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시다는 높임말인데, 언제 써야 자연스러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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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시다는 높임말인데, 언제 써야 자연스러울까요?

얼마 전 학생이 글쓰기 과제에 이렇게 썼습니다. “할아버지가 죽으셨다.” 맞춤법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읽는 순간 조금 멈칫하게 되지요. 같은 사실을 말해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라고 쓰면 문장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국어에서 높임말은 단순히 공손한 말투가 아니라, 사람과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드러내는 장치입니다.

‘돌아가시다’는 ‘죽다’의 높임 표현으로 널리 쓰입니다. 다만 모든 죽음에 무조건 붙이는 말은 아닙니다. 누구에게 쓰는지, 어떤 글에서 쓰는지, 말하는 사람의 태도가 어떤지에 따라 자연스러움이 달라집니다. 이 차이를 알아두면 조사·어미보다 훨씬 실제적인 말 감각이 생깁니다.

‘돌아가시다’는 왜 높임말이 되었을까요?

‘돌아가시다’를 나누어 보면 ‘돌아가다’에 높임의 ‘-시-’가 붙은 말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죽다’라는 직접적인 말을 피하고, ‘돌아가다’라는 완곡한 말을 쓴다는 것입니다. 우리말에는 죽음을 곧장 말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표현이 많습니다. ‘세상을 떠나다’, ‘영면하다’, ‘운명하다’, ‘별세하다’ 같은 말들이 그렇습니다.

‘돌아가다’는 본래 있던 곳으로 다시 간다는 뜻을 가집니다. 사람이 죽음을 맞는 일을 ‘떠남’이나 ‘돌아감’으로 표현한 것은 여러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사고방식입니다. 삶을 잠시 머무는 길로 보고, 죽음을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일처럼 말한 것이지요. 그래서 ‘돌아가시다’에는 죽음을 직접 찌르는 느낌보다 조용히 받아들이는 느낌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돌아가시다’는 ‘죽다’의 높임말로 풀이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말이 단순히 예쁜 표현이 아니라 표준적인 높임 표현이라는 점입니다. 격식을 갖춘 자리, 가족 이야기, 조문 문장에서도 무리 없이 쓸 수 있습니다.

‘죽으시다’와 ‘돌아가시다’는 같은 말일까요?

문법만 보면 ‘죽다’에 주체 높임 선어말 어미 ‘-시-’를 붙인 ‘죽으시다’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그분은 전쟁 중에 죽으셨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 대화에서는 ‘죽으시다’보다 ‘돌아가시다’가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럽습니다.

차이는 말의 세기입니다. ‘죽다’는 사실을 직접 말합니다. ‘돌아가시다’는 사실을 말하되, 듣는 사람의 감정까지 고려합니다. 그래서 가족이나 스승, 어른에 대해 말할 때는 “아버지가 죽으셨다”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가 보통 더 알맞습니다. 특히 조문 자리에서는 “언제 돌아가셨습니까?”, “지난해에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처럼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기사문이나 역사 서술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장군은 전투 중 사망했다”, “왕은 52세로 세상을 떠났다”, “학자는 1930년에 별세했다”처럼 문체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돌아가시다’는 대화체와 생활 문장에 강하고, ‘사망하다’는 행정·보도 문장에 강하며, ‘별세하다’는 격식 있는 공적 문장에 잘 어울립니다.

누구에게나 ‘돌아가시다’를 붙이면 될까요?

여기서 학생들이 자주 헷갈립니다. ‘돌아가시다’가 높임말이니 아무 죽음에나 붙이면 공손한 표현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높임말은 대상과 관계를 함께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에 대해 “우리 강아지가 돌아가셨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음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됩니다. 가족처럼 지낸 존재였으니까요. 하지만 표준적인 언어 감각으로는 사람에게 쓰는 높임 표현이라는 점이 강합니다. 글쓰기나 시험 답안, 공적인 문장에서는 “강아지가 죽었다”, “강아지가 세상을 떠난 것처럼 느껴졌다” 정도가 더 안정적입니다.

반대로 범죄자나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인물에게 ‘돌아가시다’를 쓰면 어색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이 그 대상을 높여 대우하는 느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뉴스에서는 감정과 예우를 덜 드러내는 ‘사망하다’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의자가 사망했다”는 건조하지만 정확합니다. “피의자가 돌아가셨다”라고 하면 문장의 태도가 흔들립니다.

  • 가족·스승·어른: 돌아가시다
  • 공적 보도·행정 문서: 사망하다
  • 격식 있는 인물 소개: 별세하다, 타계하다
  • 문학적 표현: 세상을 떠나다, 눈을 감다

이렇게 외워도 좋지만, 더 좋은 기준은 하나입니다. 내가 그 대상을 높여 말할 자리인가를 먼저 따져 보는 것입니다.

‘돌아가셨다’와 함께 자주 틀리는 표현들

‘돌아가시다’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주변 표현에서 실수가 자주 납니다. 가장 흔한 것은 높임을 겹쳐 쓰는 경우입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는 자연스럽습니다. 주어 ‘할아버지께서’와 서술어 ‘돌아가셨습니다’가 모두 높임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운명하셨습니다”도 가능하지만, 일상 대화에서는 꽤 딱딱하게 들립니다.

또 하나는 ‘돌아가시게 되다’입니다.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라고 쓰면 어딘가 번역문 같습니다. 보통은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가 더 담백합니다. 죽음은 이미 일어난 사실이므로 굳이 ‘되다’를 붙여 길게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조문 문자에서도 비슷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오래 쓰인 표현입니다. 다만 ‘고인’ 자체가 죽은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므로 “돌아가신 고인”처럼 겹쳐 쓰면 군더더기가 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처럼 쓰면 충분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설명하면 오래 남습니다

저는 수업에서 ‘돌아가시다’를 설명할 때 칠판에 세 단어를 나란히 씁니다. 죽다, 사망하다, 돌아가시다. 뜻은 모두 죽음과 관련됩니다. 그런데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 다릅니다. ‘죽다’는 직접적이고, ‘사망하다’는 객관적이며, ‘돌아가시다’는 예를 갖춥니다.

아이들은 규칙보다 장면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병원 서류에는 ‘사망’, 가족 대화에는 ‘돌아가심’, 위인전에는 ‘별세’가 어울린다고 말하면 금방 이해합니다. 단어는 뜻만 가진 것이 아니라 자리가 있습니다. 그 자리를 함께 알려 주어야 실제 글에서 틀리지 않습니다.

‘돌아가시다’는 높임말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죽음을 함부로 세게 말하지 않으려는 우리말의 조심스러운 태도가 담긴 말입니다. 그래서 이 표현을 정확히 쓰는 일은 맞춤법 하나를 맞히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부재를 말할 때 어느 정도의 거리와 예의를 둘 것인가를 배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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