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규정 개정, 왜 어제의 오답이 오늘은 맞는 말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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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 규정 개정, 왜 어제의 오답이 오늘은 맞는 말이 될까요?

얼마 전 수업에서 한 학생이 “선생님, 예전에는 짜장면이 틀렸다면서요?” 하고 묻더군요. 저는 그 질문이 참 좋았습니다. 맞춤법이나 표준어를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놓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표준어는 돌에 새긴 글자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오래 쓰고, 그 쓰임이 넓어지고, 기존 규범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표준어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표준어 규정 개정’이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조항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변화의 상당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새 표준어가 반영되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국립국어원과 국어심의회의 판단을 거쳐 “이 말도 표준어로 인정하자”가 되는 것이지요.

표준어는 누가 마음대로 정하는 말이 아닙니다

표준어 규정은 1988년 1월 19일 문교부 고시로 제정되었습니다. 그 첫머리에는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삼는다는 원칙이 놓여 있습니다. 이 문장은 짧지만 꽤 많은 내용을 품고 있습니다. 특정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교육받은 언어 공동체의 실제 말, 그리고 전국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말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말은 교과서 안에서만 살지 않습니다. 시장에서도 살고, 학교 복도에서도 살고, 방송 자막에서도 살고, 아이들 단체 대화방에서도 삽니다. 규정이 현실을 완전히 앞질러 갈 수 없고, 현실을 영원히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표준어 개정의 긴장은 바로 그 사이에서 생깁니다.

‘짜장면’은 왜 늦게 표준어가 되었을까요?

가장 유명한 사례는 역시 ‘짜장면’입니다. 오랫동안 표준어는 ‘자장면’이었습니다. 중국 음식 이름이 들어오면서 된소리 표기를 어떻게 볼 것인지, 외래어적인 성격과 실제 발음 사이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얽혀 있었지요. 하지만 생활 속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짜장면’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음식점 간판도 대체로 그랬습니다.

2011년 8월 31일, ‘짜장면’은 ‘자장면’과 함께 표준어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때 한꺼번에 39개 항목이 추가 표준어로 공표되었습니다. ‘먹거리’, ‘복숭아뼈’, ‘간지럽히다’, ‘개발새발’ 같은 말도 이 흐름 속에서 함께 이야기됩니다. 중요한 것은 ‘자장면’이 갑자기 틀린 말이 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장면’도 맞고 ‘짜장면’도 맞습니다. 다만 생활에서 압도적으로 살아 있던 말이 제도 안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복수 표준어는 아무 말이나 허용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복수 표준어를 두고 “그러면 많이 쓰기만 하면 다 맞는 말이 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제 사용 빈도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기존 표준어와의 관계, 의미 차이, 어감 차이, 표기 원칙과의 충돌 여부를 함께 봅니다.

  • ‘짜장면’처럼 기존 표준어와 같은 뜻으로 널리 쓰여 함께 인정된 경우가 있습니다.
  • ‘먹거리’처럼 원래의 ‘먹을거리’와 함께 실제 언어생활에서 굳어진 말을 받아들인 경우도 있습니다.
  • ‘개발새발’처럼 기존의 ‘괴발개발’과 비슷하지만 말맛과 쓰임이 달라 따로 인정된 예도 있습니다.
  • ‘맨날’과 ‘만날’처럼 일상성이 강한 표현이 표준어의 범위 안에서 다루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말은 ‘허용’입니다. 표준어가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기존 말을 몰아내는 일이 아닙니다. 더 자연스럽고 널리 쓰이는 말을 무작정 금지해 생기는 불편을 줄이는 일에 가깝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어문 규범 설명에서도 복수 표준어 조항은 실제 사용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경우와 어감 차이가 있는 경우를 나누어 설명합니다.

2011년 이후에도 표준어 추가는 이어졌습니다

2011년 변화가 워낙 컸기 때문에 ‘짜장면’만 기억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도 추가 표준어 공표는 이어졌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한국 어문 규정 자료에는 2011년 8월 31일, 2014년 12월 15일, 2015년 12월 14일 공표된 추가 표준어 목록이 별도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도 2011년부터 2014년, 2015년, 2016년에 걸쳐 복수 표준어 정책이 이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이 흐름은 표준어 규정이 무너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규정이 현실과 계속 대화하고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예전에는 사전에 없으면 틀렸다고만 가르치기 쉬웠습니다. 지금은 조금 더 섬세하게 말해야 합니다. “아직 표준어가 아니다”, “이 말은 지금은 표준어로 인정된다”, “둘 다 맞지만 공적인 글에서는 이 표현이 더 무난하다”처럼 상황을 나누어 설명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왜 바뀌었는지’를 먼저 말해 주어야 합니다

수업에서 표준어 개정을 다룰 때 저는 연도부터 외우게 하지 않습니다. 먼저 말의 힘을 느끼게 합니다. ‘자장면’이라고 쓰면 틀리지 않지만, 실제 대화에서 ‘짜장면’이 훨씬 자연스럽게 들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자연스러움이 하루 이틀의 유행이 아니라 오래 쌓이면 규범도 그것을 검토합니다.

물론 모든 신조어가 표준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는 말도 많고, 특정 집단 안에서만 통하는 말도 있습니다. 표준어가 되려면 넓은 사용, 안정된 뜻, 다른 말과의 관계, 공적 언어생활에서의 필요성이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신조어를 무조건 배척할 필요도 없고, 새로 생긴 말을 곧바로 표준어처럼 다룰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옛날에는 틀렸는데 왜 지금은 맞아요?”라고 물을 때, 그 질문을 귀찮아하면 안 됩니다. 그 안에 언어가 변한다는 감각이 들어 있습니다. 맞춤법 교육은 빨간 줄을 긋는 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왜 그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버텼는지, 왜 제도는 어느 시점에 그 말을 받아들였는지 들려줄 때 오래 남습니다. 저는 그래서 표준어 규정 개정을 ‘규칙이 흔들린 사건’보다 ‘말과 사람이 서로 맞춰 온 기록’으로 가르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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