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순우리말, 정말 ‘타오름달’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얼마 전 학생이 방학 숙제로 달력을 예쁘게 꾸며 왔는데, 8월 칸에 큼직하게 ‘타오름달’이라고 적어 두었더군요. 옆에는 해가 이글거리는 그림도 있었습니다. 참 잘 어울리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국어 시간에는 이런 말을 볼 때 한 번쯤 멈춰 서야 합니다. ‘예쁜 말’인지, ‘표준으로 정해진 말’인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8월을 순우리말로 부를 때 가장 많이 보이는 말은 ‘타오름달’입니다. 뜻은 대체로 ‘하늘에서는 해가, 땅에서는 가슴이 타오르는 달’쯤으로 풀이됩니다. 말맛이 좋습니다. 한여름의 열기와도 잘 맞고요. 다만 이 말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른 공식 월명은 아닙니다. 그러니 시험 답안이나 공문서에서 ‘8월은 타오름달’이라고 단정해서 쓰면 곤란합니다.
8월을 왜 타오름달이라고 부를까요?
‘타오름달’은 말 그대로 ‘타오르다’에서 온 표현입니다. ‘타오르다’는 불길이 세게 일어나거나, 마음·기운·감정이 세차게 일어나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지요. 8월은 양력으로도 더위가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시기입니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폭염이 이어지고, 낮에는 햇볕이 따갑습니다. 그래서 ‘불볕더위’, ‘찜통더위’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붙습니다.
여기에 마음의 이미지가 겹칩니다. 8월은 방학, 휴가, 광복절, 개학 준비가 함께 있는 달입니다. 쉬는 달 같지만 사실은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타오름’이라는 말이 단순히 날씨만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햇볕도 타오르고, 마음도 타오르고, 다시 시작하려는 기운도 타오르는 달.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꽤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타오름달’은 널리 퍼진 순우리말식 달 이름 가운데 하나이지, 국가가 정한 공식 명칭은 아닙니다. 이 차이를 알고 쓰면 말이 훨씬 단단해집니다.
순우리말 달 이름은 모두 표준어일까요?
많은 분들이 1월은 해오름달, 2월은 시샘달, 3월은 물오름달, 8월은 타오름달처럼 외웁니다. 학교 게시판이나 다이어리, 블로그 제목에서도 자주 보이지요. 그런데 사실 이 달 이름들은 전통적으로 조선 시대 문헌에 고정되어 내려온 이름이라기보다, 현대에 아름다운 우리말 달력을 만들면서 널리 알려진 표현에 가깝습니다.
이 말들이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쓰임의 자리가 다릅니다. 일상 글, 감성적인 제목, 행사 이름, 독서 기록, 블로그 글에서는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반면 행정 문서나 시험, 법령, 계약서처럼 날짜를 정확히 알려야 하는 글에서는 ‘8월’이라고 쓰는 것이 맞습니다. ‘타오름달 15일’이라고만 적으면 모든 사람이 같은 날짜로 이해한다고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국어에서 표준어는 ‘예쁜 말’과 같은 말이 아닙니다. 널리 쓰이고, 기준이 세워지고, 사전에 오르고, 공적인 소통에서 혼란이 적어야 합니다. 그러니 순우리말 달 이름을 아예 배척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표준어처럼 단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이 부분을 꼭 나누어 설명합니다. 말은 쓰임새를 알 때 오래 기억됩니다.
8월과 어울리는 순우리말 표현들
8월을 글로 표현할 때 ‘타오름달’ 하나만 붙잡고 있으면 문장이 금방 비슷해집니다. 순우리말은 달 이름보다 주변 어휘를 함께 볼 때 더 풍성해집니다.
불볕: 몹시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뜻합니다. ‘불볕더위’처럼 자주 씁니다.
땡볕: 따갑게 내리쬐는 볕입니다. 구어적인 느낌이 있어 생활 글에 잘 어울립니다.
소나기: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비입니다. 8월 오후 풍경과 잘 맞습니다.
그늘: 볕이 직접 들지 않는 곳입니다. 단순한 장소 말이지만 여름 문장에서는 쉼의 느낌을 줍니다.
여름내: 여름 동안 내내라는 뜻입니다. ‘여름내 자란 나무’처럼 쓰면 자연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8월은 타오름달입니다’라고만 쓰면 설명이 짧게 끝납니다. 그런데 ‘불볕이 길게 남고, 오후마다 소나기가 지나가며, 그늘의 고마움을 새삼 알게 되는 달’이라고 쓰면 8월의 감각이 살아납니다. 어휘력은 어려운 말을 많이 아는 데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익숙한 말을 정확한 자리에 놓는 힘에서도 자랍니다.
글에서 어떻게 쓰면 자연스러울까요?
‘타오름달’을 제목이나 첫 문장에 쓰고 싶다면, 바로 뒤에 설명을 붙이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8월을 순우리말식 달 이름으로 타오름달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문장은 단정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도 줍니다.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널리 알려진 표현’이라는 거리를 자연스럽게 확보합니다.
아이들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오름달에는 가족과 바다에 갔다’라고 쓰면 감성은 살아 있지만, 읽는 사람이 8월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8월, 곧 타오름달이라 불리는 한여름에’처럼 함께 써 주는 편이 좋습니다. 한 번 의미가 잡히면 그다음 문장부터는 ‘타오름달’만 써도 흐름이 이어집니다.
맞춤법과 어휘 교육에서 저는 늘 같은 말을 합니다. 외우는 말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왜 그런 말이 생겼는지, 어디까지 써도 되는지, 어떤 자리에서는 피해야 하는지를 함께 알아야 합니다. ‘8월 순우리말은 타오름달’이라고만 외우면 반쪽 지식입니다. ‘8월을 타오름달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공식 표준 월명은 아니다’까지 알아야 실제 글에서 실수하지 않습니다.
예쁜 말일수록 기준을 함께 알아야 합니다
순우리말 달 이름이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숫자로 된 ‘8월’보다 ‘타오름달’에는 빛과 열기와 마음의 움직임이 들어 있습니다. 말 하나가 계절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블로그 제목, 학급 게시물, 독서 감상문, 손글씨 달력에는 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예쁜 말이라고 해서 언제나 정확한 말은 아닙니다. 정확함과 아름다움은 서로 싸우는 관계가 아닙니다. 둘 사이의 자리를 알고 쓰면 됩니다. 공식적인 날짜 표기는 ‘8월’로, 계절의 느낌을 살리고 싶을 때는 ‘타오름달’로. 이 정도 감각만 있어도 글은 훨씬 안정됩니다.
저는 이런 말들을 볼 때마다 우리말 공부가 암기 과목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맞다, 틀리다’에서 멈추면 금방 잊히지만, 말이 생긴 배경과 쓰임의 경계를 알면 오래 남습니다. 8월을 타오름달이라 부르는 일도 그렇습니다. 뜨거운 계절을 우리말로 한 번 더 불러 보는 일, 거기에 기준을 살짝 얹어 주는 일. 그 정도면 어휘 공부로도 충분히 좋은 출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