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 맞춤법이 헷갈릴 때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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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맞춤법이 헷갈릴 때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얼마 전 수업에서 한 학생이 물었습니다. “선생님, 사전에 나오면 다 표준어예요?” 꽤 좋은 질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표준국어대사전을 ‘정답지’처럼 여깁니다. 물론 우리말을 확인할 때 가장 먼저 펼쳐 볼 만한 기준 자료인 건 맞습니다. 그런데 사전은 단순히 맞고 틀림만 찍어 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말이 어떤 뜻으로 쓰이고, 어떤 꼴로 굳었고, 어느 범위까지 표준으로 인정되는지를 보여 주는 지도에 가깝습니다.

국어를 오래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이 맞춤법을 틀리는 까닭이 대개 비슷합니다. 규칙을 몰라서라기보다, 기준을 확인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왠지’와 ‘웬지’, ‘며칠’과 ‘몇일’, ‘되다’와 ‘돼다’ 같은 표기는 외우는 순간에는 맞힙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흔들립니다. 이때 표준국어대사전을 제대로 읽을 줄 알면, 단어 하나를 외우는 데서 끝나지 않고 말의 구조를 이해하게 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왜 중요한 기준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은 국립국어원이 편찬한 국어사전입니다. 여기에는 표준어, 뜻풀이, 발음, 활용 정보, 어원, 전문어 여부 같은 정보가 담깁니다. 우리가 글을 쓰거나 맞춤법을 확인할 때 자주 기대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이 만든 풀이가 아니라 공적 기관이 관리하는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전을 볼 때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세상 모든 말’을 다 싣는 공간이 아닙니다. 또 ‘사전에 없으니 세상에 없는 말’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쓰이지만 아직 표제어로 오르지 않은 말도 있고, 특정 세대나 직업군 안에서 널리 쓰이지만 표준어로 다루기 어려운 말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실렸는지 여부와 표준어인지 여부를 차분히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사전에서 봐야 할 것은 표제어만이 아닙니다

많은 분이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한 뒤 맨 위에 뜨는 표제어만 보고 창을 닫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중요한 정보는 그 아래에 있습니다. 발음, 활용, 품사, 뜻풀이, 용례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특히 맞춤법이 헷갈릴 때는 표제어보다 활용 정보가 더 결정적일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되다’와 ‘돼요’는 이렇게 봅니다

‘돼요’가 맞는지 ‘되요’가 맞는지 헷갈린다면 사전에서 ‘돼요’를 따로 찾기보다 기본형 ‘되다’를 먼저 봐야 합니다. ‘되다’는 어간 ‘되-’에 어미 ‘-어요’가 붙으면 ‘되어요’가 되고, 이것이 줄어 ‘돼요’가 됩니다. 그래서 ‘되요’가 아니라 ‘돼요’입니다. 이 설명을 한 번 이해하면 ‘안 돼’, ‘됐어요’, ‘되었다’도 한 줄로 연결됩니다.

학생들에게 저는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맞춤법은 낱개 암기가 아니라 가족 관계를 보는 일이다.” ‘돼요’ 하나만 외우면 금방 잊지만, ‘되다-되어요-돼요’의 흐름을 알면 비슷한 말이 나와도 흔들림이 줄어듭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바로 그 흐름을 확인하는 데 쓸 수 있습니다.

표준어가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놀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표준어는 한 번 정해지면 영원히 그대로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언어 현실을 반영해 조정되기도 합니다. 말은 생활 속에서 움직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같은 방식으로 쓰고, 그 쓰임이 체계 안에서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면 복수 표준어로 인정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짜장면’보다 ‘자장면’을 표준으로 가르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 언어에서 ‘짜장면’의 쓰임이 워낙 넓고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2011년에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되었습니다. ‘먹거리’도 한때는 ‘먹을거리’에 비해 비표준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역시 표준어로 인정된 사례입니다. 이런 변화는 아무 말이나 다 받아들인다는 뜻이 아닙니다. 실제 쓰임, 역사성, 체계성, 사회적 수용성을 함께 보는 과정입니다.

  • 사전에 오른 말이라고 해서 모든 문맥에 어울리는 것은 아닙니다.
  • 사전에 없다고 해서 반드시 틀린 말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 표준어 판단은 현재 규정과 실제 언어생활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 바뀐 표준어는 언제 인정되었는지도 확인하면 글의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사전을 볼 때 자주 놓치는 세 가지

첫째, 품사를 놓치면 뜻을 잘못 읽습니다. 같은 꼴의 말이라도 명사인지 동사인지, 부사인지 관형사인지에 따라 문장에서 하는 일이 달라집니다. ‘대로’ 같은 말은 의존 명사로 쓰일 때와 조사로 쓰일 때 띄어쓰기가 달라집니다. “아는 대로 말하다”에서는 띄고, “법대로 하다”에서는 붙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품사 표시는 이런 판단을 도와줍니다.

둘째, 뜻풀이의 순서를 절대적인 빈도 순위로만 보면 곤란합니다. 사전의 뜻풀이는 말의 의미를 구분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실제 글쓰기에서는 문맥이 더 중요합니다. 어떤 뜻이 표준적인가를 확인한 뒤, 내 문장에 그 뜻이 맞는지를 다시 읽어야 합니다. 사전 검색은 끝이 아니라 문장 점검의 시작입니다.

셋째, 발음 정보와 표기 정보를 섞어 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우리가 [할께]처럼 발음한다고 해서 ‘할께’라고 적지는 않습니다. 표기는 ‘할게’입니다. 발음은 소리의 현실을 보여 주고, 표기는 쓰기의 약속을 보여 줍니다. 둘은 가까이 붙어 있지만 같은 층위가 아닙니다. 이 차이를 알면 “말은 그렇게 하는데 왜 글자는 다르냐”는 불만도 조금 가라앉습니다.

블로그 글을 쓸 때 표준국어대사전을 쓰는 법

어휘나 맞춤법 글을 쓸 때는 “사전에 이렇게 나옵니다”에서 멈추면 글이 딱딱해집니다. 독자가 궁금해하는 건 보통 그다음입니다. 왜 그런 표기가 맞는지, 예전에는 달랐는지, 비슷한 말과는 어디서 갈리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전을 확인한 뒤 규정과 실제 문장 예시를 함께 놓습니다.

예를 들어 ‘며칠’은 많은 학생이 ‘몇일’로 적습니다. 겉으로 보면 ‘몇’과 ‘일’이 합쳐진 말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표준 표기는 ‘며칠’입니다. 발음이 [며칠]로 굳어졌고, 역사적으로도 지금의 ‘몇+일’ 구조로 단순히 쪼개기 어렵습니다. 이때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와 발음 정보를 함께 보여 주면 독자는 외우는 대신 납득합니다.

‘왠지’도 비슷합니다. ‘왠지’는 ‘왜인지’가 줄어든 말입니다. 그래서 까닭을 묻는 ‘왜’와 연결됩니다. 반면 ‘웬’은 ‘어찌 된’ 정도의 뜻을 가진 관형사로, ‘웬일’, ‘웬 사람’처럼 뒤의 명사를 꾸밉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각각의 품사와 뜻을 나란히 보면 두 말이 감으로 갈리는 말이 아니라 문법적으로 다른 말이라는 점이 선명해집니다.

신조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새말을 무조건 밀어내는 태도가 국어 교육에 별로 좋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공적인 글, 시험 답안, 업무 문서에서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그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생활어로는 자연스럽지만 표준어로 다루기 어려운 말,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 이미 널리 인정된 말을 구별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사전을 잘 쓰는 사람은 말을 더 조심스럽게 대합니다. 틀린 사람을 가볍게 꾸짖기보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썼는지를 먼저 봅니다. 대부분의 오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소리 나는 대로 적었거나, 비슷한 말을 끌어왔거나, 예전에 배운 기준을 아직 붙들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유를 짚어 주면 맞춤법은 잔소리가 아니라 이해가 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그런 대화를 시작하게 해 주는 꽤 든든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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