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임말 영어로 뭐라고 해야 자연스러울까요?

얼마 전 수업에서 한 학생이 ‘높임말을 쓰세요’를 영어로 어떻게 말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사전을 찾으면 honorifics가 나오지만, 그 단어를 모든 상황에 넣으면 어색해집니다. 우리가 ‘높임말’이라고 부르는 것 안에는 사람을 높이는 말, 상대에게 공손하게 말하는 방식, 이름 앞에 붙이는 호칭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높임말을 영어로 옮길 때 먼저 구별할 것
국어 시간에는 ‘선생님께서 교실에 계십니다’처럼 높임이 문법에 드러납니다. ‘께서’는 주어를 높이고, ‘계시다’는 ‘있다’ 대신 높여 쓰는 말이지요. ‘제가 할머니께 책을 드렸습니다’에서는 ‘드리다’가 책을 받는 분을 높입니다. 누구를 높이는지에 따라 조사와 낱말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영어에서는 이 문장들을 옮길 때 높임 표시가 대개 별도의 어미나 조사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The teacher is in the classroom’이라고 해도 영어 문장 자체가 무례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어의 ‘계십니다’를 반드시 한 단어로 대응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면 번역이 막힙니다. 영어는 호칭, 부탁의 방식, 말의 길이와 어조로 공손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높임말 영어로’를 찾을 때는 먼저 무엇을 말하려는지 정해야 합니다. 한국어의 높임 체계를 설명하는지, 공손한 영어 표현을 묻는지, 사람을 부르는 호칭을 찾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문법 용어라면 honorifics가 맞을까요?
한국어의 높임말이나 높임 표현을 언어의 특징으로 설명할 때는 honorifics를 쓸 수 있습니다. ‘Korean honorifics can be difficult for learners’라고 하면 ‘한국어 높임말은 학습자에게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높임 체계 전체를 가리킬 때는 ‘the Korean honorific system’도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honorifics는 일상에서 ‘공손하게 말해’라고 부탁할 때 늘 쓰는 말은 아닙니다. 영어에서 이 말은 Mr., Ms., Dr. 같은 존칭이나 언어의 높임 표현을 가리키는 문맥에서도 쓰입니다. 학생에게 손님 응대 문장을 고치라고 하면서 ‘Use honorifics’라고만 말하면, 어떤 호칭을 넣으라는 뜻인지, 말투를 부드럽게 하라는 뜻인지 흐릿해질 수 있습니다.
‘존댓말을 써 주세요’가 상대에게 정중하게 말하라는 뜻이라면 ‘Please speak politely’가 더 직접적입니다. 격식을 갖춘 말투를 뜻한다면 ‘Use more formal language’라고 할 수 있고요. polite는 공손함에, formal은 격식에 무게가 실립니다. 둘이 겹칠 때도 있지만 같은 말은 아닙니다. 친구에게도 공손할 수 있고, 격식을 차린 문장이 상대에게 차갑게 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부탁하는 문장에서 높임은 어떻게 드러날까요?
교실에서 ‘창문 열어’와 ‘창문 좀 열어 주시겠어요?’를 비교하면 차이가 금방 보입니다. 영어에서도 ‘Open the window’와 ‘Could you open the window, please?’는 같은 행동을 요청하지만 듣는 느낌이 다릅니다. 뒤 문장은 상대가 응할 여지를 남기며 부탁합니다. 이때 could와 please를 한국어 높임 어미와 일대일로 맞춰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문장 전체가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를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가게에서 ‘물 주세요’를 말할 때도 ‘Water, please’는 짧고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정중하게 부탁하려면 ‘Could I have some water, please?’라고 할 수 있지요. 반면 모든 문장에 please만 붙인다고 공손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Please do it now’는 말투와 상황에 따라 여전히 단호하게 들립니다. 한국어에서 ‘하십시오’라는 끝맺음 하나만 보고 대화의 온도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합니다.
사과하거나 의견을 달리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You’re wrong’이라고 곧바로 말하기보다 ‘I see it differently’처럼 자기 생각을 앞세워 말하면 충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영어의 공손함은 특정 단어 목록이라기보다 상대와의 거리, 부탁의 부담, 대화의 목적에 맞춰 문장을 고르는 데서 생깁니다.
선생님과 어른을 부를 때는 무엇을 쓰나요?
한국어의 ‘선생님’을 영어로 옮길 때 teacher를 이름 앞에 붙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영어권의 일반적인 학교 대화에서는 ‘Mr. Kim’, ‘Ms. Lee’처럼 호칭과 성을 함께 부르는 방식이 흔합니다. 대학에서는 ‘Professor Park’가 알맞은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호칭을 쓰는지는 학교와 지역의 관습, 당사자의 선호에 따라 달라집니다.
sir와 ma’am도 상대를 공손하게 부르는 말로 쓰이지만, 누구에게나 붙이는 만능 높임말은 아닙니다. 쓰임새는 지역과 상황에 따라 다르고, 지나치게 격식 있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름을 어떻게 불러 드리면 좋을지 모르겠다면 ‘How would you like me to address you?’라고 묻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대가 알려 준 이름과 호칭을 그대로 쓰는 것이 예의를 드러내는 가장 분명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우리말 높임말을 영어로 설명할 때는 honorifics라는 말이 유용합니다. 실제 대화에서는 ‘polite language’, ‘formal language’, 구체적인 부탁 문장 가운데 상황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 학생들에게도 영어에는 높임말이 없다고 말하기보다, 높이는 마음이 문법 밖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함께 들려주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