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어 사전에서 찾은 말은 다 바꿔 써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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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어 사전에서 찾은 말은 다 바꿔 써도 될까요?

얼마 전 학생의 글을 읽다가 ‘글의 오자를 치료했다’라는 문장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습니다. 잘못된 곳을 바로잡았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보통 오자는 ‘고쳤다’거나 ‘교정했다’고 하지, ‘치료했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학생은 사전에서 ‘고치다’와 뜻이 가까운 말을 찾은 뒤 그대로 옮겨 적었다고 했습니다. 비슷한 뜻을 찾는 것과 그 문장에 어울리는 말을 찾는 것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유의어는 왜 ‘같은 말’이 아닐까요?

‘유의어’는 한자로 類義語라고 씁니다. ‘류(類)’는 같은 부류, ‘의(義)’는 뜻을 가리킵니다. 뜻이 같은 부류에 놓인 말이라는 이름이지, 어느 문장에서나 자리를 맞바꿀 수 있다는 약속은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도 유의어를 ‘뜻이 서로 비슷한 말’로 풀이합니다. 이 ‘비슷한’이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가령 ‘고치다’는 옷을 고칠 때도, 버릇을 고칠 때도, 글을 고칠 때도 쓸 수 있습니다. 반면 ‘치료하다’는 병이나 상처를 다루는 상황에, ‘교정하다’는 글자의 잘못 등을 바로잡는 상황에 더 자연스럽게 놓입니다. 세 말이 ‘잘못된 상태를 바로잡는다’는 지점에서 만날 수는 있어도, 함께 붙는 대상은 다릅니다. 사전의 유의어 목록은 후보를 보여 줍니다. 최종 선택은 문장이 합니다.

그래서 유의어를 무조건 서로 바꾸면 어색한 문장이 생깁니다. ‘안경을 고쳤다’를 ‘안경을 치료했다’로 바꾸기 어렵고, ‘감기를 치료했다’를 ‘감기를 교정했다’로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말의 뜻은 낱말 하나에만 들어 있지 않습니다. 앞뒤에 어떤 말이 오는지까지 봐야 또렷해집니다.

구분과 구별은 어디에서 갈릴까요?

수업에서 자주 만나는 짝이 ‘구분’과 ‘구별’입니다. 두 말 모두 ‘나눈다’는 감각이 있어서 쉽게 섞어 씁니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를 나란히 놓으면 시선이 조금 다릅니다. ‘구분’에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전체를 몇 개로 갈라 나누는 뜻이, ‘구별’에는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나거나 갈라놓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책상 위 카드 스무 장을 색깔별로 세 무리에 나누어 놓는다면 ‘색깔에 따라 구분했다’가 자연스럽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두 버섯의 특징을 보고 서로 다른 종류임을 알아본다면 ‘두 버섯을 구별했다’가 잘 어울립니다. 하나는 기준을 세워 나누는 장면, 다른 하나는 차이를 알아채는 장면이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두 낱말 사이에 언제나 딱딱한 선을 그을 수는 없습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다’와 ‘공과 사를 구별하다’는 모두 쓰일 수 있고, 문맥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집니다. 앞의 표현에서는 경계를 세워 나누는 일이, 뒤의 표현에서는 서로 다른 성격을 알아보는 일이 더 두드러질 수 있지요. 국립국어원도 이런 미세한 차이를 판단할 때 사전 뜻뿐 아니라 실제 쓰이는 환경을 함께 고려한다고 설명합니다.

유의어 사전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학생에게는 먼저 바꾸려는 낱말을 지우지 말고 원래 문장에 밑줄을 긋게 합니다. ‘글의 오자를 고쳤다’에서 살필 것은 ‘고치다’ 하나가 아닙니다. 무엇을 고쳤는지, 누가 읽을 글인지,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문장인지도 함께 봅니다. 그다음 유의어 사전에서 후보를 찾고, 각 낱말의 뜻풀이와 용례를 다시 확인합니다.

  • ‘글의 오자를 고쳤다’는 일상적인 설명에 자연스럽습니다.
  • ‘글의 오자를 교정했다’는 출판이나 편집 작업을 말할 때 더 구체적입니다.
  • ‘글의 오자를 치료했다’는 뜻을 짐작할 수 있어도 일반적인 결합은 아닙니다.

이렇게 문장째 비교하면 단어장을 외울 때 놓치기 쉬운 차이가 보입니다. 비슷한 말을 많이 적는 것보다 후보 두세 개를 같은 자리에 넣어 읽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입으로 읽었을 때 걸리는 곳이 있는지도 살펴봅니다. 물론 익숙하다는 느낌만으로 판정하지는 않습니다. 처음 보는 표현이라면 사전 용례를 확인하고, 글의 목적과 독자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사전의 표시도 읽을 줄 알면 편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는 뜻이 가까운 말들을 함께 보여 주는 표지입니다. 다만 그 표시를 보았다고 해서 모든 문장에서 자유롭게 바꿔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슷한말’이라는 안내를 받은 순간부터 비교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좋은 문장은 어려운 말보다 알맞은 말을 고릅니다

가끔 학생들은 같은 단어가 두 번 나오면 반드시 다른 말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복을 피하려다 뜻이 달라지면 글이 더 흐려집니다. ‘문제를 해결했다’ 다음에 다시 ‘문제를 해결했다’가 나오는 것이 거슬린다면 문장 구조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무작정 ‘해소했다’나 ‘처리했다’로 갈아 끼우기 전에,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어휘가 풍부하다는 말은 어려운 낱말을 많이 안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같은 장면을 두고도 ‘고치다’, ‘교정하다’, ‘수정하다’ 가운데 어느 말이 독자에게 가장 정확한 그림을 보여 줄지 고를 수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유의어 사전은 그 선택지를 넓혀 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단어를 고르는 일은 늘 우리가 쓰고 있는 문장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유의어 사전에서 찾은 말은 다 바꿔 써도 될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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