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표준어는 어디서 확인해야 할까요?

얼마 전 수업에서 한 학생이 ‘국립표준어에 짜장면도 올라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메뉴판에서는 늘 보던 말인데, 시험에서는 틀릴까 봐 망설였다는 겁니다. 이 질문에는 두 가지 궁금증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무엇을 표준어로 인정하는지, 그리고 그 사실을 어디에서 확인하는지입니다.
먼저 이름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국립표준어’라는 이름의 기관이나 사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표준어를 확인할 때 찾는 기관은 국립국어원이고, 그곳에서 제공하는 사전은 표준국어대사전입니다.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표준어’는 말의 자격을 가리키고, ‘표준국어대사전’은 그 말과 쓰임을 찾아보는 사전입니다.
표준어는 누가 쓰는 말일까요?
표준어 규정 제1항은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이 문장을 읽고 ‘그럼 서울 사람의 말은 모두 맞고 다른 지역의 말은 틀린 건가요?’라고 묻는 학생이 많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방언의 가치를 놓치게 됩니다. 서로 다른 지역 사람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함께 쓸 말을 정하기 위한 기준이지, 고향에서 쓰는 말을 없애라는 뜻은 아닙니다.
‘교양 있는 사람’도 특정 학력이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명단을 뜻하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사회 구성원에게 통할 만한 언어를 쓰는 사람을 추상적으로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판단에서는 말이 얼마나 널리 쓰이는지, 기존 말과 뜻이나 쓰임이 어떻게 다른지 등을 검토합니다. 그래서 많이 들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곧바로 표준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맞춤법과 표준어를 나누어 생각하면 한결 편합니다. ‘어떤 말을 공통으로 쓸 것인가’가 표준어의 문제라면, ‘그 말을 글자로 어떻게 적을 것인가’에는 맞춤법과 표기 규칙이 관계합니다. 물론 실제 단어를 찾을 때 두 문제는 붙어 나타납니다. 사전에서 표제어만 보고 끝내지 말고 뜻풀이와 표시까지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짜장면은 왜 뒤늦게 인정됐을까요?
학생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예전에는 ‘자장면’만 표준어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음식점에서도 일상 대화에서도 ‘짜장면’을 널리 썼지요. 국립국어원은 이런 언어 현실을 검토해 2011년 ‘짜장면’을 추가로 인정했습니다. 지금은 ‘자장면’과 ‘짜장면’이 모두 맞습니다. 전에 배운 답이 당시에는 맞았어도 지금의 답과 다를 수 있는 셈입니다.
이 사례를 들려주면 아이들은 표준어가 한 번 정해지면 영원히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게 뜻밖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말은 사람들의 입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다만 오래 쓰였다는 인상만으로 기준을 바꿀 수는 없으니, 사용 실태와 말의 관계를 따져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짜장면’의 변화도 어느 날 갑자기 철자를 고친 일이 아니라, 쓰이던 말을 표준어로 추가한 일입니다.
비슷하게 글씨를 마구 써 놓은 모양을 가리키는 ‘개발새발’도 2011년에 표준어로 추가됐습니다. 원래 표준어였던 ‘괴발개발’과 나란히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말의 짜임은 다릅니다. ‘괴발개발’의 ‘괴’는 고양이를 뜻하는 옛말이고, ‘개발새발’은 개의 발과 새의 발을 떠올리게 합니다. 소리만 비슷한 두 형태를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각 말에 어떤 발이 들어 있는지 떠올리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사전에 실렸다면 모두 표준어일까요?
검색창에 단어를 넣어 결과가 뜨면 ‘사전에 있으니 맞다’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비표준어와 방언, 옛말도 설명을 위해 실립니다. 국립국어원 안내에 따르면 ‘…의 잘못’이나 화살표가 붙은 항목은 다른 표준형을 가리킵니다. 표제어가 있다는 사실보다 그 옆에 붙은 정보가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말샘도 자주 만납니다. 이 사전은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말을 폭넓게 모으는 데 쓰입니다. 유행어나 지역에서 쓰는 말까지 찾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다만 우리말샘에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표준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원고나 시험 답안을 확인할 때는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와 뜻풀이를 먼저 읽고, 헷갈리는 근거는 국립국어원의 어문 규범이나 설명을 이어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신조어도 같은 태도로 보면 됩니다. 처음 보는 말이라고 무조건 나쁜 말로 몰아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친구끼리 쓰는 말이 어떤 뜻으로 퍼지고 있는지 관찰하는 일과, 공적인 글에서 표준어로 쓸 수 있는지 판단하는 일은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쓰는 자리를 구별할 줄 아는 것이 말의 선택지를 넓혀 줍니다.
많이 쓰면 언제나 맞는 말이 될까요?
‘짜장면’ 이야기를 들은 뒤에는 ‘바래’도 많이 쓰는데 왜 ‘바라’만 맞나요?’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두 경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짜장면’은 한 단어의 형태를 추가로 인정한 사례입니다. 반면 ‘바라’는 동사 ‘바라다’의 활용형입니다. ‘가다’가 ‘가’가 되고 ‘자라다’가 ‘자라’가 되듯, 어간이 ‘ㅏ’로 끝날 때 어미 ‘-아’가 붙어도 ‘ㅐ’로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네가 잘되기를 바라’라고 적습니다. 국립국어원도 낱말 하나의 형태를 인정하는 경우와 규칙적인 활용을 바꾸는 경우는 다르게 판단한다고 설명합니다.
저는 이런 대목에서 학생에게 정답만 다시 외우게 하지 않습니다. 먼저 ‘바라다’를 적고, ‘가다’와 나란히 활용해 보게 합니다. 왜 ‘바래’가 입에 익었는지도 이야기합니다. 말소리의 익숙함과 글에서 따라야 할 형태가 어긋날 수 있다는 걸 알면, 다음에 비슷한 말을 만났을 때 스스로 확인할 실마리가 생깁니다.
국립표준어를 검색하다가 이 글에 닿았다면, 찾으려던 것은 아마 ‘누가 맞다고 정했는가’보다 ‘왜 지금은 그렇게 쓰는가’일 겁니다. 사전의 표시를 읽고, 말이 쓰여 온 길을 함께 살피면 표준어는 외워야 할 답안보다 이해할 수 있는 약속에 가까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