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능력검정시험 4급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수업에서 ‘독서’의 독은 읽을 독(讀)이라고 말하면 금방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독해’의 독을 묻자 다시 망설이는 학생이 많습니다. 한 글자씩 외웠지만, 그 글자가 다른 말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아직 익히지 못한 겁니다. 한자능력검정시험 4급을 준비할 때도 이 차이가 큽니다. 글자 수를 채우는 공부와 어휘를 읽는 공부는 닮았지만 같지 않습니다.
먼저 어느 기관의 4급인지 확인하세요
‘한자 4급’이라고만 적힌 교재를 사기 전에 시험을 시행하는 기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기관마다 급수 이름이 같아도 배정 한자와 시험 방식이 다릅니다. 여기서는 한국어문회의 전국한자능력검정시험 4급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기준에서 4급의 읽기 배정 한자는 1,000자, 쓰기 배정 한자는 500자입니다. 1,000자를 모두 손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숫자를 볼 때 놓치기 쉬운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4급의 1,000자는 앞 급수에서 익힌 글자를 포함한 범위입니다. 그러니 이미 아는 글자와 새로 익혀야 할 글자를 먼저 가르면 공부량이 선명해집니다. 읽기 목록에는 뜻과 소리를 바로 떠올릴 수 있는지 표시하고, 쓰기 목록에는 보지 않고 적을 수 있는지 따로 표시해 두세요. 두 능력을 한 칸에 ‘암기 완료’라고 적으면 실제로 무엇이 부족한지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어문회 4급과 4급Ⅱ도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습니다. 접수할 급수를 정한 뒤 그 급수의 배정 한자와 최근 기출문제를 같은 기관의 자료로 맞춰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접수 일정이나 세부 출제 기준은 회차에 따라 확인이 필요하므로, 시험을 앞두고 한국어문회 안내를 다시 읽어야 합니다.
한 글자보다 두 글자 말에서 뜻이 오래 남습니다
한자어는 글자 하나의 뜻이 다른 글자와 만나면서 또렷해집니다. 이를테면 學은 ‘배우다’, 校는 ‘학교’나 ‘교정하다’와 관계가 있습니다. 學校를 통째로 ‘학교’라고만 외우면 두 글자가 다른 곳에 나타났을 때 낯섭니다. 반면 學은 학습·학문에, 校는 교실·교장에 들어간다는 사실까지 묶으면 기억할 길이 여러 갈래로 생깁니다.
수업에서는 ‘정확’과 ‘확인’을 한 줄에 적어 놓고 겹치는 글자를 찾아보게 합니다. 確이 두 말에 모두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정확(正確)의 ‘분명하고 틀림없음’과 확인(確認)의 ‘분명히 알아봄’이 이어집니다. 이렇게 연결할 때는 단어의 실제 쓰임도 함께 봐야 합니다. 글자 뜻만 기계적으로 이어 붙인 풀이가 사전의 뜻과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리가 같은 한자를 구별하는 데 문맥이 유용합니다. ‘사기’만 들으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지만, 詐欺는 남을 속이는 일이고 士氣는 어떤 일을 해내려는 기운입니다. 같은 소리라도 한자가 달라지면 말의 뜻이 달라집니다. 문제집의 낱말을 볼 때 소리와 한자를 연결하고, 그 말이 쓰인 짧은 문장까지 떠올려 보세요. 시험공부가 곧 국어 어휘 공부가 되는 지점입니다.
읽기와 쓰기는 다른 방법으로 익혀야 합니다
읽기 한자를 공부할 때는 한자를 먼저 보고 뜻과 소리를 말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배울 학’을 보고 學을 고르는 연습만 계속하면 실제 시험에서 學을 마주했을 때 답이 늦게 나올 수 있습니다. 한 장에는 한자를, 뒷면에는 훈음과 그 글자가 들어간 낱말 한두 개를 적어 두면 방향을 바꿔 가며 확인하기 좋습니다. 맞힌 글자라도 대답까지 오래 걸렸다면 아직 익숙한 글자는 아닙니다.
쓰기는 눈에 익는 것과 손으로 재현하는 것 사이의 간격이 더 큽니다. 쓰기 대상 500자를 공부할 때 처음부터 한 글자를 열 번씩 베끼기보다, 뜻과 소리를 보고 한 번 적은 다음 원본과 비교해 빠진 획을 찾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예를 들어 ‘말씀 언(言)’과 ‘믿을 신(信)’을 함께 놓으면, 信의 왼쪽에 사람 인(亻)이 있고 오른쪽에 言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성 요소를 보면 막연히 복잡하던 모양에도 붙잡을 자리가 생깁니다.
다만 이런 설명을 모든 글자의 옛 유래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오늘날 글자 모양을 공부하기 쉽게 나누는 방법과 한자가 처음 만들어진 경위는 구별해야 합니다. 모양에서 기억의 실마리를 얻되, 뜻과 용례가 궁금한 글자는 사전에서 확인하는 습관이 좋습니다. 잘못 쓴 글자는 오답장에 여러 번 옮기기보다 어느 부분을 바꾸어 썼는지 표시해 두면 다음 확인이 빨라집니다.
기출문제는 점수보다 빈틈을 찾는 데 쓰세요
기출문제를 풀면 점수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같은 70점을 받았더라도 독음에서 자주 틀리는 사람과 한자 쓰기에서 자주 틀리는 사람의 다음 공부는 달라야 합니다. 한 회분을 푼 뒤 오답을 ‘글자를 처음 봄’, ‘뜻은 알지만 소리를 혼동함’, ‘읽지만 쓰지 못함’, ‘단어 안에서 뜻을 놓침’처럼 이유별로 나눠 보세요. 숫자 하나보다 다음에 할 일이 훨씬 분명해집니다.
시간을 재고 푸는 연습도 필요하지만, 처음부터 속도만 올리면 아는 글자도 대충 읽게 됩니다. 먼저 틀린 까닭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천천히 풀고, 그다음 제한 시간에 맞춰 보세요. 예컨대 ‘경제’를 經濟로 읽을 줄은 알아도 濟를 다른 글자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낱말 전체를 다시 외우기보다 헷갈린 한 글자의 뜻과 모양, 그 글자가 들어간 다른 낱말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4급을 준비하는 목적이 합격이라 해도, 시험이 끝난 뒤 남는 것은 생활 속 말을 읽는 힘이었으면 합니다. 새 한자 하나를 만날 때마다 그 글자가 이미 아는 말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아보면 어떨까요. 1,000자라는 숫자도 그렇게 익힌 말들이 쌓일 때 조금 덜 막막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