘자장면’이었지요. 실제 생활에서는 ‘짜장면’이 널리 쓰였고, 2011년에 ‘짜장면’도 ‘자장면’과 함께 표준어로 인정됐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의 된소리 원칙이 그해 없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널리 굳은 말의 사용 현실을 반영해 두 표기를 인정한 사례입니다.

이 두 예를 같은 방식으로 외우면 오히려 헷갈립니다. ‘라떼’는 자주 보여도 규범에 따른 표기가 ‘라테’이고, ‘짜장면’은 실제 쓰임이 반영되어 지금은 쓸 수 있습니다. 표준어가 바뀌었다는 말을 들으면 어느 규칙이 달라졌는지, 특정 낱말의 표준형이 추가됐는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처음 보는 외래어는 어디서부터 확인할까요?

우선 그 말이 어느 언어에서 왔는지 확인합니다. 같은 알파벳도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서 읽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원어의 발음과 언어별 표기 세칙을 봅니다. 영어라면 단어 끝 자음 앞의 모음이 짧은지, 이중 모음인지에 따라 ‘캣’과 ‘케이크’처럼 적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말에서 널리 쓰는 단어라면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어문 규범 용례 찾기와 표준국어대사전도 확인할 만합니다. 관용 표기나 별도로 인정된 표준형이 있을 수 있어서입니다. 다만 새로운 말은 아직 개별 표기가 심의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공식 표기가 확정됐다’고 단정하기보다 해당 언어의 규칙에 따라 적은 형태라고 설명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학생에게 외래어 표기를 가르칠 때 저는 먼저 그 말이 건너온 길을 이야기합니다. 소리가 다른 언어를 지나 한글에 자리 잡는 과정에는 규칙도 있고, 오래 쓴 사람들의 습관도 있습니다. 그 사정을 알고 나면 ‘왜 이 글자일까’라는 의문이 단순한 암기보다 오래 남습니다.

외래어 표기법 규정은 왜 발음대로만 적지 않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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