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지역어는 왜 모아 둘까요?

얼마 전 수업에서 부추 사진을 보여 주었더니 한 학생이 “저희 집에서는 정구지라고 해요”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학생은 할머니가 솔이라고 부른다며 고개를 끄덕였지요. 같은 채소를 두고 세 가지 이름이 나온 셈입니다. 이럴 때 저는 어느 말이 틀렸는지부터 묻지 않습니다. 그 말을 누구에게서, 어디에서 들었는지 먼저 묻습니다.
정구지와 솔은 어디서 왔을까요?
국립국어원의 지역어 자료를 보면 부추의 이름이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경북 상주와 경남 창원에서는 ‘정구지’, 전남 진도에서는 ‘솔’, 제주 서귀포에서는 ‘새우리’가 조사되었습니다. 다만 지도의 한 지점에 어떤 말이 적혀 있다고 해서 그 지역 사람 모두가 그 말만 쓴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지역에서도 세대와 마을에 따라 다른 이름이 함께 쓰입니다.
표준어 ‘부추’에도 시간이 쌓여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자료에서는 이 말이 ‘부초’를 거쳐 ‘부치’, ‘부추’로 이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지금 익숙한 표준어 역시 처음부터 지금 모습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정구지와 솔의 이름에 저마다의 생활이 남아 있듯, 부추에도 오래된 말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지요. 이름을 나란히 놓고 보면 외워야 할 단어가 늘어나는 대신 한 가지 사물을 부르는 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보입니다.
지역어는 표준어의 잘못된 발음일까요?
‘사투리’는 흔히 표준어와 다른 지방 말을 가리킬 때 쓰고, ‘지역어’는 특정 지역에서 쓰이는 말을 가리킵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도 두 용어가 완전히 갈라지는 개념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지역어라는 이름에는 그 지역 사람들이 써 온 말을 하나의 언어 자료로 바라보려는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표준어 규정 제1항은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는 여러 지역 사람이 함께 읽는 글과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통으로 쓸 기준을 세운 것입니다. 지역어를 쓰는 사람의 말이 모자라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곤란합니다. 공문서에 ‘부추’라고 적고, 집에서 “정구지 좀 다듬어 줘”라고 말하는 일은 서로 다른 상황에 맞춰 말을 고르는 일입니다.
뜻까지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지역어 종합 정보에서는 ‘애기’가 지역에 따라 어린아이뿐 아니라 새색시, 아가씨, 어미 등을 가리키는 사례를 보여 줍니다. 소리만 듣고 “아기의 다른 발음이겠지”라고 넘기면 문장의 뜻을 잘못 읽을 수 있습니다. 지역어를 만났을 때 지역과 문맥을 함께 살펴야 하는 까닭입니다.
국립국어원 지역어 자료는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처음에는 익숙한 표준어 하나를 골라 찾는 편이 쉽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지역어 종합 정보에서 ‘부추’를 검색하면 조사된 지역별 이름을 비교할 수 있고, 지역어 지도에서는 어떤 형태가 어느 곳에서 나타났는지 볼 수 있습니다. 조사 자료에는 제보자가 실제로 말한 음성도 실려 있습니다. 글자로는 비슷해 보이는 말도 소리로 들으면 차이가 또렷해집니다.
- 먼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확인합니다. 같은 소리라도 지역에 따라 뜻이 다를 수 있습니다.
- 다음으로 조사 지역을 봅니다. 시도 이름만 보고 사용 범위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 음성을 듣고 문장 속 쓰임을 확인합니다. 발음과 억양에는 글자로 다 옮기기 어려운 정보가 있습니다.
찾는 말이 자료에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 “그런 지역어는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조사되지 않았거나 아주 좁은 지역, 특정 집안에서 쓰는 말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국립국어원 역시 자료에서 찾을 수 없는 표현에 관해 이런 가능성을 안내합니다. 학생이 가족에게 들은 말을 가져오면 저는 먼저 누가, 어느 상황에서 썼는지를 적어 두게 합니다. 그 기록이 사전 검색 결과만큼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글에서는 어떤 말을 쓰는 게 맞을까요?
독자가 누구인지 생각하면 선택이 한결 쉬워집니다. 전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식재료를 안내하는 글이라면 ‘부추’가 뜻을 빠르게 전합니다. 지역의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글에서는 ‘정구지’나 ‘솔’을 쓰고 처음 나올 때 ‘부추’라고 덧붙일 수 있습니다. 지역어를 지우지 않으면서 처음 듣는 독자도 따라올 수 있는 방식이지요. 맞춤법을 확인할 때에는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준 표기와 우리말샘의 지역어 정보를 나누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국립국어원의 2020년 국민 언어 의식 조사에서는 평소 가장 많이 쓰는 말로 표준어를 꼽은 응답이 56.7%, 방언을 꼽은 응답이 43.3%였습니다. 서로 다른 말의 형태가 여전히 일상에서 살아 있다는 숫자입니다. 교실에서 정구지라는 말을 꺼낸 학생에게 부추만 외우게 했다면, 저는 그날 세대와 지역을 잇는 이야기를 놓쳤을 겁니다. 말의 기준을 배우는 일과 말이 살아온 자리를 듣는 일은 함께 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