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규정 1항은 왜 서울말을 기준으로 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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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 규정 1항은 왜 서울말을 기준으로 삼을까요?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서울 사람은 말만 하면 다 표준어예요?”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칠판에 적힌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문장을 보고 나온 질문이었지요. 표준어 규정 1항을 처음 읽으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서울 사람의 말에 무조건 도장을 찍어 주는 규칙이 아닙니다. 여러 지역과 세대가 함께 쓸 공통의 말을 어떤 기준으로 고를지 밝힌 문장입니다.

표준어 규정 1항은 무엇을 고르는 기준일까요?

국립국어원이 제시한 표준어 규정 제1부 ‘표준어 사정 원칙’의 첫 항은 사람, 시대, 지역이라는 세 기준을 담고 있습니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은 사회적 기준, ‘현대’는 시대적 기준, ‘서울말’은 지역적 기준입니다. 여기서 ‘사정’은 말을 조사하고 검토해 표준어로 정한다는 뜻입니다. 이미 정해진 말을 글자로 어떻게 적을지는 한글 맞춤법이 맡습니다. 표준어와 맞춤법이 자주 함께 언급되지만, 다루는 단계가 다른 셈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말이 표준어인지 묻는 일과 그 말을 띄어 쓰거나 소리대로 적어도 되는지 묻는 일은 같지 않습니다. 첫 질문에는 표준어 규정과 사전의 표준어 정보를 확인해야 하고, 두 번째 질문에는 맞춤법의 표기 원칙을 살펴야 합니다. 학생들이 ‘많이 들었으니 맞는 말’과 ‘맞는 말이니 들은 대로 적는다’를 한꺼번에 생각할 때가 많은데, 이 둘을 나누면 헷갈림이 꽤 줄어듭니다.

왜 ‘교양 있는 사람’과 ‘현대 서울말’일까요?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릴 수 있습니다. 지역말을 쓰는 사람은 교양이 없다는 뜻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이 조항을 표준어를 고를 때 적용하는 사회적·시대적·지역적 기준으로 설명하며, 지방 사람이 교양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힙니다. 방언은 그 지역의 삶과 역사가 담긴 말입니다. 표준어와 쓰이는 자리가 다를 뿐, 말 자체의 품격에 우열을 매길 근거는 없습니다.

표현이 바뀐 과정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1933년 ‘한글 마춤법 통일안’에는 표준말을 대체로 ‘현재 중류 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는 기준이 있었습니다. 1988년 1월 19일 고시된 표준어 규정에서는 ‘중류 사회’가 ‘교양 있는 사람들’로, ‘현재’가 ‘현대’로 바뀌었습니다. ‘중류 사회’라는 계층 구분은 기준이 모호했고, ‘현재’는 시대가 흐를 때마다 가리키는 때가 달라집니다. 말은 살아 움직이니 기준을 적는 표현도 손질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서울말일까요? 여러 지역에서 서로 다른 말을 쓰는 상황에서 공적인 소통에 쓸 공통 기준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서울에서 들리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표준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첫 항의 끝에는 ‘원칙으로 한다’가 붙어 있습니다. 실제로 널리 쓰이는지, 다른 기준에는 어떻게 맞는지까지 살피겠다는 뜻으로 읽어야 합니다. 서울말이라는 한 단어만 떼어 읽으면 규정의 뜻이 좁아집니다.

말이 달라지면 표준어도 달라질까요?

저는 표준어가 한 번 정해지면 영원히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하는 학생을 자주 만납니다. ‘자장면’과 ‘짜장면’을 이야기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한동안은 ‘자장면’만 표준어였지만, 사람들이 널리 쓰는 ‘짜장면’도 2011년 8월 31일 표준어로 인정됐습니다. 그렇다고 ‘자장면’이 틀린 말로 바뀐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두 형태를 모두 쓸 수 있습니다. 같은 때 ‘만날’과 함께 ‘맨날’, ‘복사뼈’와 함께 ‘복숭아뼈’도 인정됐습니다.

지역에서 쓰던 말이 널리 퍼져 표준어가 된 사례도 있습니다. ‘우렁쉥이’와 ‘멍게’가 그렇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어 규정 해설은 ‘멍게’가 더 널리 쓰이게 되면서 표준어 자격을 얻은 사례로 설명합니다. 이 사례를 알면 ‘서울말을 기준으로 한다’는 말이 다른 지역에서 온 말의 문을 영원히 닫는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 보입니다.

물론 새로 생긴 말이나 자주 들리는 말이 곧바로 표준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 범위와 의미가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살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지금 사전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말을 쓰는 사람의 감각까지 틀렸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언어생활의 변화와 공적인 표준어 판정은 서로 영향을 주지만,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헷갈릴 때는 어디부터 봐야 할까요?

먼저 내가 궁금한 것이 ‘이 말 자체가 표준어인가’인지, ‘표준어를 어떻게 적는가’인지 가려 보면 좋습니다. ‘짜장면도 쓸 수 있나’는 앞의 문제이고, 어떤 말을 붙여 쓸지 띄어 쓸지는 뒤의 문제입니다. 이어 국립국어원의 사전에서 현재 표준어로 인정되는 형태와 뜻을 확인하면 됩니다. 오래된 교재나 예전에 외운 답과 다르다면 언제 달라졌는지도 함께 확인할 만합니다.

교실에서는 답을 맞힌 뒤에 ‘왜 이 말이 들어왔을까’를 한 번 더 묻곤 합니다. ‘짜장면’이 널리 쓰여 인정된 과정, ‘멍게’가 지역을 넘어 쓰이게 된 과정을 떠올리면 표준어 규정 1항이 훨씬 덜 딱딱하게 읽힙니다. 공통의 말을 고르는 기준은 필요합니다. 그 기준을 배우는 일도 우리 곁에서 말이 어떻게 쓰이고 달라지는지 듣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표준어 규정 1항은 왜 서울말을 기준으로 삼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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