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순우리말 단어 모음, 뜻까지 알고 쓰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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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순우리말 단어 모음, 뜻까지 알고 쓰고 계신가요?

말맛이 예쁜 단어는 오래 남습니다

얼마 전 학생 글을 읽다가 ‘꽃잠’이라는 말을 만났습니다. 시험 답안지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단어인데, 문장 안에 들어가니 분위기가 확 달라지더군요. ‘아기가 곤히 자는 잠’이라는 뜻을 알고 쓴 문장이었습니다. 예쁜 순우리말은 그냥 소리가 고운 말이 아닙니다. 뜻이 살아 있고, 그 뜻이 장면을 만들어 줍니다.

저는 어휘를 가르칠 때 단어를 무작정 외우게 하지 않습니다. ‘뜻’만 외우면 금방 흐려집니다. 대신 그 말이 어떤 상황에서 쓰였는지, 비슷한 한자어와 무엇이 다른지 같이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입니다. 단순히 ‘반짝임’이라고 외우면 밋밋하지만, 물 위에 잘게 부서지는 빛을 떠올리면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소리도 뜻도 고운 순우리말

먼저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쓸 만한 단어들입니다. 이름, 닉네임, 글 제목, 편지 문장에 두루 어울립니다. 다만 예쁜 말일수록 뜻을 대충 짐작해 쓰는 경우가 많으니, 정확한 의미를 한 번은 짚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 가람: 강을 뜻하는 옛말입니다. 크고 잔잔한 느낌이 있어 이름으로도 자주 쓰입니다.
  • 나래: 날개를 이르는 말입니다. ‘꿈의 나래’처럼 펼쳐지는 이미지를 줄 때 자연스럽습니다.
  • 다솜: 사랑이라는 뜻으로 알려진 순우리말입니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합니다.
  • 라온: 즐거운이라는 뜻을 지닌 말로, ‘라온제나’처럼 조합되어 쓰이기도 합니다.
  • 미리내: 은하수를 뜻합니다. ‘미리’는 용, ‘내’는 냇물의 뜻으로 풀이되며 하늘의 강이라는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
  • 아라: 바다를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짧고 밝아 상호나 이름에도 잘 어울립니다.
  • 하늬: 서쪽에서 부는 바람, 곧 하늬바람에서 온 말입니다. 선선한 계절감이 있습니다.

여기서 조심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순우리말이라고 해서 모두 현대 표준국어대사전에 같은 방식으로 실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말은 옛말이고, 어떤 말은 이름 짓기 문화 속에서 널리 쓰이며 정착한 말입니다. 글에 쓸 때는 ‘공식 문서에 쓰는 말’인지 ‘정서적 표현으로 쓰는 말’인지 구분하면 어색함이 줄어듭니다.

자연을 담은 예쁜 순우리말

우리말에는 자연을 아주 잘게 바라본 흔적이 많습니다. 그냥 ‘비’라고 하지 않고 비의 굵기와 느낌에 따라 말을 나누고, 그냥 ‘빛’이라고 하지 않고 물결 위의 빛, 새벽의 빛, 저녁의 빛을 다르게 느낍니다. 이런 말들은 문장에 넣었을 때 풍경을 선명하게 만듭니다.

  •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입니다. 사진 제목으로 많이 쓰이지만, 산문에서도 매우 고운 말입니다.
  • 꽃비: 꽃잎이 비처럼 떨어지는 일을 이르는 말입니다. 벚꽃이 지는 장면에 잘 맞습니다.
  • 그루잠: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입니다. ‘잠깐 더 잔 잠’보다 말맛이 훨씬 섬세합니다.
  • 먼지잼: 겨우 먼지를 적실 만큼 조금 오는 비입니다. 아주 적은 비를 표현할 때 재미있고 정확합니다.
  • 여우비: 햇볕이 나 있는데 잠깐 내리는 비입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 속에도 자주 등장하죠.
  • 고운매: 아름답고 고운 맵시를 뜻합니다. 사람의 차림이나 태도를 칭찬할 때 쓸 수 있습니다.
  • 해거름: 해가 질 무렵입니다. ‘저녁’보다 시간의 빛깔이 더 또렷합니다.

사실 이런 단어는 많이 안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적당한 자리에 한두 개만 놓여도 글이 달라집니다. “해 질 무렵 강가를 걸었다”와 “해거름의 가람가를 걸었다”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다만 후자는 조금 문학적인 느낌이 강하니, 일상 글에서는 “해거름에 강가를 걸었다” 정도가 더 자연스럽습니다.

마음과 사람을 나타내는 말

예쁜 순우리말은 자연 풍경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마음의 결, 사람 사이의 거리, 따뜻한 태도를 표현하는 말도 많습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시킬 때 이런 단어를 알려 주면 감정 표현이 ‘좋았다, 슬펐다, 예뻤다’에서 조금씩 벗어납니다.

  • 다붓다붓: 여럿이 가깝게 붙어 있는 모양입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여 앉은 장면에 어울립니다.
  • 도담도담: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양입니다. ‘도담도담 자라다’처럼 씁니다.
  • 살뜰하다: 마음을 다해 정성스럽고 알뜰하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친절하다는 말보다 깊이가 있습니다.
  • 애틋하다: 섭섭하고 안타까우면서도 정이 깊다는 뜻입니다. 순우리말의 감정 표현이 얼마나 섬세한지 보여 줍니다.
  • 너울: 바다의 크고 사나운 물결, 또는 그런 물결처럼 일어나는 움직임입니다. 감정의 움직임을 비유할 때도 쓰입니다.
  • 헤윰: 생각이라는 뜻으로 알려진 말입니다. 이름이나 브랜드에 자주 쓰이며 차분한 느낌을 줍니다.

‘애틋하다’ 같은 말은 너무 익숙해서 순우리말인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자어 ‘연민’, ‘그리움’, ‘미련’과 나란히 놓아 보면 차이가 보입니다. 애틋함에는 아쉬움만 있는 게 아니라 정이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단어 하나는 감정의 범위를 정해 줍니다.

글과 이름에 쓸 때 어색하지 않게 고르는 법

예쁜 순우리말 단어 모음을 찾는 분들 중에는 아이 이름, 가게 이름, 블로그 이름, 작품 제목을 고민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때는 뜻만 보지 말고 소리, 길이, 실제 사용 장면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예컨대 ‘미리내’는 뜻이 아름답지만 네 음절이라 이름 뒤에 붙는 말과 리듬을 맞춰야 합니다. ‘가람’이나 ‘아라’처럼 짧은 말은 부르기 쉽지만, 이미 널리 쓰이는 만큼 개성은 조금 덜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너무 낯선 말을 많이 넣으면 글이 오히려 막힙니다. “윤슬이 어린 미리내 같은 가람”처럼 예쁜 단어를 한 문장에 몰아넣으면 독자는 뜻을 좇느라 장면을 놓칩니다. 어휘는 장식이 아니라 뜻을 정확히 전하는 도구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도 새 단어를 배웠으면 한 문장에 하나만 써 보라고 말합니다. 그래야 단어가 문장 속에서 숨을 쉽니다.

표기도 중요합니다. 인터넷에는 뜻이 부풀려진 순우리말 목록이 꽤 많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나 우리말샘에서 쓰임을 확인하면 좋습니다. 다만 사전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말이 무조건 쓸 수 없는 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름이나 창작 표현은 사전 등재 여부보다 맥락이 더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공식 안내문, 시험 답안, 교재 원고라면 더 엄격하게 확인해야 하고요.

곁에 두기 좋은 순우리말 몇 가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은 ‘해거름’과 ‘살뜰하다’입니다. 두 단어 모두 과장하지 않으면서 장면과 마음을 함께 데려옵니다. 해거름은 하루가 천천히 접히는 시간이고, 살뜰함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이런 말은 단어장에만 적어 두기보다 실제 문장에 한 번 넣어 볼 때 자기 말이 됩니다.

예쁜 순우리말을 고를 때 가장 좋은 기준은 ‘내가 정말 쓸 수 있는 말인가’입니다. 소리가 예뻐도 뜻이 맞지 않으면 오래 가지 않습니다. 반대로 처음엔 평범해 보여도 정확한 자리에 놓이면 빛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은 낯선 단어를 많이 아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이미 곁에 있던 말을 조금 더 정확히 보고, 그 말이 품은 장면을 제대로 불러내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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