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운 변동 순서는 왜 단어마다 다를까요?

Last Updated :
음운 변동 순서는 왜 단어마다 다를까요?

수업 시간에 ‘꽃잎’의 발음을 칠판에 적으면 학생들이 잠시 멈춥니다. ‘꽃’은 [꼳]이고 ‘잎’은 [입]인데, 왜 둘을 붙이면 [꼰닙]이 되느냐는 거지요. 음운 변동의 이름을 각각 외워도 여러 변화가 겹치면 순서가 헷갈립니다. 이럴 때는 이름보다 먼저, 그 단어가 어디에서 끊기고 다음에 어떤 소리가 오는지 보는 편이 낫습니다.

모든 단어에 통하는 순서가 있을까요?

음운 변동은 한 소리가 이웃한 소리와 만날 때 일어납니다. 따라서 ‘음절 끝소리 규칙을 언제나 맨 먼저 적용한다’처럼 모든 단어에 씌울 수 있는 한 줄짜리 순서는 없습니다. 어떤 변화는 앞선 변화가 만들어 놓은 소리 때문에 일어나고, 어떤 변화는 뒤에 붙은 말의 성격을 먼저 알아야 설명됩니다.

이를테면 ‘국물’은 [궁물]입니다. 받침 ㄱ이 뒤의 ㅁ을 만나 코로 내는 소리 ㅇ에 가까워진 것이지요. 비음화 한 가지만 설명하면 됩니다. 반면 ‘닭만’은 [당만]입니다. 겹받침 ㄺ에서 ㄱ이 남아 [닥만]이 되고, 그 ㄱ이 뒤의 ㅁ을 만나 ㅇ으로 바뀝니다. ‘닭’의 ㄹ과 ㄱ 가운데 무엇이 남는지 알아야 다음 변화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표준 발음법 제11항과 제18항을 차례로 연결해 보는 사례입니다.

‘읽는’도 비슷합니다. ㄺ에서 ㄱ이 남아 [익는]으로 생각한 뒤, ㄱ이 ㄴ 앞에서 ㅇ으로 바뀌어 [잉는]이 됩니다. 두 변화를 무작정 앞뒤로 외우기보다, 뒤의 비음화에 필요한 ㄱ이 어디서 왔는지를 찾으면 흐름이 보입니다.

꽃잎에는 왜 ㄴ이 끼어들까요?

‘꽃잎’은 ‘꽃’과 ‘잎’이 결합한 말입니다. 이런 합성어에서 앞말이 자음으로 끝나고 뒷말이 ‘이’로 시작할 때, ‘이’를 [니]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표준 발음법 제29항의 ㄴ 첨가입니다. ‘꽃잎’에서는 먼저 이 결합 관계를 보아야 합니다. ㄴ이 들어오면 꽃의 받침 ㅊ은 ㄴ 앞에서 [ㄷ]으로 발음되고, 그 [ㄷ]이 ㄴ의 영향을 받아 [ㄴ]이 됩니다. 그래서 표준 발음은 [꼰닙]입니다.

여기서 중간 과정을 적은 ‘꼳닙’은 설명을 위한 표기일 뿐, 최종 발음이 아닙니다. ‘꽃’을 혼자 읽을 때 [꼳]이라고 해서 ‘꽃잎’을 [꼬딥]처럼 이어 읽을 수도 없습니다. ‘꽃+잎’이라는 말의 짜임이 먼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국립국어원도 ‘꽃잎’의 표준 발음을 [꼰닙]으로 제시하면서, 세부적인 변동 적용 순서는 견해에 따라 다르게 설명될 수 있다고 밝힙니다. 시험에서는 사용하는 교과서가 제시한 분석 방식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글자 ‘이’가 보여도 늘 ㄴ이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꽃이’의 ‘이’는 조사여서 받침 ㅊ을 뒤 음절로 옮겨 [꼬치]라고 읽습니다. ‘꽃잎’의 ‘잎’은 새 낱말의 일부입니다. 두 말의 발음이 갈리는 까닭은 글자 모양보다 말의 짜임에 있습니다.

받침을 먼저 바꾸면 오히려 틀리는 말도 있습니다

‘밭이’는 [바치]입니다. 받침 ㅌ 뒤에 조사 ‘이’가 붙으면 ㅌ이 [ㅊ]으로 바뀌어 뒤 음절에서 소리 납니다. 이를 구개음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밭’을 혼자 읽을 때 [받]이라고 해서 ‘밭이’를 [바디]로 읽으면 실제 발음과 어긋납니다.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붙었다는 조건을 놓친 탓입니다. 표준 발음법 제17항은 이런 경우를 따로 규정합니다.

‘좋다’도 받침 ㅎ을 먼저 [ㄷ]으로 바꾸어 읽지 않습니다. ㅎ과 뒤의 ㄷ이 어울려 [ㅌ]이 되므로 [조타]입니다. 표준 발음법 제12항에 나오는 거센소리되기입니다. 받침 글자가 보인다고 기계적으로 대표음부터 적으면, 그 받침이 뒷소리와 직접 만나는 길을 가려 버릴 수 있습니다.

순서가 헷갈릴 때는 무엇부터 볼까요?

학생에게는 세 가지만 먼저 묻습니다. 한 단어 안에서 무엇과 무엇이 결합했는가, 뒤에 오는 것이 자음인가 모음인가, 어떤 소리를 발음해야 하는가. ‘닭만’은 겹받침 뒤에 ㅁ이 와서 [당만], ‘밭이’는 조사 ‘이’가 와서 [바치], ‘꽃잎’은 합성어의 ‘잎’ 앞에 ㄴ이 더해져 [꼰닙]이 됩니다. 세 말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순서표로 풀 수 없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발음 과정을 화살표로 적는 일은 유용합니다. 다만 화살표는 실제로 입 안에서 소리가 시간 순서대로 한 번씩 바뀌는 장면을 찍은 기록이라기보다, 표준 발음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입니다. 국립국어원 역시 음운 변동의 결과는 규정하지만 모든 단어의 분석 순서를 하나로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순서를 외우려 애쓸 때보다, 그 말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웃한 소리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물을 때 발음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음운 변동 순서는 왜 단어마다 다를까요? - 요약
음운 변동 순서는 왜 단어마다 다를까요? | 어휘마스터 : https://word.or.kr/982
어휘마스터 © word.or.kr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