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시옷 한자어는 왜 딱 여섯 개일까요?

며칠 전 학생이 시험지에 ‘갯수’라고 썼다가 ‘개수’로 고친 이유를 물었습니다. ‘횟수에는 ㅅ이 있잖아요.’ 그 말이 맞습니다. 둘 다 수를 세는 말인데 하나는 ‘개수’, 다른 하나는 ‘횟수’라니, 외워서 쓰기에는 억울한 구석이 있지요.
이 차이는 발음만 들어서는 풀리지 않습니다. 두 말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또 사람들이 오래 써 온 표기가 규정에 어떻게 남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개수’와 ‘횟수’는 무엇이 다를까요?
‘개수’는 개(個)와 수(數)가 만난 한자어입니다. 한자어끼리 결합한 말에는 원칙적으로 사이시옷을 적지 않으므로 ‘갯수’가 아니라 ‘개수’입니다. 소리가 된소리처럼 들린다는 이유만으로 ㅅ을 넣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횟수’도 회(回)와 수(數)가 만난 한자어입니다. 이 말에는 ㅅ이 들어갑니다. 한글 맞춤법 제30항이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 두 음절 한자어 여섯 개를 따로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횟수’는 그 여섯 개 가운데 하나이고, ‘개수’는 아닙니다.
수업 시간에 두 낱말을 나란히 적으면 학생들은 대개 ‘왜 하필 여섯 개냐’고 묻습니다. 사실 그 질문이 좋습니다. 이 규정은 모든 한자어의 소리를 하나의 공식에 넣어 만든 것이 아닙니다. 국립국어원 설명에 따르면, 여섯 낱말은 사이시옷을 넣어 쓰는 형태가 이미 널리 굳어져 있어 예외로 남았습니다. 말의 역사와 사용 습관이 규정 안에 들어온 셈입니다.
사이시옷을 적는 한자어 여섯 개
해당 낱말은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입니다. 모두 두 음절이며 두 부분이 한자어입니다.
- 곳간: 고(庫)와 간(間)이 만난 말로, 물건을 보관하는 곳을 뜻합니다.
- 셋방: 세(貰)와 방(房)이 만난 말로, 세를 내고 빌려 쓰는 방입니다.
- 숫자: 수(數)와 자(字)가 만난 말로, 수를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 찻간: 차(車)와 간(間)이 만난 말로, 기차 안의 칸을 가리킵니다.
- 툇간: 퇴(退)와 간(間)이 만난 말로, 집채에 붙여 낸 공간을 가리킵니다.
- 횟수: 회(回)와 수(數)가 만난 말로, 일이 거듭된 수를 뜻합니다.
‘숫자’의 ㅅ을 ‘셋’의 받침과 연결해 이해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의 앞부분은 ‘셋’이 아니라 수(數)입니다. 한자를 확인하면 그럴듯한 짐작과 실제 말의 구성을 구별하기 쉬워집니다. ‘곳간’ 역시 익숙한 ‘곳’에 ‘간’을 붙인 말로 풀이하기보다 고(庫)와 간(間)을 살펴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여섯 낱말을 무작정 앞글자만 따서 외우기보다, ‘원래 한자어끼리는 ㅅ을 적지 않지만 오래 굳어진 표기 여섯 개가 남았다’는 흐름 속에 놓아 두면 기억하기가 한결 낫습니다. 예외가 생긴 까닭을 알아야 예외의 범위도 보입니다.
‘댓가’와 ‘갯수’가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
‘대가(代價)’를 말할 때 뒤의 ‘가’가 세게 들립니다. 그래서 ‘댓가’로 적고 싶은 마음이 들지요. 하지만 ‘대가’는 여섯 낱말에 들지 않으므로 ㅅ을 넣지 않습니다. ‘개수(個數)’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음에서 느껴지는 된소리와 글자에 적는 사이시옷을 같은 것으로 여기면 이 대목에서 자꾸 틀립니다.
가령 물건 열 개를 세고 ‘갯수가 열 개’라고 적었다면 ‘개수가 열 개’로 고쳐야 합니다. 운동을 세 번 했다는 뜻의 ‘운동 횟수는 세 번’에는 ㅅ이 남습니다. 두 문장에서 모두 수를 헤아리지만, 표기는 뜻의 비슷함이 아니라 각 낱말의 구성과 맞춤법 규정에 따라 갈립니다.
이 기준은 1988년에 고시되어 1989년부터 시행된 한글 맞춤법에서도 여섯 낱말로 제시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갯수가 맞았는데 갑자기 바뀐 것 아닐까’ 하는 추측은 현재의 차이를 설명해 주지 못합니다. 오래 보아 온 표기라도 기준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자가 들어가면 언제나 ㅅ을 빼야 할까요?
여기서 한 걸음 더 가면 또 다른 함정이 나옵니다. ‘한자어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는 말을 ‘한자가 하나라도 들어가면 ㅅ을 쓰지 않는다’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30항은 한자어끼리 결합한 말과 한자어에 순우리말이 결합한 말을 구분합니다.
‘전셋집’은 전세(傳貰)와 순우리말 ‘집’이 만난 말입니다. ‘찻잔’도 차(茶)와 순우리말 ‘잔’이 만난 말이고, ‘최댓값’은 최대(最大)와 순우리말 ‘값’이 결합한 말입니다. 이들은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는 합성어에서 뒷말이 된소리로 나는 등 사이시옷을 적는 조건을 충족해 ㅅ을 씁니다. 앞의 여섯 한자어에 새 항목을 보탠 것이 아니라, 다른 갈래의 규정이 적용된 사례입니다.
‘찻간’과 ‘찻잔’은 겉모습이 비슷해도 ㅅ이 들어간 길은 서로 다릅니다. ‘찻간’은 두 음절 한자어 여섯 개 가운데 하나이고, ‘찻잔’은 한자어와 순우리말의 결합입니다. 글자 하나를 판단할 때 낱말의 재료부터 확인하면 혼동이 줄어듭니다.
저는 학생에게 ‘횟수에는 ㅅ, 개수에는 없음’이라고만 쓰게 하기보다 두 낱말의 한자를 먼저 보여 줍니다. 그런 뒤 여섯 개의 오래 굳은 표기를 이야기합니다. 맞춤법은 가끔 반듯한 공식보다 사람들이 말을 써 온 자취를 더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