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키우기 방법은 왜 단어에서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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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키우기 방법은 왜 단어에서 시작할까요?

수업 시간에 학생에게 짧은 안내문을 읽어 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소리 내어 읽는 데는 막힘이 없었는데,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자 답을 망설이더군요. 문장을 읽었다고 해서 뜻까지 잡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른도 비슷합니다. 계약서나 공지문을 끝까지 읽고도 ‘그래서 내가 할 일은 뭐지?’ 싶을 때가 있지요. 문해력 키우기 방법을 찾는다면 읽은 양보다 뜻이 흐려지는 지점을 알아차리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모르는 단어보다 아는 듯한 단어가 더 어렵습니다

학생들에게 ‘신청 기한을 유예한다’는 문장을 보여 주면 대개 기한이 바뀐다는 뜻까지는 알아냅니다. 그런데 ‘유예’를 단순히 ‘취소’로 받아들이면 안내문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유예는 정해 둔 일을 당장 시행하지 않고 뒤로 미루는 것입니다. 신청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지요. 이런 차이를 놓치면 글을 읽고도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낯선 단어를 만났을 때는 바로 뜻풀이 한 줄을 외우기보다 세 가지를 확인합니다. 그 말이 들어 있는 문장을 다시 읽고, 앞뒤 문장에서 상황을 짐작한 뒤, 사전의 뜻과 자신의 짐작을 비교하는 겁니다. ‘유예’가 나온 공지라면 원래 기한과 새 기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찾아봅니다. 단어가 실제 문장 속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보아야 오래 남습니다.

한자어는 글자 뜻이 실마리가 될 때도 있습니다. 가령 ‘상반되다’의 ‘반’에는 서로 반대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글자만 쪼개어 뜻을 단정하면 위험합니다. 말은 쓰이는 동안 의미가 넓어지거나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한자는 뜻을 추측하는 발판으로 삼고, 마지막에는 문맥과 사전에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한 문단을 읽고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나요?

문해력은 어려운 책을 많이 읽는다고 저절로 늘지 않습니다. 한 문단을 읽은 뒤 ‘이 문단이 하려는 말은 무엇인가’를 자기 말로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원문을 그대로 따라 말하기 쉽습니다. 그럴 때는 책을 잠깐 덮고 친구에게 설명하듯 말해 보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뜻을 잡았다면 표현은 달라도 중심 내용은 남습니다.

예를 들어 ‘도서관 이용 시간이 늘었지만 시험 기간에는 좌석 예약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읽었다고 해 봅시다. ‘이용 시간이 늘었다’만 기억하면 중요한 조건을 놓칩니다. ‘시간은 늘었고, 시험 기간에 자리를 쓰려면 예약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실제로 이해한 셈이지요. 특히 ‘하지만’, ‘따라서’, ‘다만’ 뒤에는 앞의 내용을 바꾸거나 제한하는 정보가 자주 옵니다. 이런 연결어에 표시하며 읽으면 문장 사이의 관계가 보입니다.

요약은 길게 쓸 필요가 없습니다. 문단마다 한 문장씩 적되, 원문에 없는 판단을 보태지 않는 연습이 좋습니다. ‘예약이 번거롭다’는 내 생각일 수 있지만, 안내문 자체가 말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사실과 의견을 가르는 습관도 읽기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글의 순서를 따라가면 긴 글도 덜 막막합니다

긴 글을 읽다가 앞부분을 잊어버리는 학생이 많습니다. 이럴 때 모든 문장을 똑같이 힘주어 읽으면 더 지칩니다. 먼저 글이 어떤 순서로 움직이는지 봅니다. 문제가 나오고 원인을 설명하는 글인지, 두 대상을 비교하는 글인지, 주장 뒤에 근거를 붙이는 글인지 확인하는 겁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었다.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사례가 있다. 그래서 잠들기 전 사용 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글이라면 흐름은 현상, 영향, 제안입니다. 각 문장의 정보는 달라도 순서를 잡으면 글쓴이가 어디로 가는지 보입니다. 소제목이 있는 글은 읽기 전에 소제목만 먼저 훑어보아도 좋습니다. 읽을 길을 미리 그려 두는 셈이지요.

여기서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글에 나온 주장과 입증된 사실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입니다. ‘도움이 된다’는 문장을 만났다면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한 번 더 묻습니다. 교육과학연구소의 읽기 지도 자료에서도 어휘를 익히고 글의 구조를 파악하며 이해한 내용을 점검하는 활동을 권합니다. 읽다가 멈춰 확인하는 일은 속도가 느린 독서가 아니라 의미를 놓치지 않는 독서입니다.

읽은 말을 써 봐야 내 것이 됩니다

어휘 노트를 빼곡히 채웠는데 막상 글을 쓸 때 그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뜻을 알아보는 것과 알맞게 쓰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새 단어를 배웠다면 원래 문장을 베껴 쓰는 데서 그치지 말고 자신의 상황으로 한 문장을 만들어 보는 편이 낫습니다. ‘행사가 연기되었다’와 ‘행사가 취소되었다’를 각각 써 보면 두 말의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하루에 긴 글 한 편을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짧은 기사나 안내문 한 편을 고르고, 뜻이 흐릿한 단어 하나를 확인하고, 문단의 중심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적어 보십시오. 그 글을 읽고 실제로 알게 된 사실과 내가 품은 생각을 나누어 적으면 됩니다. 익숙해지면 서로 다른 글 두 편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설명하는지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교실에서 오래 보아 온 변화는 대개 작은 멈춤에서 시작됐습니다. 모르는 말을 지나치지 않고, 문장 사이의 ‘하지만’을 붙잡고, 읽은 내용을 자기 말로 다시 꺼내는 순간입니다. 문해력은 어려운 표현을 많이 아는 모습보다, 눈앞의 글을 오해 없이 읽고 필요한 판단에 쓰는 모습에 더 가깝습니다.

문해력 키우기 방법은 왜 단어에서 시작할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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