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발음법 제12항은 왜 ㅎ을 다르게 읽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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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발음법 제12항은 왜 ㅎ을 다르게 읽을까요?

수업 시간에 ‘놓고’를 읽어 보라고 하면 학생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노코]라고 합니다. 그런데 칠판에 적힌 ‘ㅎ’을 가리키며 무슨 소리가 났느냐고 물으면 잠깐 멈춥니다. 분명 글자에는 있는데 [노ㅎ고]처럼 따로 들리지는 않으니까요. 표준발음법 제12항은 바로 이 받침 ‘ㅎ’이 이웃한 소리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적은 규정입니다. 먼저 입에서 일어나는 일을 떠올리면 여러 발음을 외울 필요가 줄어듭니다.

‘놓고’의 ㅎ은 어디로 갔을까요?

‘ㅎ’은 숨을 내보내는 성질이 두드러지는 소리입니다. 받침에 놓인 ‘ㅎ’은 뒤따르는 소리와 만나면서 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뒤에 ‘ㄱ’이 오면 그 숨의 성질이 ‘ㄱ’에 더해져 거센소리 ‘ㅋ’이 됩니다. 그래서 놓고는 [노코]입니다. ‘ㅎ’이 그저 사라진 게 아니라 뒤 자음을 바꾸는 데 참여한 셈이지요.

국립국어원의 표준 발음법 제12항은 받침 ‘ㅎ’ 뒤에 ‘ㄱ, ㄷ, ㅈ’이 오면 각각 [ㅋ, ㅌ, ㅊ]으로 발음한다고 규정합니다. 좋던은 [조ː턴], 쌓지는 [싸치]가 됩니다. ‘많고’와 ‘닳지’처럼 받침이 ‘ㄶ, ㅀ’일 때도 같은 원리가 작동합니다. 앞의 ‘ㄴ, ㄹ’은 남고 ‘ㅎ’이 뒤 자음을 거세게 만들어, 각각 [만ː코], [달치]로 들립니다.

여기서 표기와 발음을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코]라고 들린다고 ‘노코’로 적으면 ‘놓다’의 어간이 보이지 않습니다. 놓고, 놓아, 놓는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놓-’을 글에서는 지키고, 소리에서는 뒤에 무엇이 오느냐에 따라 달리 읽는 것입니다. 맞춤법이 말의 생김새를 보여 준다면 발음 규정은 그 말이 실제로 이어질 때의 소리를 보여 줍니다.

ㅎ이 뒤에 있어도 소리가 합쳐질까요?

교실에서 ‘먹히다’를 읽을 때 [머키다]라는 발음은 금세 나옵니다. 이번에는 ‘ㅎ’이 받침이 아니라 다음 음절의 첫소리입니다. 그래도 ‘ㄱ’과 ‘ㅎ’이 이어지며 ‘ㅋ’으로 합쳐지는 점은 같습니다. 제12항의 붙임 규정에 따라 먹히다는 [머키다], 맏형은 [마텽], 좁히다는 [조피다], 꽂히다는 [꼬치다]로 발음합니다.

‘옷 한 벌’의 [오탄벌]은 조금 더 낯설 수 있습니다. ‘옷’의 받침 ‘ㅅ’은 이 자리에서 대표음 [ㄷ]으로 바뀌고, 그 소리가 뒤의 ‘ㅎ’과 만나 [ㅌ]이 됩니다. ‘꽃 한 송이’가 [꼬탄송이]인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글자 ‘ㅅ’이나 ‘ㅊ’을 보자마자 곧장 ‘ㅎ’과 합친다고 생각하면 과정이 흐려집니다. 먼저 그 자리에서 실제로 나는 받침 소리를 짚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 사례들을 함께 놓으면 ‘ㅎ’이 앞에 있느냐 뒤에 있느냐보다 어떤 소리와 이어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ㄱ’과 만나 [ㅋ]이 되는 모습을 놓고와 먹히다에서 나란히 들을 수 있지요. 눈에는 서로 다른 글자 배열이지만, 귀에는 비슷한 변화가 닿습니다.

‘좋소’와 ‘놓는’은 왜 다르게 들릴까요?

뒤에 오는 자음이 달라지면 ‘ㅎ’의 역할도 달라집니다. 제12항은 ‘ㅎ’ 뒤에 ‘ㅅ’이 올 때 ‘ㅅ’을 [ㅆ]으로 발음하도록 합니다. 닿소는 [다ː쏘], 많소는 [만ː쏘], 싫소는 [실쏘]입니다. ‘좋소’ 역시 [조ː쏘]라고 읽습니다. ‘ㄱ, ㄷ, ㅈ’ 앞에서 거센소리가 나던 것과 구별해 들으면 기억하기 쉽습니다.

‘ㄴ’ 앞에서는 또 다릅니다. 놓는은 [논는], 쌓네는 [싼네]로 발음합니다. 받침 ‘ㅎ’이 [ㄴ]으로 바뀌어 뒤의 ‘ㄴ’과 이어지는 것입니다. 반면 않는은 [안는], 않네는 [안네]입니다. ‘ㄶ’에는 이미 ‘ㄴ’이 있으므로 ‘ㅎ’은 소리 나지 않습니다. 같은 ‘ㅎ’이 들어 있어도 ‘놓는’과 ‘않는’을 똑같은 과정을 거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받침이 ‘ㅀ’인 ‘뚫는’도 ‘ㅎ’이 소리 나지 않지만, 발음은 거기서 한 번 더 움직입니다. ‘ㅎ’이 빠진 뒤 ‘ㄹ’과 ‘ㄴ’이 만나 [뚤른]이 됩니다. 제12항으로 ‘ㅎ’의 처리를 짚고, 이어지는 ‘ㄹ’과 ‘ㄴ’의 변화까지 보아야 실제 발음에 닿습니다. 규정 하나에 모든 소리를 억지로 끼워 넣기보다 변화가 일어나는 차례를 따라가는 편이 좋습니다.

모음 앞에서 조용해지는 ㅎ은 글에도 없어질까요?

‘놓아’를 천천히 읽으면 [노아]입니다.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오자 받침 ‘ㅎ’은 발음되지 않습니다. ‘쌓이다’도 [싸이다], ‘닳아’도 [다라]로 읽습니다. 특히 닳아에서는 ‘ㅎ’이 사라진 뒤 남은 ‘ㄹ’이 다음 음절로 이어져 [다라]가 됩니다. 같은 탈락이라도 주변 글자에 따라 들리는 모습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렇다고 ‘노아’, ‘싸이다’, ‘다라’로 적지는 않습니다. 앞서 본 놓고[노코]와 놓아[노아]는 발음이 다르지만 둘 다 ‘놓-’에서 나온 말입니다. 글에서 ‘ㅎ’을 남겨 두면 이 관계가 보입니다. 학생들이 발음대로만 받아쓰다가 틀리는 까닭도 대개 여기 있습니다. 귀로 들은 소리를 확인한 다음, 그 말의 원래 어간까지 떠올려야 표기가 잡힙니다.

다만 ‘모음 앞이면 ㅎ을 없앤다’고 아무 데나 적용해서는 곤란합니다. 제12항에서 말하는 것은 받침 ‘ㅎ’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나 접미사가 붙는 경우입니다. ‘좋아합니다’의 ‘합니다’처럼 다음 음절 첫소리로 적힌 ‘ㅎ’까지 지우는 규정은 아닙니다. 국립국어원도 ‘좋아합니다’의 표준 발음을 [조ː아함니다]로 안내합니다. 경계를 어디에서 나누는지 살펴야 발음도 분명해집니다.

‘ㅎ’은 늘 같은 방식으로 읽히는 글자가 아닙니다. 놓고에서는 뒤의 ‘ㄱ’을 거세게 하고, 좋소에서는 ‘ㅅ’을 된소리로 만들며, 놓아에서는 소리 없이 물러납니다. 그 차이를 들은 뒤에도 글에는 ‘ㅎ’을 남겨 말의 뿌리를 보여 줍니다. 저는 학생이 규정의 번호보다 이 움직임을 먼저 떠올릴 때, 발음과 맞춤법을 함께 오래 기억한다고 느낍니다.

표준발음법 제12항은 왜 ㅎ을 다르게 읽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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