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 퀴즈, 왜 매번 헷갈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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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표기법 퀴즈, 왜 매번 헷갈릴까요?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짧은 외래어 표기법 퀴즈를 냈습니다. 칠판에 ‘커피숍’과 ‘커피샵’을 나란히 써 놓고 어느 쪽이 맞느냐고 물었지요. 손은 거의 반반으로 갈렸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유였습니다. ‘샵이 더 영어 같아서요’, ‘숍은 어색해서요’, ‘간판에는 샵이 많아서요.’ 맞춤법이 아니라 생활 경험이 답을 고르게 만든 겁니다.

외래어 표기는 원래 헷갈립니다. 우리말 소리 체계 안에 바깥말을 넣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에서 온 말이 모두 한글로 적히는데, 각 언어의 소리를 그대로 옮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음대로 적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은 ‘원음에 가깝게 적되, 우리말 표기 체계 안에서 적는다’는 방향을 세웁니다. 여기서 많은 퀴즈가 나옵니다.

퀴즈 1: 커피숍일까요, 커피샵일까요?

정답은 ‘커피숍’입니다. 영어 shop의 모음은 우리말 ‘ㅏ’에 가까운 소리가 아니라 짧은 ‘ㅗ’ 쪽으로 적습니다. 그래서 ‘샵’이 아니라 ‘숍’입니다. 같은 원리로 workshop은 ‘워크숍’이지 ‘워크샵’이 아닙니다.

그런데 거리 간판에서는 ‘네일샵’, ‘편집샵’을 아주 자주 봅니다. 이 표기는 현실 언어에서 널리 쓰이지만, 규범 표기로는 ‘네일숍’, ‘편집숍’이 맞습니다. 학생들에게 이 대목을 설명할 때 저는 “간판이 틀렸다고 손가락질할 필요는 없지만, 시험지와 원고에서는 기준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생활 표기와 규범 표기가 늘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거든요.

퀴즈 2: 초콜렛일까요, 초콜릿일까요?

정답은 ‘초콜릿’입니다. 많은 사람이 ‘초콜렛’이라고 적습니다. 발음할 때 끝이 ‘렛’처럼 들리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외래어 표기에서는 chocolate의 끝소리를 ‘릿’으로 적습니다. 비슷하게 tablet은 ‘태블릿’입니다. ‘타블렛’이라고 적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표준 표기는 ‘태블릿’입니다.

여기에는 한글 표기의 습관도 작용합니다. 우리는 받침 뒤에 오는 짧은 소리를 또렷하게 구분하지 않고 뭉개서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릿’과 ‘렛’이 실제 말소리에서는 가까워집니다. 외래어 표기법 퀴즈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귀에 들리는 대로 적으면 그럴듯하지만, 규정은 소리의 큰 흐름과 표기 관습을 함께 봅니다.

퀴즈 3: 주스일까요, 쥬스일까요?

정답은 ‘주스’입니다. 예전 세대에게는 ‘쥬스’가 더 익숙할 수 있습니다. 가게 메뉴판이나 오래된 광고 문구에서도 ‘쥬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요. 하지만 표준 표기는 ‘주스’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미 우리말에서 ‘주’로 적을 수 있는 소리를 굳이 ‘쥬’로 적지 않습니다.

이 원리는 ‘주니어’, ‘주얼리’에서도 보입니다. 영어 junior, jewelry를 적을 때 ‘쥬니어’, ‘쥬얼리’라고 쓰고 싶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표기는 ‘주니어’, ‘주얼리’입니다. ‘쥬’가 완전히 금지된 글자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해당 외래어를 표준 표기로 적을 때는 ‘주’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자주 틀리는 외래어 표기법 퀴즈 10개

수업이나 블로그 글에서 바로 써 볼 수 있는 퀴즈를 모아 보았습니다.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쪽이 표준 표기인지 골라 보는 방식입니다.

  • 커피숍 / 커피샵: 표준 표기는 ‘커피숍’입니다.
  • 워크숍 / 워크샵: 표준 표기는 ‘워크숍’입니다.
  • 초콜릿 / 초콜렛: 표준 표기는 ‘초콜릿’입니다.
  • 주스 / 쥬스: 표준 표기는 ‘주스’입니다.
  • 액세서리 / 악세사리: 표준 표기는 ‘액세서리’입니다.
  • 콘셉트 / 컨셉: 표준 표기는 ‘콘셉트’입니다.
  • 메시지 / 메세지: 표준 표기는 ‘메시지’입니다.
  • 프러포즈 / 프로포즈: 표준 표기는 ‘프러포즈’입니다.
  • 리더십 / 리더쉽: 표준 표기는 ‘리더십’입니다.
  • 플래카드 / 플랭카드: 표준 표기는 ‘플래카드’입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틀리는 말은 대개 실제 발음, 영어 철자, 간판 표기, 예전 습관이 서로 엉켜 있는 말입니다. ‘컨셉’은 너무 널리 쓰여서 ‘콘셉트’가 오히려 딱딱하게 느껴집니다. ‘프로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규범 표기는 영어 propose의 발음을 우리말 체계로 옮겨 ‘프러포즈’로 잡고 있습니다.

왜 영어 발음 그대로 적지 않을까요?

학생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이것입니다. “선생님, 원어민 발음이랑 다르면 이상한 것 아닌가요?” 사실 그 질문이 맞습니다. 외래어 표기는 원어 발음을 참고합니다. 그런데 ‘그대로’ 적지는 않습니다. 우리말에는 영어의 모든 모음과 자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의 f와 p는 서로 다른 소리입니다. 하지만 한글 외래어 표기에서는 f를 대체로 ‘ㅍ’으로 적습니다. 그래서 file은 ‘파일’, fashion은 ‘패션’입니다. v도 마찬가지입니다. violin은 ‘바이올린’이지 ‘뷔올린’이 아닙니다. 우리말 화자가 읽고 말할 수 있는 체계 안에서 가장 가까운 표기를 고르는 겁니다.

또 하나 중요한 원칙은 된소리를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외래어를 적을 때 ‘까’, ‘빠’, ‘쏘’처럼 강하게 적고 싶을 때가 있지만, 표준 표기에서는 된소리 사용을 제한합니다. 그래서 cafe는 ‘카페’이고, service는 ‘서비스’입니다. ‘써비스’라고 쓰면 오래된 느낌이 나지요. 이 표기 차이 하나만으로도 글의 세대감이 달라집니다.

퀴즈로 익히면 오래 남는 이유

외래어 표기법을 표로만 외우면 금방 잊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여러 번 봤습니다. 그런데 ‘왜 커피샵이 아니라 커피숍인가’, ‘왜 초콜렛이 아니라 초콜릿인가’를 한 번 이야기로 들으면 기억이 오래갑니다. 머릿속에 규칙만 남는 것이 아니라 장면이 남기 때문입니다.

블로그 글을 읽는 분들도 비슷합니다. ‘정답은 이것입니다’라고만 적으면 정보는 빠르지만, 다음번에 또 흔들립니다. 반대로 표기의 배경을 알면 스스로 판단하는 힘이 생깁니다. ‘샵’이 익숙해도 shop 계열은 ‘숍’으로 적는다는 기준을 떠올리고, ‘쥬스’가 입에 붙어도 표준 표기는 ‘주스’라는 흐름을 기억하게 됩니다.

외래어는 앞으로도 계속 들어옵니다. 새 물건, 새 직업, 새 문화가 생길 때마다 말도 함께 들어오지요. 그러니 외래어 표기법 퀴즈는 단순한 맞춤법 놀이가 아닙니다. 우리말이 바깥말을 받아들이면서 어떤 질서를 만들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은 연습입니다. 틀린 표기를 하나 고치는 일보다, 그 말이 왜 그렇게 적히는지 납득하는 경험이 문해력에는 훨씬 오래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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