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는 왜 어렵게 느껴질까요? 맞춤법보다 말의 길을 먼저 보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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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는 왜 어렵게 느껴질까요? 맞춤법보다 말의 길을 먼저 보면 달라집니다

얼마 전 수업에서 한 학생이 국어는 외울 게 너무 많다고 말했습니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맞춤법, 띄어쓰기, 문법 용어, 한자어, 속담, 사자성어까지 한꺼번에 밀려오면 국어가 언어가 아니라 시험 범위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16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니, 국어를 잘하는 학생은 규칙을 많이 외운 학생이 아니라 말이 생긴 길을 자주 묻는 학생이었습니다.

국어 공부가 힘든 까닭은 우리말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대충 지나치기 쉽기 때문입니다. 매일 쓰는 말이라 정확히 안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다 글로 쓰려는 순간 헷갈립니다. 되다와 돼다, 왠지와 웬지, 낫다와 낳다 같은 말이 그때 튀어나옵니다.

국어는 암기 과목일까요?

국어를 암기 과목처럼 대하면 금방 지칩니다. 물론 외워야 할 것이 있습니다. 표준어 규정도 있고 맞춤법 조항도 있습니다. 하지만 규칙만 먼저 들이밀면 학생들은 대개 이렇게 반응합니다. 왜요? 그냥 그렇게 정한 거예요?

그 질문이 사실 중요합니다. 국어는 사람들이 오래 쓰면서 굳어진 말의 흔적을 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맞히다와 맞추다는 둘 다 맞다에서 온 말이지만 쓰임이 다릅니다. 문제의 답을 맞히는 것은 정답과 들어맞게 하는 일이고,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은 서로 어울리게 조절하는 일입니다. 뜻의 방향을 알면 단순 암기보다 오래 갑니다.

국어 공부에서 가장 먼저 가져야 할 태도는 틀린 표기를 빨리 지우는 것이 아니라, 왜 그 표기가 생겼는지 보는 일입니다. 말에는 이유가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를 붙잡으면 기억이 훨씬 단단해집니다.

맞춤법은 벌점표가 아니라 사용 설명서입니다

학생들이 맞춤법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늘 채점과 함께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빨간 펜으로 표시된 글자를 보면 말의 원리보다 실수의 흔적이 먼저 보입니다. 그런데 맞춤법은 본래 사람을 혼내기 위해 만든 장치가 아닙니다. 서로 읽고 쓰는 데 덜 헷갈리도록 약속한 사용 설명서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돼와 되를 헷갈릴 때, 무조건 돼가 맞는 경우를 외우게 하면 오래가지 않습니다. 되에 어미 어가 붙어 되어가 되고, 그것이 줄어 돼가 되었다고 설명하면 흐름이 보입니다. 되어를 넣어 자연스러우면 돼가 들어갈 자리입니다. 안 돼는 안 되어가 자연스럽지만, 안 되니는 안 되어니가 어색합니다. 그래서 안 되니가 맞습니다.

이렇게 보면 맞춤법은 감으로 찍는 문제가 아닙니다. 말의 변화를 따라가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느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번만 길을 따라가 보면 다음에는 손이 먼저 압니다.

한자어를 알면 국어가 갑자기 선명해집니다

국어 어휘에서 한자어의 비중은 생각보다 큽니다. 교과서, 뉴스, 안내문, 시험 지문에 나오는 추상어 상당수가 한자어입니다. 그래서 한자를 몰라도 일상 대화는 가능하지만, 글을 깊게 읽을 때는 자주 막힙니다.

예를 들어 독해라는 말은 읽을 독, 풀 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글의 뜻을 풀어내는 일입니다. 문해력의 해도 같은 글자입니다. 글을 읽고 뜻을 풀어 삶에서 쓸 수 있는 힘이 문해력입니다. 이렇게 한 글자만 알아도 어휘가 줄줄이 연결됩니다.

사자성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진감래를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정도로만 외우면 시험이 끝난 뒤 사라집니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이미지가 남으면 말맛이 생깁니다. 국어 실력은 이런 이미지와 뜻의 연결이 쌓이면서 자랍니다.

  • 독해: 글을 읽고 뜻을 풀어내는 일
  • 문해력: 글을 읽고 이해해 활용하는 힘
  • 고진감래: 쓴 시간이 지나 단 시간이 온다는 뜻

표준어는 늘 고정되어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표준어를 절대 움직이지 않는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표준어도 언중의 사용을 보며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널리 쓰고, 발음과 의미가 안정되면 표준어의 자리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어를 공부할 때는 예전에는 틀렸지만 지금은 인정된 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짜장면은 오랫동안 자장면만 표준어로 인정되다가, 실제 사용 양상을 반영해 복수 표준어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입에 이미 깊게 자리 잡은 말을 규범이 뒤따라 인정한 사례입니다. 이런 변화를 보면 표준어는 말 위에 군림하는 법이 아니라, 말의 흐름을 관찰하며 세워지는 기준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신조어를 모두 표준어로 받아들이자는 뜻은 아닙니다. 새말은 유행을 타고 사라지기도 하고, 특정 세대나 집단 안에서만 쓰이기도 합니다. 다만 새말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를 무조건 못마땅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언어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함께 움직입니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게 쓰는 감각입니다.

국어 실력은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국어를 잘하고 싶다면 단어 하나를 볼 때도 작은 질문을 붙이면 좋습니다. 이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비슷한 말과 무엇이 다를까. 왜 이 표기는 되고 저 표기는 안 될까. 이런 질문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듯 보여도 결국 가장 빠른 길이 됩니다.

책을 읽을 때도 모르는 단어를 전부 멈춰서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자주 보이는데 흐릿한 말은 그냥 넘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예컨대 관점, 근거, 전제, 맥락 같은 말은 국어 지문뿐 아니라 사회, 과학, 역사 글에서도 계속 나옵니다. 이런 기본 어휘가 선명해지면 글 전체가 덜 흔들립니다.

국어는 우리 곁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만만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가까운 말일수록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새롭게 보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자주 말합니다. 맞춤법 하나를 고치는 일은 글자 하나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생각이 지나가는 길을 반듯하게 놓는 일이라고요. 국어는 외워서 버티는 과목보다, 말의 이유를 알아가며 오래 붙잡는 공부에 더 가깝습니다.

국어는 왜 어렵게 느껴질까요? 맞춤법보다 말의 길을 먼저 보면 달라집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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