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는 누가 정하고, 왜 가끔 바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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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는 누가 정하고, 왜 가끔 바뀔까요?

얼마 전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선생님, 짜장면은 옛날엔 틀렸다면서요?” 하고 물었습니다. 맞습니다. 예전에는 ‘자장면’만 표준어였고, ‘짜장면’은 표준어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둘 다 표준어입니다. 아이들이 여기서 헷갈립니다. “그럼 표준어는 마음대로 바뀌는 건가요?” 하고요.

사실 표준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말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취향으로 고른 말도 아닙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말 가운데, 공적인 글과 말에서 함께 쓸 기준을 세운 것입니다. 그래서 표준어를 이해하려면 ‘맞다, 틀리다’보다 먼저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말이 언제, 누구에게, 얼마나 널리 쓰였는가입니다.

표준어는 ‘가장 고상한 말’이 아닙니다

표준어를 두고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표준어를 ‘품격 있는 사람이 쓰는 완벽한 말’쯤으로 여기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표준어 규정의 기본 원칙은 조금 다릅니다.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두루’와 ‘현대’입니다.

‘두루’라는 말은 특정 집단만 쓰는 말은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어느 동네에서만 쓰거나, 특정 세대 안에서만 잠깐 유행하는 말은 곧바로 표준어가 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현대’라는 말은 예전에 쓰였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표준어의 중심에 둘 수는 없다는 뜻도 됩니다. 말은 살아 움직입니다.

그래서 표준어는 단순히 보수적인 규칙이 아닙니다. 학교, 언론, 행정, 출판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읽고 듣는 자리에서 혼란을 줄이기 위한 약속에 가깝습니다. 약속이니 기준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현실의 말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이 두 힘 사이에서 표준어가 정해집니다.

‘짜장면’이 표준어가 된 이유

표준어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예가 ‘자장면’과 ‘짜장면’입니다. 예전 규범에서는 ‘자장면’이 표준어였습니다. 한자어 ‘炸醬麵’의 중국어 발음과 외래어 표기 원칙을 고려하면 된소리 ‘짜’보다 예사소리 ‘자’가 더 규범에 맞는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는 달랐습니다. 중국집 간판에도, 메뉴판에도, 사람들의 대화에도 ‘짜장면’이 훨씬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자장면 한 그릇 주세요”라고 말하면 오히려 어색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았지요. 결국 2011년 8월 31일, 국립국어원은 ‘짜장면’을 ‘자장면’과 함께 표준어로 인정했습니다. 이때 ‘먹거리’, ‘손주’, ‘복숭아뼈’, ‘간지럽히다’, ‘택견’ 같은 말도 표준어로 추가되었습니다.

이 변화가 흥미로운 까닭은 표준어가 현실에 굴복했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규범이 현실 언어를 다시 검토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쓴다고 전부 표준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오랜 기간 널리 쓰이고, 뜻의 차이가 안정되어 있으며, 공적인 언어생활에서 큰 혼란을 만들지 않는다면 표준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복수 표준어는 ‘아무거나 써도 된다’가 아닙니다

‘짜장면’과 ‘자장면’처럼 둘 다 표준어인 말을 복수 표준어라고 부릅니다. 복수 표준어가 생기면 학생들은 대체로 반가워합니다. 외울 것이 줄었다고 느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는 더 섬세하게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눈꼬리’와 ‘눈초리’는 둘 다 표준어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느낌이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눈꼬리’는 눈의 양쪽 끝 부분을 가리킬 때 쓰기 쉽고, ‘눈초리’는 눈에 담긴 기색이나 태도까지 함께 떠올리게 합니다. “매서운 눈초리”는 자연스럽지만 “매서운 눈꼬리”는 조금 어색하지요.

‘먹거리’와 ‘먹을거리’도 비슷합니다. 둘 다 표준어가 되었지만 쓰임의 느낌은 조금 다릅니다. ‘지역 먹거리’, ‘건강한 먹거리’처럼 상품이나 문화의 느낌이 강할 때는 ‘먹거리’가 잘 어울립니다. 반면 “아이들이 먹을거리를 챙겼다”처럼 실제로 먹을 물건을 가리킬 때는 ‘먹을거리’가 더 또렷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 자장면 / 짜장면: 둘 다 표준어
  • 먹을거리 / 먹거리: 둘 다 표준어, 문맥에 따라 느낌 차이 있음
  • 눈초리 / 눈꼬리: 둘 다 표준어, 뜻의 중심이 조금 다름
  • 손자 / 손주: 둘 다 표준어, ‘손주’는 손자와 손녀를 두루 가리키기 쉬움

그러니 복수 표준어는 “이제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가 아닙니다. 둘 다 공적으로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여전히 문맥과 어감을 골라야 합니다. 표준어 공부가 단순 암기가 아니라 읽기와 쓰기의 문제로 이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표준어와 맞춤법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수업하다 보면 표준어와 맞춤법을 한 덩어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둘은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말은 아닙니다. 표준어는 어떤 말을 공적인 기준어로 삼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맞춤법은 그 말을 어떻게 적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설거지’는 표준어이고, ‘설겆이’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말의 역사도 들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설겆다’라는 동사가 있었지만 현대 국어에서는 잘 쓰이지 않게 되었고, 현재는 ‘설거지하다’가 일반적인 말로 굳었습니다. 그래서 ‘설겆이’가 아니라 ‘설거지’로 적습니다. 단순히 받침 하나를 외우는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말이 살아남아 표준어의 자리를 차지했는지를 보는 문제입니다.

또 ‘-습니다’와 ‘-읍니다’도 자주 나옵니다. 지금은 ‘먹습니다’, ‘읽습니다’처럼 ‘-습니다’를 씁니다. 1988년 표준어 규정 이후 공적인 표기는 ‘-습니다’로 정리되었습니다. 예전 문서나 간판에서 ‘읍니다’를 보았다고 해서 지금도 둘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표준어는 시대를 품지만, 현재의 공적 기준은 따로 있습니다.

신조어는 표준어의 적일까요?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을 들으면 낯선 표현이 많습니다. 교사 입장에서도 순간 멈칫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신조어를 무조건 틀렸다고 밀어내면 언어를 제대로 가르치기 어렵습니다. 신조어는 말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모든 신조어가 표준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표준어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잠깐 유행하고 사라지는 말인지, 여러 세대와 지역을 넘어 쓰이는 말인지, 뜻이 안정되었는지 살펴야 합니다. 또 이미 있는 말과 충돌하지 않는지도 봐야 합니다. 그래서 국어사전이나 국립국어원의 판단은 늘 현실 사용과 규범 사이의 간격을 조심스럽게 재는 일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표준어를 설명할 때 “시험에 나오는 말”로만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표준어는 누군가를 혼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서로 덜 오해하기 위해 마련한 공통의 길입니다. 다만 그 길도 사람들이 계속 걸어야 길답게 남습니다. 그래서 표준어를 배울 때는 규칙만 외우기보다 그 말이 왜 살아남았는지, 왜 밀려났는지, 언제 함께 인정되었는지를 같이 보는 편이 훨씬 오래 갑니다.

말은 변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변하지는 않습니다. 표준어는 그 변화 속에서 우리가 함께 쓰기로 한 현재의 약속입니다. 그 약속의 배경을 알고 나면, 맞춤법도 조금 덜 딱딱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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