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률보카 어원편, 단어를 외우는 책이 아니라 어원을 읽는 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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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률보카 어원편, 단어를 외우는 책이 아니라 어원을 읽는 책일까요?

얼마 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vocabulary를 왜 어휘라고도 하고 보카라고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단어장을 펴 놓고 외우다가 문득 이상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이런 질문이 참 좋습니다. 단어를 그냥 30개씩 외우는 학생보다, 왜 그렇게 생겼는지를 묻는 학생이 오래 기억합니다.

능률보카 어원편을 이야기할 때도 저는 늘 이 지점부터 봅니다. 이 책은 영어 단어장이지만, 국어 교사가 보기에도 흥미로운 교재입니다. 우리말 맞춤법을 배울 때 어원을 알면 표기가 덜 흔들리듯, 영어 단어도 뿌리를 알면 암기가 조금 덜 막막해집니다. 외울 양은 줄지 않지만, 머릿속에 걸어 둘 못이 생깁니다.

왜 어원편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능률보카 어원편의 중심은 말 그대로 어원입니다. 단어 하나를 독립된 덩어리로 외우기보다, 접두사·어근·접미사로 나누어 뜻의 방향을 잡게 합니다. 예를 들어 접두사 re-에는 다시, 뒤로의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return, review, rewrite 같은 단어를 볼 때 전혀 다른 단어 세 개가 아니라 비슷한 힘을 가진 말의 가족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어에서도 비슷합니다. 한자어를 배울 때 독서, 독해, 낭독의 독이 모두 읽다와 닿아 있다는 걸 알면 낯선 단어가 와도 뜻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어 어원 학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어의 표면만 보지 않고 안쪽 구조를 보는 공부입니다.

학생들이 단어를 금방 잊는 까닭은 기억력이 약해서만은 아닙니다. 서로 연결되지 않은 정보를 너무 많이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낱말 100개를 낱개로 외우면 100개의 짐이 되지만, 어근 10개를 통해 묶으면 훨씬 가볍게 느껴집니다. 능률보카 어원편이 오래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원 공부가 모든 단어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어원을 안다고 단어가 저절로 외워지지는 않습니다. 학생들이 가장 자주 하는 착각이 여기에 있습니다. 어원은 암기를 없애 주는 도구가 아니라 암기의 길을 만들어 주는 도구입니다. 길이 생겼다고 해서 걷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닙니다.

영어에는 역사적으로 라틴어, 그리스어, 프랑스어, 게르만계 어휘가 뒤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뜻처럼 보여도 쓰임이 다르고, 어근으로 뜻을 짐작했는데 실제 문맥에서는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말에서도 그렇습니다. 사랑하다와 애정, 호감이 비슷한 듯해도 문장 속 자리는 다릅니다.

능률보카 어원편을 볼 때는 어원 설명을 뜻풀이의 전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첫 단서로 삼는 태도가 좋습니다. 처음에는 뿌리로 뜻을 짐작하고, 그다음에는 예문에서 실제 쓰임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어원만 외우면 단어가 납작해지고, 예문만 외우면 연결망이 약해집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쓰는 방법이 달라야 합니다

중학생이라면 능률보카 어원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밀어붙이기보다, 하루 분량을 줄여도 구조를 말로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단어를 보고 이 앞부분은 어떤 느낌이고, 가운데 뿌리는 무슨 뜻이고, 그래서 전체 뜻이 이렇게 이어진다고 자기 말로 풀어 보는 겁니다. 소리 내어 말하면 대충 외운 단어가 금방 드러납니다.

고등학생은 조금 다릅니다. 수능이나 모의고사 지문에서는 단어 뜻 하나만 묻지 않습니다. 문장 안에서 품사, 어조, 앞뒤 논리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그러니 어원으로 뜻을 잡은 뒤에는 반드시 문장 단위로 넘어가야 합니다. 특히 반의어, 유의어, 파생어를 함께 묶어 두면 독해 속도가 빨라집니다.

  • 처음 1회독: 어근과 대표 뜻을 가볍게 연결합니다.
  • 두 번째 1회독: 예문 속에서 품사와 쓰임을 확인합니다.
  • 세 번째 1회독: 헷갈린 단어만 따로 묶어 반복합니다.
  • 시험 직전: 새 단어보다 이미 표시한 단어를 다시 봅니다.

단어장은 한 번에 완벽히 끝내는 책이 아닙니다. 특히 어원형 단어장은 반복할수록 가치가 커집니다. 첫 회독에서는 낯설던 어근이 두 번째에는 눈에 들어오고, 세 번째에는 처음 보는 단어를 만났을 때도 짐작의 근거가 됩니다.

국어식으로 보면 능률보카 어원편의 장단점이 보입니다

국어 교사 입장에서 이 책의 장점은 단어를 관계 속에서 보게 한다는 점입니다. 문해력도 결국 관계를 읽는 힘입니다. 단어와 단어의 관계, 문장과 문장의 관계, 글쓴이 생각의 흐름을 읽어 내는 힘이지요. 어원 학습은 그중 단어 관계를 훈련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어원이 재미있다고 설명만 읽고 넘어가면 공부한 기분은 나는데 실제 점수로 잘 이어지지 않습니다. 학생들 중에는 형광펜으로 어근 설명을 예쁘게 칠해 놓고 정작 뜻을 가리면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교재가 문제가 아니라 사용법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능률보카 어원편을 쓸 때 손으로 길게 베껴 쓰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대신 단어를 가리고 뜻 말하기, 뜻을 보고 단어 떠올리기, 예문에서 빈칸 채우기처럼 머릿속에서 꺼내는 연습을 넣는 편이 낫습니다. 기억은 다시 읽을 때보다 꺼낼 때 더 단단해집니다.

능률보카 어원편을 고를 때 생각할 점은 무엇일까요?

이 책이 잘 맞는 학생은 단어를 무작정 외우는 방식에 지친 학생입니다. 특히 한자어를 배울 때 부수나 글자의 뜻을 알면 이해가 빠른 학생, 낱개보다 묶음으로 공부할 때 편안한 학생에게 잘 맞습니다. 반대로 아주 기초 단어가 부족한 학생이라면 어원 설명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때는 쉬운 빈출 단어를 먼저 확보한 뒤 넘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부모님들이 자주 묻는 것도 있습니다. 이 책 하나면 충분하냐는 질문입니다. 저는 충분하다는 말도, 부족하다는 말도 쉽게 하지 않습니다. 단어장은 재료이고, 독해는 요리입니다. 재료가 좋아도 문장 속에서 써 보지 않으면 실력이 굳지 않습니다. 능률보카 어원편으로 단어의 뿌리를 익히고, 실제 지문에서 그 단어가 어떤 얼굴로 나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공부는 결국 오래 남는 방식을 찾는 일입니다. 억지로 외운 표기는 잘 흔들리고, 이유를 알고 붙잡은 말은 오래 버팁니다. 영어 단어도 다르지 않습니다. 능률보카 어원편은 단어를 덜 외우게 해 주는 책이라기보다, 외운 단어가 서로 손을 잡게 만드는 책에 가깝습니다. 그 연결이 생기면 낯선 단어 앞에서도 학생의 눈이 조금 덜 흔들립니다.

능률보카 어원편, 단어를 외우는 책이 아니라 어원을 읽는 책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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