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공부, 단어만 외우는데 왜 점수가 잘 안 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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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공부, 단어만 외우는데 왜 점수가 잘 안 오를까요?

토익 단어장은 빽빽한데 문장은 잘 안 읽히는 이유

얼마 전 학생 하나가 토익 단어장을 보여 주는데, 형광펜이 거의 책을 새로 칠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문장을 읽어 보라 하니 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단어 뜻은 안다고 했는데 문장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 말인지 잡지 못한 겁니다. 사실 토익공부에서 가장 흔한 장면입니다. 단어를 외웠는데 독해가 안 되고, 문법 문제집을 풀었는데 Part 5에서 또 틀립니다.

국어를 오래 가르치다 보면 영어 시험도 결국 ‘문해력’의 문제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물론 토익은 영어 시험입니다. 그런데 점수가 오르는 방식은 꽤 익숙합니다. 낱말을 따로 외우는 단계에서 문장 구조를 보고, 문장끼리의 관계를 읽고, 글의 목적을 파악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우리말 독해를 잘하는 학생이 영어 지문에서도 유리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apply’를 ‘지원하다’로만 외우면 문장이 좁아집니다. apply for a position은 직책에 지원한다는 뜻이고, apply a rule은 규칙을 적용한다는 뜻입니다. application도 지원서, 적용, 응용이라는 의미를 오갑니다. 단어 하나에 뜻 하나를 붙여 두면 시험장에서는 오히려 발목을 잡습니다. 토익 어휘는 ‘뜻’보다 ‘붙어 다니는 말’을 함께 봐야 오래갑니다.

토익공부는 영어 암기가 아니라 시험 언어에 익숙해지는 일입니다

토익 지문을 자세히 보면 일상 대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회사와 업무의 언어가 반복됩니다. 회의 일정 변경, 배송 지연, 환불 규정, 채용 공고, 사내 공지, 고객 문의 같은 상황이 계속 나옵니다. 그래서 토익공부를 할 때는 ‘영어 전반’을 넓게 공부한다기보다, 토익이 좋아하는 장면과 표현을 먼저 익히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Part 7에서 많이 나오는 문장을 보면 우리말 공문과도 닮았습니다. “참석 여부를 알려 달라”, “영수증을 첨부하라”, “회원에게만 할인이 적용된다” 같은 내용이 영어로 바뀐 것뿐입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어려운 해석을 하려고 덤비기보다, 이 문장이 어떤 상황에서 쓰였는지 먼저 잡는 것이 좋습니다. 지문 종류를 알아차리면 읽는 속도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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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섯 가지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토익 독해는 훨씬 안정됩니다. 국어 시험에서도 설명문인지 주장문인지 먼저 보면 읽기가 쉬워집니다. 영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글의 종류를 모르면 모든 문장이 같은 무게로 보입니다. 그러면 시간은 부족하고, 정답 근거는 흐려집니다.

단어는 ‘어원’보다 ‘자리’와 ‘짝’을 먼저 보아야 합니다

저는 맞춤법을 가르칠 때도 무작정 외우게 하지 않습니다. ‘왠지’와 ‘웬지’가 헷갈릴 때는 ‘왜인지’가 줄어든 말이므로 ‘왠지’가 맞다고 설명합니다. 까닭을 알면 덜 틀립니다. 토익 단어도 비슷합니다. 다만 토익에서는 어원보다 더 실용적인 까닭이 있습니다. 바로 그 단어가 문장에서 차지하는 자리와 자주 만나는 짝입니다.

예를 들어 access는 명사로도 쓰이고 동사로도 쓰입니다. have access to the file이라고 하면 파일에 접근 권한이 있다는 뜻이고, access the database라고 하면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access to처럼 뒤에 to가 따라붙는 모양을 모르면, 뜻을 알아도 문제를 틀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토익공부에서 단어장은 ‘한국어 뜻 목록’이 아니라 ‘표현 묶음’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외울 때 같이 묶으면 좋은 표현

  • be eligible for: ~을 받을 자격이 있다
  • be responsible for: ~을 담당하다
  • in accordance with: ~에 따라
  • prior to: ~ 전에
  • take effect: 효력이 발생하다
  • make arrangements: 준비하다, 조율하다

이런 표현은 따로 떼어 놓으면 힘이 약합니다. eligible을 ‘자격이 있는’으로 외우는 것보다 be eligible for a refund처럼 통째로 기억하는 편이 시험장에서 빠릅니다. 단어가 아니라 덩어리를 읽는 셈입니다. 실제 고득점자들이 지문을 빨리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눈이 한 단어씩 멈추지 않고 의미 단위로 움직입니다.

문법 문제는 규칙보다 ‘왜 그 품사가 와야 하는지’를 물어봅니다

Part 5를 공부하다 보면 문법이 끝도 없어 보입니다. 시제, 수동태, 분사, 접속사, 전치사, 관계사까지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그런데 토익 문법 문제의 상당수는 아주 단순한 질문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 빈칸에는 명사가 필요한가, 형용사가 필요한가, 부사가 필요한가?”입니다.

예를 들어 The manager gave a brief presentation.이라는 문장에서 brief는 presentation을 꾸미는 형용사입니다. 그런데 briefly가 들어가면 발표라는 명사를 꾸밀 수 없습니다. 반대로 The manager explained the policy briefly.에서는 explained라는 동작을 꾸미므로 부사가 자연스럽습니다. 우리말로도 ‘짧은 발표’와 ‘짧게 설명했다’는 다릅니다. 토익 문법은 이런 감각을 영어 형태로 확인하는 시험입니다.

그래서 문법 문제를 풀 때 해석부터 끝까지 하려고 하면 시간이 많이 듭니다. 먼저 빈칸 앞뒤를 보고 필요한 품사를 판단해야 합니다. 그다음 의미를 확인합니다. 국어 문법에서도 ‘새 책’과 ‘새로 샀다’의 차이를 알면 관형사와 부사의 쓰임을 쉽게 구분합니다. 영어의 형용사와 부사도 결국 꾸미는 대상이 다를 뿐입니다.

점수를 올리는 공부 순서는 조금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토익공부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목표 점수입니다. 600점이 필요한 사람과 900점을 노리는 사람은 공부 방식이 같을 수 없습니다. 600점대 목표라면 모든 문제를 완벽히 풀겠다는 생각보다 자주 나오는 어휘, 기본 문법, Part 3·4의 대화 흐름, Part 7의 쉬운 지문을 안정적으로 맞히는 쪽이 낫습니다. 800점 이상을 목표로 한다면 오답의 이유가 더 세밀해야 합니다. 단어를 몰랐는지, 문장 구조를 놓쳤는지, 선택지 표현을 잘못 바꿔 읽었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하루 공부를 나눈다면 이렇게가 무난합니다

  • 어휘 20분: 단어 뜻보다 예문과 전치사 짝 확인
  • 문법 25분: Part 5 문제를 풀고 품사 판단 근거 표시
  • 듣기 30분: 한 세트보다 짧은 구간 반복 청취
  • 독해 40분: 지문 종류를 표시하고 정답 근거 문장 찾기
  • 오답 20분: 틀린 이유를 한 줄로 적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답입니다. 많은 학생이 문제를 많이 푸는 데 시간을 쓰고, 틀린 문제를 다시 보는 시간은 아깝게 여깁니다. 그런데 점수는 맞힌 문제보다 틀린 문제에서 오릅니다. 특히 토익은 비슷한 상황과 표현이 반복되기 때문에, 오늘 틀린 표현을 제대로 잡으면 다음 모의고사에서 바로 효과가 납니다.

듣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들리는 문장을 열 번 들어도 안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귀가 나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표현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Would you mind sending me the invoice?를 한 덩어리로 익히지 못했다면, 실제 음성에서는 단어가 흘러 붙어 지나갑니다. 스크립트를 보고 구조를 확인한 뒤 다시 들으면 갑자기 들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귀가 열린 것이 아니라 문장이 머릿속에 생긴 겁니다.

토익은 오래 붙잡는 시험이 아니라 방향을 맞춰 빨리 통과하는 시험입니다

솔직히 토익공부는 재미만으로 끌고 가기 어려운 시험 공부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방법이 중요합니다. 단어를 외우되 뜻 하나에 묶이지 말고, 문법을 보되 규칙 이름보다 빈칸의 자리를 먼저 보고, 독해를 하되 글의 종류와 목적을 먼저 잡아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맞으면 공부 시간이 같은데도 점수 변화가 훨씬 분명해집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토익을 영어 실력의 전부처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다만 일정한 목적을 위해 필요한 시험 언어가 있고, 그 언어에 익숙해지는 훈련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맞춤법도 까닭을 알면 덜 틀리듯이, 토익도 정답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알면 덜 흔들립니다. 무작정 오래 앉아 있는 공부보다, 왜 이 답이 답인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공부가 결국 점수를 바꿉니다.

토익공부, 단어만 외우는데 왜 점수가 잘 안 오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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